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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무정부 사태에 물 건너간 골든타임

산업 에너지·화학 구조조정 실종 K-석화

무정부 사태에 물 건너간 골든타임

등록 2025.05.20 06:00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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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과잉으로 구조적 문제 지속정부 적극적 주도 구조조정 필요전기료 감면, R&D 등 지원도 절실

무정부 사태에 물 건너간 골든타임 기사의 사진

석유화학업계가 올해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들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지만 정부가 꺼내들었던 경쟁력 제고 방안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들어서면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곧 들어설 차기 정부의 속도감 있고 실효성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성적표가 공개됐다. 대부분의 기업이 석유화학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전년대비 손실폭을 줄이는 등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이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가 본격화되는 2분기 이후부터를 우려하고 있다. 올해 역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스팅(이하 S&P)도 한국 석유화학 산업에 대해 잿빛 전망을 내놨다.

S&P는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올해도 힘든 한해를 보낼 것"이라며 "2022년 말 시작한 하락 사이클이 아직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 석유화학사들은 비용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 있겠지만 이는 여전히 미드 사이클 수준을 크게 밑돌 것"이라며 "이번 하락 국면은 향후 2년 내 벗어나기에는 너무 깊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석유화학업계가 힘들어지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세계적인 석유화학 설비 증설에 따른 글로벌 공급과잉이다. 우선 중국이 석화 자급을 목표로 2018년부터 대규모 증설을 하고 나섰고 그 결과 2022년 글로벌 최대 생산국으로 우뚝섰다. 여기에 중동에서도 탈석유 시대 대비 원유의 안정적 소비처로서 석화 투자를 확대하면서 한국 석유화학업계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부도 석유화학 업계가 과거 2012~2015년 수요 부진 및 고유가로 인해 위기를 맞았던 것과 달리 이번 위기는 공급과잉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라 판단하고 있다. 세계적인 설비 증설 추세를 고려시 오는 2028년까지 글로벌 공급과잉 심화로 업황 회복 가능성이 불확실할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부에서도 지난해 말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고 올해 상반기 내로 후속 지원책을 내놓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한국화학산업협회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진행한 석유화학 사업재편 컨설팅 결과 보고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살리기'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도 상반기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음달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작년 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인해 탄핵 정국에 돌입,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되어버리면서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이에 차기 정부에서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을 살릴 골든타임을 더 이상 놓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기업들도 사업부 매각 등 자구책들을 찾고 있지만 전례 없는 불황의 늪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인데다 한계에 봉착한 산업을 살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시장에서는 이를 위해 무엇보다 정부 주도 하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각 기업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의견을 합치시키기 어렵고 만약 기업끼리 자율 재편을 하더라도 기업결합 금지라는 걸림돌이 남아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결합으로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해당 분야에서 1위가 되는 등 시장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기업결합은 금지된다. 따라서 석유화학업체들이 공급과잉 문제 해소를 위해 동종 사업장 간 통폐합을 진행하더라도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인해 기업결합이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마다 입장차가 다르고 범용 제품의 경우 손실을 볼게 뻔한데 어떤 기업에서 이를 떠안으려 하겠느냐, 결국 업계 내 자율적 M&A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또한 예를 들어 기업결합은 공정위 소관인 등 관계 부처간의 협의도 필요해 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업계에서는 전기료 감면이나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R&D)비용 지원 등 보다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들도 절실하다고 촉구한다. 한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의 주요 생산비 중 전력비용은 약 3.2%에 달해, 전기 요금 인상에 따라 비용 부담도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공급과잉으로 인한 경쟁 심화를 겪고 있는 범용 제품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만큼 이를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R&D 비용을 지원해주거나 제품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이 범용 제품의 비중을 줄이고 중국 제품 등으로 대체하기 힘든 스페셜티로 전환하는 것이 경쟁력을 키울 해결책"이라며 "이에 정부에서도 스페셜티 사업을 지원해주는 것이 최선의 방안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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