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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패션은 추락, K-뷰티는 훨훨···대기업도 화장품에 기댄다

유통·바이오 패션·뷰티 NW리포트

패션은 추락, K-뷰티는 훨훨···대기업도 화장품에 기댄다

등록 2025.08.20 14:17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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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경기 침체·이상기후에 패션업계 실적 하락주요 패션 기업들, 뷰티 사업으로 실적방어 나서패션사 뷰티 시장 진출, 경영 전략 중심으로 격상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패션 대기업들이 2분기 잇따라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한섬, 코오롱FnC, 신세계인터내셔날까지 업계를 대표하는 5곳 모두 매출이 줄거나 이익이 감소했고, 일부는 적자로 돌아선 곳도 있다. 패션업계에 일제히 '빨간불'이 들어온 것은 고물가·경기 침체 속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이상 기후로 계절성 판매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기 보복 소비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기저효과도 부메랑이 됐다.

특히 의류는 경기와 날씨에 민감한 대표 소비재다. 올겨울 '역대급 한파' 예보에 따라 업체들이 겨울 의류 생산을 늘렸지만 실제로는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며 재고 부담만 커졌다. 봄·여름에도 오락가락한 날씨로 소비자들의 구매가 지연되면서 패션사들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같은 소비재군에 속하는 화장품은 사정이 달랐다. 글로벌 수요를 등에 업고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패션과 화장품의 희비가 갈리자 패션사들도 화장품을 실적 방어와 성장 동력으로 삼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는 화장품 부문에서 호실적을 냈으며 한섬과 코오롱FnC도 각각 프리미엄 스킨케어와 스킨케어 리런칭을 통해 반전을 꾀하는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 적자에도 뷰티는 '사상 최대'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2분기 연결 매출은 3086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줄었고, 영업손실은 2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패션 부문 매출 하락이 직격탄이었다. 내수 소비 위축에다 브랜드 리뉴얼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하지만 뷰티 부문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였다. 매출 1156억원으로 전년보다 9.8% 늘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3개 분기 연속 이어갔다. 자회사 어뮤즈(AMUSE)가 '효자' 역할을 했다. 어뮤즈는 2분기 매출 199억원,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해 각각 57.8%, 167% 증가했다. 일본 최대 드럭스토어 체인 마츠모토키요시 그룹 등 현지 3000여 매장 입점에 힘입어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56% 늘었다. 스킨케어 브랜드 연작도 매출이 80% 이상 급증하며 뷰티 사업의 성장세를 이끌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체질은 사실상 '패션에서 화장품'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패션은 적자지만 뷰티는 역대 최대"라는 대조가 신세계인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LF, 아떼 앞세운 글로벌 뷰티 확장


LF는 2분기 매출 4557억원으로 2.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4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늘었다. 패션 부문만 놓고 보면 상반기 매출은 전년보다 5% 가량 줄었다. 비용 효율화와 자회사 수익성 개선이 이익 급증을 이끌었지만, 본업의 성장성은 약화된 상태다.

LF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것은 비건 화장품 '아떼(athe)'다. 2019년 론칭한 아떼는 전 제품이 비건 인증을 받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효능 중심' 이미지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다. 일본 로프트, 플라자 등에서 매장을 늘리며 인지도를 쌓았고, 올해는 베트남 온라인몰 쇼피와 틱톡숍에 진출해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패션업계가 전반적으로 내수 정체에 시달리는 가운데, 아떼의 해외 확장은 LF가 패션에만 머물지 않고 뷰티를 새로운 성장기반으로 삼으려는 전략을 보여준다. 회사 측은 "글로벌 H&B 채널 공략을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LF사진=LF

코오롱FnC, 스킨케어 재출시와 중국 성장


코오롱FnC는 2분기 매출 2964억원, 영업이익 75억원으로 각각 9.2%, 53.4% 감소했다. 내수 소비 둔화와 신규 브랜드 투자 부담이 실적에 반영됐다.

회사는 안티에이징 스킨케어 브랜드 엠퀴리(M_CURIE)를 통해 뷰티 사업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출시 1년 만에 운영을 종료했다가 리론칭한 해당 브랜드의 매출 비중은 코오롱FnC 내에서 크지 않지만, 패션을 넘어 뷰티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코오롱FnC가 뷰티를 '플러스 알파'로 삼아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화장품 사업의 본격적인 수익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섬, VIP 타깃 '오에라'로 반전 노려



한섬은 2분기 매출 3381억원, 영업이익 7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1.1%, 82% 감소했다. 이에 회사는 고급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OERA)'를 앞세워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오에라는 스위스 연구소와 협업해 개발된 프리미엄 제품으로, 백화점 VIP와 면세점 채널이 주요 판매처다. 실제로 매출의 90% 이상이 VIP 고객층에서 발생할 정도로 고가·니치 시장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브랜드 인지도 확산은 더디고, 자회사 한섬라이프앤은 여전히 누적 적자 구조를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VIP 타깃 전략은 단기적으로 안정적 매출을 보장하지만 대중성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장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화장품 진출, 선택 아닌 생존 문제"


패션이 내수 부진에 고전한 사이, 화장품은 글로벌 수요를 발판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경기와 계절에 취약한 패션과 달리, K-뷰티는 해외 시장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내며 대조를 이룬 것이다.

불황 때마다 판매량이 출렁이는 의류와 달리, 화장품은 중국·동남아·미국 등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외형을 키우고 있다. 이에 주요 패션사들이 뷰티 사업으로 적자를 메우고, 신흥국 공략에 속도를 내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패션사의 화장품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문제"라며 "앞으로 뷰티는 단순한 보완책이 아니라 경영 전략의 중심으로 격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패션기업의 화장품 진출은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이라며 "앞으로는 누가 먼저 해외 시장에서 확실한 체급과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느냐가 업계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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