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본비율·레버리지비율 일률 적용···위험 반영 한계미국·유럽은 규모·위험도 따라 차등 규제···한국은 경직귝제 기준 반영·내부모형 허용 등 제도 개선 목소리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자본 건전성 규제로는 크게 순자본비율(NCR) 규제와 레버리지비율 규제가 꼽힌다. 순자본비율은 증권사가 보유한 순자본(자기 자본에서 부실 자산 등을 차감한 자금)을 각종 위험액(필요 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영업용 자금 대비 얼마나 여유 자본이 있는지를 나타낸다.
레버리지비율은 총자산을 자기 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증권사가 자기 자본에 비해 얼마나 많은 자산(부채 포함)을 운용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지표다. 현재 법규상 증권사는 순자본비율 100% 이상, 레버리지비율 1100% 이하 등을 유지해야 한다. 이 두 지표는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관리하고 위기 시 손실흡수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잣대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이 영업 규모나 사업 특성과 무관하게 획일적인 자본규제를 적용받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져왔다. 레버리지비율 역시 국제 기준에 비해 엄격한 수준으로 운용되는 등 규제 체계가 다소 경직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대비 한국의 자본규제가 국제적 정합성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브로커-딜러(증권사)에 대해 1930년대부터 순자본비율 규제를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자산 규모가 작은 소형사에만 일정 수준의 레버리지 한도를 적용할 뿐, 중대형사에는 별도 레버리지 규제를 두지 않는다.
유럽도 지난 2021년 새로운 투자회사 규제를 도입해 초대형 투자은행에만 은행과 동일한 바젤 규제를 적용했다. 대부분 증권사에는 미국식 NCR 규제와 유사한 자본규제만 적용하도록 체계를 개편했다. 반면 한국은 모든 증권사에 일률적으로 순자본비율과 레버리지비율을 강제하고 있어 국제 추세와 대비된다.
안전자산도 동일 취급···레버리지비율 '단순 산식'
특히 레버리지비율은 증권사의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보는 단순 지표라 자산의 개별 위험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국채나 예금 등 안전자산과 부동산 PF나 고위험 파생상품을 동일한 자산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손실 위험이 낮은 자산을 많이 들고 있어도 레버리지비율 산식상 똑같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규제는 증권사의 위험관리 수준이나 건전성을 평가하기보다 자산 부풀리기 여부만 살피는 데 그치고 있다"며 "레버리지비율 규제는 보완적인 지표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제 결제은행(BIS)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에 레버리지비율을 도입하면서, 위험가중자산 기반 규제의 허점을 보완하려는 보조 수단으로 설계한 바 있다. 다만 한국은 증권사 레버리지비율을 2016년 적기시정조치 기준에 포함시키고 주요 건전성 규제로 직접 활용해왔다.
순자본비율(NCR) 역시 실효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순자본비율은 증권사의 영업용 자본 대비 여유자본(순자본)의 충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100%를 최소 기준으로 두고 100%라면 필요한 최소 자본만 딱 갖추고 있다는 뜻이고 그 이상이면 여력이 더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규제가 증권사의 자본 활용 여력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순자본비율 산정 공식상 위험액 산출 기준이 보수적이고 영업범위 제한 요건으로 활용되다 보니 증권사들은 규제비율을 한참 웃도는 수준까지 NCR을 높게 유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위험인수 기피 현상이 심화돼 온 것이 사실이다.
NCR 규제에 자본 활용 제약···기업금융 한계
순자본비율은 증권사가 위험자산을 늘릴 때마다 분모인 총위험액이 커져서 비율이 떨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새로운 투자나 대규모 기업금융(IB) 딜을 인수했을 때 NCR이 급격히 하락해 당국 규제선에 가까워질 수 있는 셈이다. 일부 대형 증권사의 경우 모험적 자산운용을 통해 높은 수익률(ROE)을 올리더라도 NCR이 떨어지면 곧바로 재무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금융투자협회는 은행 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국제결제은행(BIS) 자본규제를 적용받아 독립계 증권사보다 자본 활용에 제약을 받는 점을 금융당국에 개선 건의하고 있다.
현재 은행은 비상장주식 등 단기매매증권을 취득할 때 위험가중치(RWA)를 기본 400%로 적용받고 특정 조건 충족 시 250%·100%로 완화된다. 은행 지주 소속 증권사들은 연결 기준에서 이 같은 은행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은행 지주에 대한 자본규제는 국제기준(BIS)에 따른 만큼 당국이 증권사 건의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증권업의 건전성 규제가 과도하게 획일적이라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규제체계를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바젤Ⅲ 체계와 유사하게 위험유형별 최소자본 규제와 총자본규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영업용순자본 규제를 신용·시장·운영위험 등 개별 리스크에 따라 산출하고, 별도로 유동성·레버리지 규제와 결합해 총괄적인 건전성 관리를 하자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위험 가중방식, 시장위험 측정모형 등 세부 산출방식에서도 국제기준을 적극 도입해야 국내 증권사의 해외 영업과 규제 정합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위험관리 역량이 우수한 회사에는 내부모형(Internal Model) 사용을 허용해 자본 산출의 정확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표준방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대형사의 정교한 리스크 관리 능력이 제약받고 있어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국제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자본규제를 규제 목적별로 세분화하고 위험 산출방식을 고도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비율 규제에서 벗어나 리스크 기반의 정교한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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