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13일 수요일

  • 서울 22℃

  • 인천 22℃

  • 백령 24℃

  • 춘천 22℃

  • 강릉 25℃

  • 청주 29℃

  • 수원 26℃

  • 안동 28℃

  • 울릉도 25℃

  • 독도 25℃

  • 대전 31℃

  • 전주 32℃

  • 광주 31℃

  • 목포 28℃

  • 여수 30℃

  • 대구 31℃

  • 울산 32℃

  • 창원 30℃

  • 부산 30℃

  • 제주 29℃

비금융사 지분 못 쥐는 금융지주···과도한 규제에 경영 효율성 '뚝'

연중기획 | 한국경제 망치는 대못을 뽑자

비금융사 지분 못 쥐는 금융지주···과도한 규제에 경영 효율성 '뚝'

등록 2025.08.13 09:56

수정 2025.08.13 10:50

박경보

  기자

공유

금산분리 규제에 플랫폼·후선업무 통합 한계주요국은 융복합·공유서비스로 경쟁력 강화규제완화 논의 속 시장감시·소비자보호 과제

비금융사 지분 못 쥐는 금융지주···과도한 규제에 경영 효율성 '뚝' 기사의 사진

국내 금융지주들이 비금융사 지분 소유를 막는 금산분리 규제에 가로막혀 그룹 차원의 서비스 개발과 경영 효율화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해외 금융그룹이 비금융·금융 융복합 서비스를 확대하며 경쟁력을 키우는 사이 국내 금융지주는 법적 제약 속에 반쪽짜리 혁신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산분리 규제란 금융자본(은행 등 금융회사)과 산업자본(제조업 등 비금융회사)의 상호 지배를 제한하는 것을 뜻한다. 이해상충과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금융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도입됐다.

우리나라는 1982년 은행법 개정으로 동일인(산업자본)이 은행 지분 8%를 초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금산분리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공정거래법,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여러 법률에 걸쳐 구체적인 규제가 마련됐다. 현재 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서는 "금융업·보험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를 제외하고는 국내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는 다른 기업의 지분을 5% 초과 보유할 수 없다. 다른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지분 50% 이상(상장사는 3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은행법도 은행 등 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15% 이상 취득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이 산업계를 좌지우지하거나 재벌 등 산업자본이 은행을 사금고화하는 사태를 예방하려는 장치다.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디지털 혁신과 경영 효율화를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핀테크 등 신산업에 적극 투자하기 어렵고 후선업무(BPO)를 전담할 자회사를 두지도 못하며, 임원 겸직 제한까지 겹쳐 그룹 시너지를 내기 어려워서다.

예외적으로 금융지주 자회사들이 업무상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를 할 경우 일부 지분 투자가 허용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한적인 범위여서 플랫폼 사업 등 비금융 분야로의 진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산분리 규제, 디지털 혁신·경영 효율성 발목


금융지주들은 플랫폼 기반의 종합 금융서비스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 등으로 혁신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금융회사가 은행 중심의 전통적 업무에 치중하는 사이 빅테크와 핀테크는 금융 영역을 잠식해오는 현상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규제혁신회의 등을 통해 금융회사의 기능 확대 차원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논의해왔다. 특히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금융·비금융 경계가 모호해진 만큼 금융회사 자회사 투자 및 업무범위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을 일부 수용했다.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핀테크 기업에 대한 지분출자 한도를 현행 5%에서 15%까지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 금융권의 갈증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안팎에선 비금융 자회사 보유를 원천 금지한 근본 규제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비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는 규제는 금융권의 비용 절감 노력을 제약하고 있다. 일반 기업 집단에서는 인사·홍보·IT지원 등 공통 기능을 수행하는 공용 자회사를 두거나 계열사 간 업무공유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지만 금융지주는 쉽지 않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령은 지주회사나 자회사 간에 업무를 위탁하는 것은 허용하면서도 금융당국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이 때문에 동일 그룹 내에서도 은행·증권·보험이 각각 별도의 인사·총무·전산 부서를 운영하고, 법무·컴플라이언스 인력도 중복 투입되는 비효율이 발생해왔다. 일본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이 별도 공유서비스 자회사를 두고 그룹 전체의 IT시스템 개발·인사관리 등을 일괄 처리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도 IT 전문 자회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100% 소유 형태가 아니라 은행 등 계열사가 나눠 투자하거나 전자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특수한 경우에 한정된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4월 발표한 금융지주사 경쟁력 강화 방안에 후선업무 위탁 절차 간소화 조치를 포함했다. 그간 4단계로 복잡하게 나뉘어 있던 업무위탁 승인·보고 체계를 3단계로 줄이고, 중요도가 낮은 비핵심 업무는 사후보고로 완화하기로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전산이나 총무 부문도 사전승인 대상이었다면 앞으로는 사후보고만으로 계열사 간 통합 수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개선방안은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특히 금산분리 원칙과 관련된 조항을 건드리는 만큼 정치권 논의 과정에서 이해관계 충돌과 규제완화 논란이 불가피하다.

투자 한도 확대 넘어 근본적 제도 손질 필요


전문가들은 금산분리 규제완화가 금융그룹 내 중복투자·인력낭비를 줄이고 디지털·리스크 관리 등 후선 부문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은산분리와 소비자 보호라는 제도적 틀 속에서 '위탁 범위'와 '통합 업무의 내부통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빅테크는 모빌리티·커머스 업체를 인수해 금융과 결합할 수 있지만 은행은 동일한 전략을 쓸 수 없어 기울어진 운동장이 유지된다"며 "투자한도 설정, 사후심사 강화 등 안전장치를 전제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기술 확산과 빅테크 금융 진출, 금융·비금융 겸업 추세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우리나라도 금산분리 규제를 현행과 같이 강한 수준으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변화하는 글로벌 흐름에 맞춰 금산분리 제도의 적용 방식에 유연성을 부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여은정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 효율성 개선을 목표로 한다면 단순히 은행의 비은행 분야 진출이나 기업의 금융기관 소유 허용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식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금산겸업 기업의 경영상태를 시장과 감독당국이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열사별 신용정보를 신용평가사 등을 통해 외부에서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그룹 내부와 외부 간 정보 격차를 줄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정보 접근성 확대가 여의치 않다면 금산겸업 기업에 대해서는 계열사 대출 비중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률과 예금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은행과 거래플랫폼의 겸업 금지, 대출유동화증권(LBS) 유통 겸업 제한 등으로 정보 비대칭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