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대 구조 개편 방향과 지원 원칙 공식 발표270~370만t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 포함업계, 불확실성 해소 기대와 실망감 교차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다만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산소호흡기를 바랐던 업계 입장에서는 정부가 조건부 지원을 제시한 데다 사실상 작년 말 내놓은 방안과 별다를 것 없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일 구조개편 3대 방향과 정부지원 3대 원칙 등을 담은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석유화학 구조개편은 ▲과잉 설비 감축 및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 ▲재무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 등 3대 방향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지원 3대 원칙으로 ▲3개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구조개편 동시 추진 ▲충분한 자구노력 및 타당성 있는 사업재편 계획 마련 ▲정부의 종합지원 패키지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날 정부와 석유화학 업계의 협약에는 270만~370만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도 담겼다. 이는 석유화학 업계가 산업계 자율컨설팅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현재 국내 전체 NCC 생산능력이 1470만t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약 18~25%에 달하는 양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근본적인 위기 원인인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자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에서 "석유화학 업계가 뼈를 깎는 각오로 사업재편에 나서준다면 정부도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며 "사업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고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있다면 정부에서도 각종 지원 등을 통해 당근을 주겠지만, 그러한 자구 노력 없이는 그 어떤 지원책도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의 지원책을 기대했던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로 실망감이 큰 모습이다. 작년 말 전 정부에서도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내놓았지만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지지부진해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 6월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 등이 이번 발표에 포함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선 자구책'이라는 조건부가 붙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생명 연장이라도 할 수 있게 산소호흡기라도 달아달라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정부 발표 뚜껑을 열어보니 보편적인 지원은 없고 핀셋 형태의 지원은 고민해볼게 정도의 입장이라 아쉽다"면서도 "어쨌든 기업들은 정부가 자구책을 마련해야 지원해주겠다고 했으니 뭐라도 받으려면 빨리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타 산업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했을 때 석유화학 업계를 살리고자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작년 말 제고방안과 달라진 게 무엇인지 모를 만큼 김이 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에서도 작년 말 대책과 별다를 것 없다는 지적들을 의식해 이번 발표는 로드맵 방향을 밝힌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 산업부 관계자는 백브리핑을 통해 "작년 발표한 것과는 완전 다른 내용"이라며 "오늘 발표는 석유화학 구조개편 방침과 방향을 밝히는 일종의 룰 세팅으로 향후 로드맵을 어떻게 가져가겠다는 방향성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NCC 감축안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70∼370만t 감축이라는 총량은 설정됐지만 어떤 기업이 얼마만큼 줄일지 등 상세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에서다. 정부가 '무임승차' 기업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기업 간 치킨게임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NCC 감축 총량만 있어 어떻게 줄여나갈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만약 기업 자율로 둔다면 결국 서로 눈치만 보다가 버티는 기업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부터 자연 도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신 정부가 공급 과잉 부분을 줄여야 하고 자구책을 가져오면 지원을 해주겠다는 방향성 등 그라운드 룰 같은 것을 정해주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은 해소됐다"며 "이제 막 구조개편을 위한 첫발을 뗀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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