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번주 중 반도체 관세 설정" 예고美 행정부, 인텔 살리기 직접 지분 인수 추진삼성전자·SK하이닉스 추가 투자 압박할까
18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르면 이번주 반도체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앞서 이달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떠나기 전 전용기 기내에서 "내주와 그 다음주 철강과 반도체에 관세를 설정할 것"이라며 수입 반도체에 대해 200~300% 관세율을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반도체 관세율과 관련해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회를 위해 초기에는 낮을 것"이라면서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매우 높아질 것이며 이곳에 짓지 않는다면 매우 높은 관세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트럼프가 이번주 중으로 반도체 관세를 확정 짓는다면 국내 반도체 입장에서는 그간 이어져온 관세 불확실성을 지울 수 있다. 한국은 얼마전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등 품목관세의 최혜국 대우(유럽연합 기준 15%) 약속을 받아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 내 공장을 보유하거나 짓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을 가지고 있고, 내년부터는 테일러 공장도 가동한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핏에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다만 최혜국 대우 약속이 지켜질지, 추가적인 요구는 없을지, 어떤 식으로 관세가 부과될지 등 변수가 많다. 특히 트럼프의 기조는 명확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 내 생산'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관세를 다시 무기로 삼을 수도 있다. 이미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보조금'이라는 당근 없이도 TSMC 등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투자를 끌어내려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더불어 '미국 내 생산'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반도체에만 관세 혜택을 준다고 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을 가동하고 있긴 하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양사 모두 대부분의 반도체 생산 거점을 국내, 중국 등에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면 반도체 기업들 뿐만 아니라 반도체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세트사(완성품 업체) 등 전반적으로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안들이 나온 것은 아니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 기업인 인텔 살리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4일 트럼프 행정부가 경영난을 겪는 인텔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인텔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미 행정부는 인텔 지분 인수를 위해 반도체법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인텔은 반도체 업계를 군림하며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AI 등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다. 인텔은 결국 경영난에 빠지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아예 손을 걷고 나서 미국 기업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을 살려내고자 TSMC와도 접촉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이제는 직접 개입마저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도 딱 들어맞는다. 미국이 황금시대를 누리기 위해 자국 기업을 살리겠다는 의중이다. 더불어 인텔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얘기는 한층 더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인 인텔 밀어주기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는 뜻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파운드리 업체를 택할 때 TSMC나 삼성전자 대신 인텔을 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투자 등 자국 기업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 중인 삼성전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며 "반도체 관세의 경우도 트럼프 행정부가 현 투자 수준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되면 관세를 카드 삼아 추가 투자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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