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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테슬라 뚫은 삼성 파운드리, 빅테크 추가 수주 기대감

산업 전기·전자

테슬라 뚫은 삼성 파운드리, 빅테크 추가 수주 기대감

등록 2025.07.29 15:09

전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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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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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3조원 규모 달해···8년 장기 계약테슬라 자율주행·로봇용 AI6 칩 생산 단독 수주장기 적자 벗고 빅테크 고객사 확보 기대

테슬라 뚫은 삼성 파운드리, 빅테크 추가 수주 기대감 기사의 사진

"파운드리와 시스템 LSI 사업을 분사하는데 관심이 없다. 우리는 사업의 성장을 갈망하고 있다"(작년 10월 경제사절단으로 필리핀 방문 당시 외신기자의 삼성 파운드리 분사설과 관련된 질문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답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갈증이 일정 부분 해갈됐다. 약 23조원 규모의 테슬라AI칩 생산을 전담하게 되면서다. 그간 수조원대 적자를 지속해오며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파운드리가 이번 계약을 계기로 부활하고 다른 빅테크 기업들까지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테슬라 AI5칩 TSMC에 뺏겼지만 AI6는 다시 삼성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글로벌 대형기업과 22조7648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이달 24일부터 2033년 12월 31일까지 총 8년이며, 금액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300조8709억원) 대비 약 7.6%에 해당한다.

공시 당시 계약 상대방은 영업기밀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계약 금액이 23조원에 달하고 8년에 이르는 장기 계약이라는 점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해왔다. 이어 공시 직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삼성에 차세대 AI6 칩 생산을 맡겼다"고 밝히면서 계약 상대방이 테슬라임이 공식화됐다.

머스크는 X를 통해 "텍사스에 있는 삼성의 거대한 신규 반도체 공장은 테슬라의 차세대 AI6 칩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현재 AI4를 생산하고 있고, 최근 설계를 마친 AI5는 TSMC가 대만에서 첫 생산한 뒤 애리조나에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계약을 통한 테슬라 AI칩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의 2나노(㎚, 나노미터) 공정을 활용해 생산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2나노 공정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도 앞지른 성과였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GAA를 적용한 3나노 공정은 수율 부진을 겪었고 고객사 확보 어려움으로 이어졌었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23조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해냈다는 것은 파운드리 사업부의 기술력과 수율이 까다로운 고객사의 눈높이를 맞출 정도로 올라왔다는 얘기다.

테슬라가 위탁 생산을 의뢰한 제품은 AI6 칩셋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테슬라 차량에 탑재되는 AI4를 생산·공급하고 있으며, AI5는 대만 TSMC가 수주해 대만과 미국 애리조나에서 올해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차세대 AI6 칩을 다시 삼성전자에 맡긴 것을 두고 삼성이 파운드리 기술력과 신뢰를 입증한 결과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테슬라가 AI4는 삼성, AI5는 TSMC에 맡겼다가 AI6을 다시 삼성에 맡긴 것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테슬라라는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22조원 규모의 대형 수주를 확보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전제 조건은 양산 수율 확보"라며 "반도체는 투입 대비 양품 비율(수율)이 곧 실력인데, 수율이 낮으면 원가 부담으로 사업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 60%, 궁극적으로는 90% 이상의 (수율을) 확보해야 하며, 삼성은 테슬라와의 계약을 통해 이 부분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가 "로봇 등 잠재성장률 따라 추가 수주 가능성도"


AI6칩은 테슬라의 자율주행차량과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탑재될 예정이다. 아직 출하량 등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추후 수주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AI6의 전 생산주기(약 8년)를 단독으로 생산한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AI6를 탑재할 예정인 자동차와 로봇 등의 향후 8년간 출하량을 현 시점에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며 적정 수량 계획을 기준으로 계약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로봇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잠재 성장률에 따라 추가 수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테슬라와의 협력을 통해 차량용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확산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테슬라와의 대규모 계약은 삼성전자가 기술력과 신뢰를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2028년 이후 파운드리 사업부 연간 매출이 3~4조원가량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AI6 칩은 테슬라 장기 전략의 핵심 품목으로, 2027년 하반기부터 공급이 시작돼 2028년부터 본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적자보던 파운드리 사업부 부활 신호탄될까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부활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무색할 정도로 그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적자를 지속해왔다. 삼성전자는 아직 올해 2분기 부문별 세부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 추정 규모는 약 2조원대에 달한다.

또한 TSMC와의 격차도 좁혀지기는커녕 점점 더 벌어져왔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67.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7.7%로 2위를 차지했다.

작년 4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TSMC가 67%로 1위, 삼성전자가 8.1%로 2위를 기록했던 바 있다. 순위에는 변동이 없지만 삼성전자와 TSMC간의 점유율 격차는 더욱 벌어졌으며 올해 1분기 중국 SMIC의 점유율은 6%로 삼성전자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다만 이번 계약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다른 고객사들의 유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테슬라에 탑재되는 반도체 칩은 자율주행용이기 때문에 내구성에 초점이 맞춰졌던 기존 내연기관차량의 반도체 칩과는 기술력 측면에서 차원이 다르다"며 "삼성전자가 TSMC에 여러 방면에 걸쳐 뒤처져 있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이룬 결과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고무적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현재 반도체 시장의 핵심인 AI 반도체, 그중에서도 엔비디아를 아직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이번 계약 성사가 오히려 반 엔비디아 진영의 유입 시작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독식해왔고 엔비디아의 AI 칩 생산은 사실상 TSMC가 모두 소화했다. '엔비디아-TSMC' 진영이 AI 반도체 시장 성장의 수혜를 고스란히 가져간 셈이다. 이에 엔비디아의 독주를 막기 위한 반 엔비디아 진영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주문이 밀려있는 TSMC 대신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고객사를 늘리는 것은 숙제다. 미 테일러 공장은 그간 완공됐음에도 가동 시점은 당초 2024년이었던 계획과 달리 오는 2026년으로 미뤄졌었다.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번 테슬라 물량 확보로 숨통은 트일 수 있게 됐지만 추가적인 고객사 유치는 필수다. 따라서 고객사 확보가 절실한 삼성전자가 기술력을 기반으로 가격적인 측면에서까지 베네핏을 제공한다면 빅테크사들의 추가 수주는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엔비디아 제품을 TSMC에 뺏기면서 상당히 우려가 많았지만 소위 반(反) 엔비디아 기업을 확보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이를 현실화한 것"이라며 "TSMC 규모를 당장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TSMC 외에도 삼성전자를 선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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