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165억달러 계약···'파운드리 부활' 예고 기술력 정비와 영업망 수습 노력 성과로 이어져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와 다년간 총 165억달러(약 22조8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팹(반도체 제조시설)에서 차세대 인공지능 칩 'AI6'를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AI 칩 시리즈는 차량의 완전자율주행(FSD) 구현을 앞당길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그 중 AI6은 현재 주력으로 쓰이면서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생산되는 AI4보다 한층 발전한 제품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해당 칩을 2나노 첨단공정으로 만들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계약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의 매출을 연간 15% 가까이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선단 공정의 안정성까지 증명한 셈이 됐다.
'깜짝 발표'에 삼성전자 안팎에선 한진만 사장의 리더십도 재조명되고 있다. 수장으로 발탁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기초 체력을 보강하고 눈여겨볼 만한 성과도 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한 사장은 D램·플래시설계팀을 거쳐 SSD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미국총괄 등을 역임했다. 연구개발과 영업 분야에 모두 몸담은 만큼 기술에 해박하고 비즈니스 감각까지 겸비한 리더로 통한다. 과거 메모리사업부장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특히 한 사장은 해외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년 3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 중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제품에 '승인' 서명을 하며 화제가 됐는데, 현장에서 이를 받아낸 인물이 바로 한 사장이었다.
다만 한 사장이 부임할 당시 파운드리사업부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장기간 실적 부진이 지속된 탓이다. 기술력과 수율의 부재, 영업 부진 등 시그널이 속속 감지되자 시장에선 사업 자체의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한 사장은 가장 먼저 운영 프로세스와 기술 개발 현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거래 기업과 소통하는 데 주력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문제를 정확히 짚어야 사업 효율을 높이고 수익도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3월 정기 주주총회 당시 한 사장은 "현재 삼성전자는 65나노부터 2나노까지 다양한 공정을 지원하는데, 이를 어떻게 효율화하고 노드별로 적합한 거래처를 찾느냐가 관건"이라며 "사업부를 맡은 뒤 줄곧 현장과 대화하며 시장에서 바라보는 회사의 위치를 파악하려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공정별 수익성을 개선하고, 비용 감축 차원에서 비효율적인 투자·관행을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한 사장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그는 "현재 GAA 기술로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며, 이를 감안했을 때 경쟁력이 없는 게 아니다"라면서 "수율을 높이는 등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간에 최대한 빠르게 안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외부에선 삼성전자가 테슬라로부터 일감을 따내면서 한 사장도 특유의 안목과 역량을 재차 입증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뉴삼성'의 핵심 동력인 파운드리 사업으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한 사장을 향한 그룹 내 신뢰 역시 더욱 커졌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 사장이 장기간 고전하던 파운드리 사업의 흐름을 바꿨다"면서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지 않고 조직 안정화 측면에도 신경을 쏟으며 핵심 경영인으로서 존재감을 높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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