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제조AI 전환의 멋진 비전과, 사라지지 않는 데이터 구축이라는 손 가는 일

전문가 칼럼 양승훈 양승훈의 테크와 손끝

제조AI 전환의 멋진 비전과, 사라지지 않는 데이터 구축이라는 손 가는 일

등록 2026.01.21 14:38

수정 2026.01.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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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AI의 핵심인 디지털 트윈은 '제조업의 미래'라는 수사와 함께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2020년 31억 달러에서 2026년 482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대개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공장 전체를 실시간 3D로 가시화하는 '메타버스형 관제 화면'이며, 둘째는 예지정비·최적화·자율운영으로 이어지는 'AI 기반 운영 혁신'이다. 즉 제조 현장이 메타버스에 구현되고, AI가 생산 운영 방식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의 규모는 커지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디지털 트윈은 "현장에는 반영되지 않는 그럴듯한 화면"에 그치는 수준이다. 알고리즘은 고도화되었으나,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데이터의 품질, 연속성, 책임 구조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제조 디지털 트윈 설문에서는 '도입 완료/일부 도입'이 28%에 그쳤고, 적용 분야도 생산 시뮬레이션(53.6%), 공정 최적화(53.6%)가 중심이며 설비 예지보전은 35.7% 수준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디지털 트윈은 시각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를 생산하고 유지하는 생산체계'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생산 방식'의 차이가 결정적으로 작동한다. 메모리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과 같은 흐름형(Flow) 생산은 공정이 선형적이고 제어점이 비교적 고정되어 센서, 공정 데이터가 안정적으로 누적되며 품질 관리와도 결합되기 쉽다.

반면 조선, 기계, EPC와 같은 모듈형(Modular) 생산은 도면 변경, 자재 이동, 재작업, 현장 협상과 조율이 상시적으로 발생한다. 변수의 수가 폭증하고 공정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표준 프로토콜을 구축하더라도 "이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합의가 쉽게 성립하지 않고 매번 제품군이 바뀔 때마다 다시 협상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트윈은 공장 복제물이 아니라, 생산체계의 복잡성과 갈등을 그대로 복제하는 장치가 되기 쉽다.

국내의 '선도 사례'는 이 간극을 잘 보여준다. LG전자 창원 'LG 스마트파크'는 디지털 트윈이 생산 데이터를 30초 단위로 분석해 향후 10분 내 발생 가능 이슈를 예측하고 현장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포스코DX 역시 실제 제조 현장과 연결된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검증하는 디지털 트윈 공장 지향을 공식적으로 제시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선 분야 등에서 인공지능 전환은 커녕 데이터 통합과 디지털 전환이 실용적 수준으로 정립되었다는 소문은 잘 들리지 않는다. 데이터와 상관 없는 디지털 트윈의 멋진 데모 버전 UX만 시연될 뿐이다.

현장에서 데이터 구축이 어려운 것은 '기술'보다 '책임'문제에 가깝다. 센서 데이터는 장비에서 추출하고, 수집·처리는 SI회사가 담당하며, 운영 데이터는 현장이 축적하는데, 각 조직의 데이터 해석에 있어서 이견이 갈등사항이 되는 게 다반사다. 디지털 트윈이 '진실의 단일 출처(SSOT)'를 지향한다고 말하더라도, ERP(이론 수량), MES(공정), SCADA(센서), 엑셀(수작업)을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의 통합에서 막히면, 디지털 트윈의 구축과 AI 전환은 가능하지 않아진다.

정부 주도의 스마트공장 정책으로 중소기업을 포함한 많은 제조기업들이 ERP 도입과 데이터 통합 사업에 참여했다. AX를 직접 실행할 수 있는 등대공장도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제조 AX를 논하기에 그 수준은 미약하다. 제조 AX를 목표로 2025년 9월 출범한 '제조 AX 얼라이언스(M.AX)' 역시 1000여 곳 참여, 10개 분과 구성, 2030년까지 100조 원 이상 부가가치 창출 목표를 제시했지만, 현장의 병목은 여전하다.

AI 업계는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갔다"고 말하나, 국내 제조업의 현실은 특정 산업의 특정 제조업 몇 개를 제외하면 미약한 상황이다. 제조 AX는 여전히 데이터 구축과 이를 위한 조직 운영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산직 노동자들의 숙련에 의존을 많이 하는 산업은 노사관계도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디지털 트윈은 공장의 복제물이자 조직의 디지털 거울이다. 화려한 화면이 곧 혁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필요한 것은 기술의 추가가 아니라 조직의 준비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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