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메모리 경쟁마이크론 "내년 물량 완판 확신" 자신감 드러내삼성전자 '턴키 솔루션'으로 반격 시도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메모리 3개사 모두 고객사에 HBM4(HBM 6세대) 샘플을 제공했다.
현재 시장의 메인 제품은 HBM3E(HBM 5세대)이지만 이미 메모리 3사는 다음 세대인 HBM4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가장 먼저 샘플 제공 소식을 알린 곳은 단연 HBM의 왕좌인 SK하이닉스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고객사에 HBM4 샘플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뒤이어 마이크론과 삼성전자도 앞다퉈 샘플 출하 소식을 전했다. 고객사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HBM의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 등으로 추정된다.
그간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리드해왔다. HBM은 인공지능(AI) 시대와 함께 개화한 시장으로, 급성장한 시장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리고 있는 곳이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다. 엔비디아는 AI 가속기로, SK하이닉스는 해당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HBM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초반부터 HBM의 큰손인 엔비디아를 뚫는데 성공,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경쟁사들보다 절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은 6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같은기간 마이크론의 시장점유율은 21%로 2위, 삼성전자가 17%로 3위다.
HBM을 등에 업은 덕에 SK하이닉스는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었다. 작년 연간 영업이익에서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앞질렀다.
SK하이닉스는 올해도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2분기는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거두며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9조원대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는 아예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을 뛰어넘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을 15조원 가량 제쳤다.
HBM이라는 날개를 단 SK하이닉스는 33년간 D램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삼성전자를 꺾고 D램 왕좌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이같은 독무대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HBM은 제품 특성상 고객과 1년 전 공급 물량을 합의한다. 이에 SK하이닉스의 올해 HBM 물량의 경우 이미 작년 5월 판매를 완료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역시 내년 물량을 상반기 내 협의해 마무리 짓겠다고 했지만 아직 '완판'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작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앞서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 HBM 물량은 이미 완판됐으며 내년 물량도 올해 상반기 내 고객과의 협의를 마무리해 매출 안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HBM4 가격 인상률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마이크론은 내년 물량 완판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11일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회계연도 4분기 실적 전망치 발표에서 "당사는 고객들과 2026년 HBM 물량에 대해 협의해왔고 몇 달간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 HBM 공급량을 전량 판매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내년 물량이 어떤 제품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HBM3E 12단 및 HBM4와 관련해 협상을 진행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HBM에서 만큼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삼성전자도 최근 파운드리 부문에서 테슬라, 애플 등 글로벌 대형 고객사 유치에 성공하며 경쟁력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일무이하게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 등 '턴키 솔루션'을 갖추고 있어 파운드리의 중요성이 커진 HBM4에서 강점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HBM4는 이전 세대와 달리 베이스 다이를 메모리 제조사들이 아닌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만든다. 파운드리 역할이 중요해지는 셈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의 시장 진입 자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어 SK하이닉스의 추가적인 점유율 상승은 산술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SK하이닉스가 경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은 전공정, 후공정 등 전반적인 기술력 자체가 올라간 것이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HBM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국면에서도 경쟁 업체들과의 격차는 좁혀질 수 있겠으나 당분간 SK하이닉스의 경쟁 우위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AI 등으로 인한 HBM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경쟁이 심화되더라도 성장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은 공급 단위에서의 경쟁이 점차 격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수요 자체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SK하이닉스의 성장폭이 제한적일 수는 있어도 성장 방향성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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