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불황 속 기술력 경쟁 돌입, 생존 공식 변화포스코·현대제철, '방산·에너지' 국가 수요 전략세아그룹, 항공우주 소재 선점···확장 국면 진입
지난해 국내 주요 철강기업인 포스코·현대제철·세아제강은 모두 매출이 줄었다. 국내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으로 인한 내수 부진, 글로벌 수요 둔화와 관세로 수출에 대한 부담도 높아지면서 구조적 불황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단순 경쟁자가 아니라 글로벌 철강 시장의 질서를 바꾸는 변수가 됐다. 범용 철강재는 가격 경쟁의 영역에서 벗어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산업으로 전락했다.
이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의 초점은 철근·후판 등 범용 철강재 대신 방산·항공우주·에너지 '특수강'으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탄소 규제가 맞물리며 국가 차원의 에너지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미국 중심의 조선·방산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더욱이 특수강은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마진도 높다. 실제 범용 철강재 영업이익률은 1~3%에 그치는 반면, 특수강은 두 자릿수 마진을 기대할 수 있는 고부가 사업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방산·에너지 특수강에 집중하며 '국가 수요 안정형' 전략을 택했다.
포스코는 함정용 방탄강·고연성강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방탄강은 조선용 후판보다 두께가 30% 얇지만 동일한 방탄 성능을 갖췄다. 고연성강 역시 연신율(늘어나는 비율)과 충격 흡수율을 높였다. 충돌 시 손상을 줄이고 방호력을 높였으며, 무게를 줄여 기동성을 향상시킨 점이 핵심이다. 향후 차세대 함정과 해양 방산 분야 적용이 기대된다.
에너지용 강재로는 극저온 환경에서 버티는 고망간강이 있다. 고망간강은 영하 196도에서도 깨지지 않는 강재로, 액화천연가스(LNG)·액화수소 운반선 및 육상 탱크에 적용할 수 있다. 이는 친환경 선박 수요와 맞물려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제철도 방산용 특수강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24년부터 현대로템에 장갑차용 후판을 공급했고, 전차용 후판도 올해 양산 및 공급한다. 최근에는 에너지 저장 시설에 사용할 수 있는 초저온 강재 기술을 인정받았다. 영하 165도 이하의 극저온 환경에서 충격과 하중을 버티는 철근 기술로, LNG 저장탱크 및 에너지 설비용 구조 강재로 사용될 수 있다.
방산·에너지 특수강은 국가 정책과 예산, 에너지 프로젝트에 영향을 받는 소재로, 대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가격 방어력이 높다. 국가 수요 기반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수익 방어형 전략으로 평가된다. 향후 미국의 조선 협력 마스가(MASGA)와 글로벌 LNG 프로젝트 본격화에 따라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
세아그룹은 형강·강관 중심에서 우주·항공용 특수강으로 '고수익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
세아그룹은 국내 우주항공 소재 부문 선두주자다. 지주사 세아베스틸지주는 특수강 계열사 세아창원특수강과 미국 텍사스 주에 우주항공용 특수합금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상업 생산을 앞두고 있다. 자회사 세아항공방산소재는 항공기 제작사 보잉과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올해 항공기 동체 및 날개용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소재를 공급한다.
세아의 특수강 사업은 글로벌 우주항공 공급망 내에서 물량 경쟁 및 신뢰 확보 단계에 들어섰다. 기술 인증을 확보한 만큼, 이제는 사업 투자 및 확장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특수강은 범용재보다 수익이 높고 기술 장벽을 갖추고 있으나, 모든 철강사가 따라가야 할 만능 해답은 아니다. 연구개발 및 인증 과정에서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고, 특수강 성격상 특정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도 분명하다.
다만 '철강사=철근' 공식이 깨지면서 특수강이 하나의 생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국내 제조업 전반이 규모 경쟁에서 선별 생존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각기 다른 강점을 살려야 한다는 방향성은 공통적이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살길이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