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철강 인증제도·특구 지정 추진EU CBAM 대응 기반···수출 경쟁력 강화실질적 탄소중립 위한 후속 보완책 주목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이른바 'K-스틸법'이 오는 17일 본격 시행된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 등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실질적인 탈탄소 전환 투자 확대와 시장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K-스틸법의 후속 조치로, 법 시행에 필요한 세부 기준과 절차를 담았다.
시행령에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운영 방안과 저탄소 철강 인증제도, 저탄소 철강 특구 지정 기준, 재생철자원 가공 전문기업 육성, 사업 재편 과정에서의 공정거래법 특례 적용 기준 등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를 통해 철강산업이 단순 제조업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으로 관리되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탄소 배출량이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로 전환되면서 저탄소 철강 인증 체계 구축은 국내 기업들의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장치로 평가된다.
실제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해 철강 등 탄소집약 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CBAM의 본격 과금이 시작될 예정이다. 철강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차원의 인증 체계가 마련되면 해외 고객과의 거래 과정에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국제 인증 기준과의 연계 여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EU CBAM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안다"이라면서도 "국제 인증 기준에 대응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말했다.
철강 특구도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산업 집적 효과와 기반시설 확보 가능성 등을 고려해 특구를 지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특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생산, 물류가 결합된 철강 생태계가 조성될 경우 기업들의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생철자원 활용 확대 역시 주요 과제로 꼽힌다. 철스크랩을 활용한 전기로 생산 비중을 높이는 것은 탄소 배출 감축의 현실적인 방안 중 하나로 평가된다. 시행령은 재생철자원 가공 전문기업 지정 기준을 마련해 관련 산업 육성의 토대를 마련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철스크랩 확보 경쟁이 글로벌 차원에서 치열해지고 있다"며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 구축은 향후 철강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철강산업 지원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최근 철의 날 행사에서 "수소환원제철부터 대규모 연구개발(R&D)까지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K-스틸법이 제도적 틀을 갖췄을 뿐 실제 탄소중립 전환을 이끌 재정 지원은 아직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소환원제철이다. 기존 고로를 대체할 차세대 친환경 제철 기술로 평가받지만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기업들도 연구개발과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여기에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전기로 확대와 수소 생산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지만 국내 전기요금은 최근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탄소중립 전환을 독려하면서도 에너지 비용 부담을 완화할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은 단순히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과 연결된 과제"라며 "장기적인 재정 지원과 에너지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관건은 저탄소 철강 인증제의 실효성이다. 인증 기준이 국제 기준과 괴리가 있거나 기업 부담만 늘릴 경우 제도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저탄소 제품에 대한 수요 창출 방안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생산 비용이 높은 저탄소 철강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공공조달 확대나 인센티브 제도 등 초기 시장 형성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K-스틸법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업계에서는 K-스틸법이 철강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향후 재정 지원과 에너지 정책, 저탄소 시장 창출 방안 등 후속 대책이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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