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조선협력센터 출범, 총 15건 협약 체결AI·디지털 트윈·생산성 혁신 등 조선 전반 협력인력 양성·공동 R&D···한국 조선업 생태계 수출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한국의 1500억달러 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에서 맡을 역할은 단순히 선박을 건조하거나 조선소를 짓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설계와 생산공정, 기자재, 인력 양성, 인공지능(AI) 기술까지 한국이 수십 년간 축적한 조선 산업 생태계 전반을 미국에 이식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인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공식 출범한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를 계기로 미국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등과 총 15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은 인공지능(AI) 기반 생산 혁신부터 공동 설계·건조, 전문 인력 양성, 공급망 구축까지 조선 산업 전반을 아우른다.
이번 협력은 양국의 강점을 결합하는 구조다. 미국은 AI와 소프트웨어, 로봇 등 원천기술에서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상선 건조 경험과 생산성, 숙련인력, 공급망은 크게 약화된 상태다. 반면 한국은 글로벌 수준의 생산관리와 건조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 체결된 협약을 살펴보면 선박 건조 자체보다 생산체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선 생산성 혁신과 공급망 분야에서는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 조선소의 생산 체계를 고도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와 차세대 디지털 조선소 플랫폼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선박 설계와 생산, 공급망, 유지보수 정보를 하나의 3차원 데이터로 통합해 실제 조선소를 가상공간에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기적으로는 AI와 로봇이 작업하는 '피지컬 AI 조선소' 구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무인수상정 기업 사로닉 테크놀러지스와 자율운항·AI 제조기술을 공동 개발한다. 한화오션 역시 필라델피아 지역 경제단체들과 손잡고 미국 현지 제조기업들이 조선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동시에 조선소를 움직이는 인력을 양성하는 작업도 추진된다.
한화오션은 한화필리조선소와 미국 델라웨어카운티커뮤니티칼리지(DCCC)를 연계해 미국 현지 조선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견습생 채용까지 이어지는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한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대학 및 기업들과 AI 기반 생산 시스템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활용한 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고, 미국 조선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AI 공동 연구·개발(R&D)도 본격화된다.
산업부는 향후 5년간 총 1200억원 규모의 한·미 공동 연구사업을 추진한다. 서울대와 미시간대는 AI 기반 통합 선박 설계 최적화 기술을 개발하고,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과 물리 기반 AI 자율운항 플랫폼을 공동 개발한다. HJ중공업은 알루미늄 함정 자동용접 기술을, 현대무벡스는 자율주행 블록 운반 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
이번 프로젝트가 기존 해외 투자와 다른 점은 미국이 부족한 역량과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가 명확하게 맞물린다는 점이다. 한국이 미국에 이전하는 것은 조선소나 선박 한 척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조선 산업 전체를 움직이는 운영 시스템, 즉 산업 생태계다.
이를 연결하는 거점 역할은 최근 공식 출범한 한미조선협력센터(KUSPC)가 맡는다. KUSPC는 미국 정부와 의회, 현지 기업, 국내 조선업계를 연결하는 컨트롤타워로 공동 연구개발과 생산성 컨설팅, 전문인력 양성, 공급망 협력 등을 총괄 지원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배를 수출하는 사업이 아니라 한국이 수십 년 동안 축적한 생산 시스템과 운영 노하우를 미국에 이전하는 산업 생태계 수출"이라며 "앞으로 실제 발주와 설비 투자, 현지 생산 확대까지 이어질 경우 한미 조선협력은 새로운 성장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규제 완화와 투자 지원을 약속하며 협력 확대에 힘을 실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번 프로젝트의 성과는 협약 숫자가 아니라 투자 규모와 현대화된 조선소, 양성한 인력, 구축한 공급망, 실제 건조된 선박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현지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규제 장벽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MASGA 프로젝트의 성패가 협약 자체보다는 실제 미국 조선소 현대화와 현지 생산 확대, 발주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