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임명식' 등 행사 참석하고 한미정상회담도 동행 새 정부 출범 후 '조 단위 투자' 약속하며 힘 싣기도"조용하지만 힘 있는 리더십···LG 위상 재정립" 평가
19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의 경제 협력방안을 찾고자 기획된 자리인데, 구 회장도 주요 기업 총수와 함께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고 투자 계획을 공유했다.
특히 구 회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연일 보폭을 넓히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실제 구 회장은 지난 6월 이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여 만에 가진 기업인 회동부터 이달 11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국빈 만찬, 15일 국민임명식 등에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는 25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도 동행해 우리 정부를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구 회장은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이슈로 산업계 전반이 떠들썩하던 지난달 이 대통령과 개별적으로 만찬을 함께하며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룹 안팎에선 구 회장이 정부와 스킨십을 늘리고 대외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LG의 기업 문화나 구 회장의 성향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인식에서다.
구 회장은 그간 공식 석상 등판을 최소화하고 미래 신사업 발굴과 조직문화 혁신 등 경영 현안을 챙기는 데 주력해왔다. 또 대선 국면에서도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와 접촉하지 않았다. 이는 편법이나 정경유착에 의존하면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없다는 선대 회장의 '정도경영' 철학과도 무관치 않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구 회장의 태도엔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정부 요청에 적극 응하는 것은 물론, 형식적으로 자리를 채우는 게 아니라 현 주소를 정확히 진단하고 필요할 땐 목소리를 내는 등 대외적으로 기업 총수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새 정부 출범 후 가장 먼저 대규모 투자를 공식화한 곳도 LG였다. OLED 기술 경쟁력과 성장기반 강화를 목표로 2년간 총 1조2600억원의 투자를 결정하면서다. 당시 시장에선 구 회장과 LG가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과제 실현에 힘을 보태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엔 그룹 수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반영됐을 것이란 게 일각의 시선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우호적이지 않은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만큼 구 회장도 직접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얘기다.
덧붙여 그룹 입장에서도 지금은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내부적으로 여러 현안을 짊어지고 있어서다. 석유화학 구조조정 건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위기에 빠진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재편 유도 방안을 수립 중인데, 추후 공개될 가이드라인에 따라 LG화학도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여기에 LG는 'AI 전환'을 이끄는 중책도 떠안았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뛰어들면서다. LG AI연구원은 추론까지 가능한 자체 개발 AI 모델 '엑사원'을 앞세워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는 복안인데, 그 과정에서 정부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일단 재계의 시선은 긍정적이다. 구 회장의 이 같은 행보가 LG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타 기업과 달리 정치·사회적 발언을 자제하며 상대적으로 '조용한' 그룹으로 여겨지던 이들이 시대적 과제에 응답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최근 보여준 적극적인 모습은 위기 속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면서 "조용하지만 힘 있는 리더십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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