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 17%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기준 상향 추진업계, 예측 가능성·혁신성 저해 지적
정부는 퇴장방지의약품 제도 개선, 약가 인상 조정 기준 신설 등 완화책을 예고했지만, 업계는 "완화 조치만으로 규제 영향이 상쇄되지 않는다"며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5년간 급여 의약품 4500개 감소···'2020년 약가제도' 직격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8월 1일 기준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된 의약품은 2만2027개로, 2020년 10월(2만6527개) 대비 5년 만에 4500개(17.0%) 줄었다. 작년 7월(2만3027개)과 비교해도 1년 새 1000개가 감소했으며, 최근 1년간 월평균 83개 품목이 목록에서 빠졌다.
전문의약품 허가 건수는 2020년 상반기 월평균 335.8개에서 올해 상반기 52.5개로 84.4% 급감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33.3개, 93.2개 수준이었으나, 2023년 이후에는 매월 100건 미만에 머물고 있다.
감소세의 핵심 원인은 2020년 7월 시행된 개편 약가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제네릭이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대비 53.55%의 상한가를 유지하려면 ▲제약사가 직접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수행하고 ▲식약처에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해야 한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상한가가 자동으로 더 낮아진다.
여기에 '계단형 약가제'가 도입돼 동일 성분 제네릭이 많을수록 늦게 등재된 제품의 가격은 더 내려간다. 예컨대 시장에 동일 성분 제네릭이 20개 이상 있으면 신규 품목 상한가는 기존 최저가의 85%까지 떨어진다. 결국 단기간 위탁생산으로 제네릭을 내놓던 방식은 사실상 막혔고, 중소 제약사의 시장 진입 장벽은 한층 높아졌다.
'1+3' 공동개발 규제 여파로 퇴출 비중 높아져
여기에 2021년 7월부터는 개정 약사법에 따라, 하나의 임상시험 자료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제네릭 수를 제한하는 '1+3' 규제가 시행됐다. 동일 제조소·동일 처방·동일 제조공정의 경우 생동성 자료 사용이 3회로 제한되어, 1건의 시험으로 최대 4품목만 허가 가능해졌다.
이 규제가 시행되기 직전, 제약사들은 약가가 가장 높은 시점에 맞춰 제네릭을 대거 등재했다. 2019년에는 전문의약품 허가 건수가 월평균 350건에 달할 정도로 쏟아졌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결국 급여 목록에서 빠졌다.
특히 2023년 11월에는 미생산·미청구를 이유로 한 달 만에 1000개 품목이 급여 목록에서 삭제됐고, 절반 이상은 허가받은 지 5년이 채 안 된 신제품이었다. 이 중에서도 2019~2020년에 허가된 품목의 퇴출 비중이 뚜렷하게 높았다.
정부 완화책 발표···업계는 '중복 규제 해소' 요구
정부는 경직된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필수 의약품 중심의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지난 5일 제7차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에서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기준 상향 ▲약가 인상 조정 기준 마련 ▲원가 산정 방식 개선을 발표했다.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기준을 현실화하고, 약가 인상 여부를 진료상 필수성·대체 가능성·공급업체 수·수급 상황 등으로 평가해 연내 공개하겠다는 게 골자다. 내년 상반기에는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고시를 개정해 생산 원가를 적정 보전하는 방식으로 공급 안정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후기 임상(3상) 단계 바이오벤처 지원 펀드 조성, 미국·EU 규제 대응 비용 지원, 글로벌 전문가 네트워크 확대, 단계별 해외 진출 컨설팅 등 고가 바이오의약품의 해외 진출 가속화 방안도 포함됐다.
"중복 규제에 R&D 위축 우려···가치 기반 약가체계 전환 필요"
업계는 무엇보다 중복된 약가 사후관리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토로한다. 현재만 해도 사용량-약가 연동제, 실거래가 인하, 급여 적정성 재평가, 동일제제 약가 인하 등 10여 종의 사후관리 장치가 동시에 적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고가 항암제나 바이오 의약품은 예상 판매량을 초과하는 순간 가격을 낮춰야 하고, 뒤이어 실거래가 조사와 재평가까지 겹치면서 1년 사이 두세 차례 가격이 연속으로 인하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업계는 이러한 구조가 연구개발 투자비 회수 기간을 크게 단축시켜, 신규 의약품 개발 의지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토로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제네릭·개량신약은 장기 복용 대안과 공급망 회복력 확보에 기여하는 전략 자산"이라며 "가격·품질·공급 안정성을 종합 평가하는 가치 기반 약가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제약물경제성평가학회(ISPOR) 2025에서도 약가 규제가 단기적으로 재정 안정과 접근성을 높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혁신 둔화와 환자 치료 기회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가 나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필수 의약품 안정 공급과 산업 지속 성장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연내 발표할 약가 인상 조정 기준과 퇴장방지의약품 개선안에 업계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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