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7년 국제선 SAF 혼합 의무화기존 설비 활용 '코프로세싱' SAF 생산SAF 초기 투자 '부담'···정부 지원 절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정부의 SAF 혼합 의무화 제도 로드맵을 계기로 SAF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27년부터 국내 공항 국제선에 항공유 공급 시 SAF를 1% 이상 혼합해야 한다. 혼합 의무 비율은 2030년 3~5%, 2035년 7~10%로 단계적 상향을 목표로 한다.
SAF는 식용유와 생활폐기물 등 바이오 원료를 가공해 만드는 친환경 항공유다. 기존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와 비교하면 최대 80%까지 탄소배출 절감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 SAF 사용 의무화를 시행하면서 신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했다.
국내에서는 기존 설비를 활용하는 코프로세싱(co-processing) 방식으로 SAF를 생산 중이다. 이 방식은 기존 원유 처리 공정에 바이오 원료를 투입해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이다. 신규 설비 투자 부담이 없어 비용이 절감되고, 초기 SAF 공급 확대에 효율적이라는 강점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자회사 SK에너지는 지난해 9월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울산CLX)에 150억원을 투자해 SAF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생산 규모는 연간 10만톤 수준으로,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30만톤까지 감축할 수 있다.
이후 SK에너지는 지난 1월 유럽에 SAF 수출을 시작했다. 유럽 SAF 의무화 시점에 맞춘 수출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모습이다. 3월에는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과 2027년까지 2만톤 이상의 SAF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국내에서는 대한항공과 에어부산 등에 공급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핀란드 바이오연료 생산기업 네스테가 생산한 100% SAF를 공급받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23년 9월에는 국내 최초로 대한항공에 급유하고 6차례 시범 운항을 실시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생산한 SAF 5000㎘를 일본 나리타공항에 수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부터 대한항공 김포-오사카 노선에 SAF를 공급하기로 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SAF를 일본에 공급했다. 지난달에는 대한항공 인천-고베 노선에 대한 SAF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내년까지 대산공장 일부 설비를 SAF의 주 원료인 수소화식물성오일(HVO) 설비로 전환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월 SAF 코프로세싱 생산 체계를 갖추고, 같은 해 9월 대한항공의 인천-하네다 노선에 SAF 공급을 시작했다. 수요에 따라 SAF 전용 시설 구축도 검토 중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SAF 사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SAF의 원가 부담이 높은 데다 전용 생산 공정 설립 시 막대한 투자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SAF의 주 원료인 폐식용유, 팜유 등은 글로벌 공급량이 제한적이어서 기존 항공유 대비 2배 이상 비싸다. 또 현재 국내 SAF 생산 구조인 코프로세싱 방식은 생산 수율이 10% 미만으로 생산량 증대에 한계가 있다. SAF 의무화 로드맵에 따라 점차 생산량을 늘리려면 전용 설비를 갖춰야 하는데, 이 설비 구축에 최소 1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정유 업계는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정유 4사는 합산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보며 적자 전환했다. 상반기 정유 4사의 합산 매출은 72조298억원으로 전년 동기(81조6123억원) 대비 11.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조3097억원을 기록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