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1조원 현금 조달로 공정위 지주회사 해제'로봇 신사업' 두산로보틱스, 출범 이래 줄 적자M&A·R&D 투자 지속···그룹 차원 AI 역량 강화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 6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에서 제외됐다고 공시했다. 자산총액 대비 자회사 주식가액이 50% 이상이어야 지주회사로 적용되는데, 올해 상반기 두산의 자산총액이 증가하면서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두산의 자산이 늘어난 건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별도 기준 두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1487억원에서 올해 6월 1조2386억원으로 증가했다. 당시 두산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담보로 각각 5000억원, 3600억원을 대출했다.
업계에서는 두산이 자금 조달로 지주사 규제를 벗어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두산이 사업 구조조정을 위해 지주사 전환과 해제를 반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지주사 해제 역시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다. 투자처로는 로보틱스·에너지·건설기계 등 신성장 부문이 꼽힌다.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 전략적 제휴 등을 검토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그룹의 '아픈 손가락' 두산로보틱스에 대한 투자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015년 출범해 2023년 상장하며 자금을 조달, 미래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출범 이래 내리 적자를 내고 있어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실적은 여전히 내리막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277억원으로 작년 동기(영업손실 147억원) 대비 적자폭을 키웠다. 이 기간 매출은 61.2% 감소한 98억원을 냈다.
실적이 악화한 건 주요 제품인 협동로봇 주문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협동로봇을 생산하는 수원공장 가동률은 15.64%로 작년(69.55%)에 비해 급감했다. 외주생산 가동률은 2%다. 생산 실적은 수원공장 172대, 외주생산 10대에 그쳤다. 지난해 연간 생산실적이 각각 1530대, 116대인 점을 감안하면, 반기 생산량이 5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두산로보틱스는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 협동로봇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지능형 로봇 솔루션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지난 7월 미국 소재 지능형 로봇기업 '원엑시아'를 인수했다. 두산로보틱스의 하드웨어(협동로봇)와 원엑시아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의 통합, 나아가 북미 등 해외 고객사 확대에 따른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연구개발(R&D) 역량에 대한 투자도 진행 중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로봇 R&D 역량을 집결하기 위해 지난달 업계 최대 규모의 통합 R&D센터(이노베이션 센터)를 개소했다. 원엑시아는 지난달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지은 뒤 현지 채용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두산의 행보가 지난해 추진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해 수직 계열화와 현금 흐름 개선 등 시너지 확대에 나섰으나, 주주와 금융감독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같은 사업구조 개편의 행간에는 미래 성장 동력인 두산로보틱스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두산의 투자 역량이 두산로보틱스를 향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두산은 올해 인공지능(AI)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5월 지주부문에 피지컬 AI 혁신 담당 조직 'PAI 랩(Physical AI Lab)'을 신설했다. 그룹 전방위적 AI 역량을 고도화하는 한편, 로보틱스 제품에 피지컬 AI를 탑재해 소프트웨어 역량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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