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외형 확대·영업이익 급증효성중공업·티앤씨 등 실적 호조 자본잠식 벗어난 화학, 개선 필요
30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1일은 효성그룹이 효성과 HS효성으로 분리된지 1년을 맞는다. 앞서 지난해 7월 1일 HS효성은 ㈜효성으로부터 인적분할됐고 이를 기점으로 사실상 형제 공동 경영 체제가 각자 경영 체제로 전환됐다. 효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던 형제들이 각자 지주사 체제로 재편해 자신들만의 경영 색깔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씨, 효성화학, 효성ITX 등을 이끌고 삼남인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HS효성첨단소재,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HS효성토요타, 광주일보 등을 주요 계열사로 두게 됐다. 장남인 조 회장이 그룹의 모태인 효성티앤씨와 주력 계열사인 효성중공업, 효성화학을 맡게 된 것이다.
조 회장의 지난 1년간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우선 외형 성장에 성공한 모습이다. 효성그룹은 올해 1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81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54% 가량 껑충 뛰었다. 매출액도 5539억원으로 전년대비 31.7% 증가하며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냈다.
이는 효성중공업, 효성티앤씨 등 주요 계열사들의 호실적에 힘입은 결과였다. 특히 효성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효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761억원, 영업이익 10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3%, 82.2% 증가한 수준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과 중동, 오세아니아 지역의 초고압 전력기기 수주가 확대되는 등 사업이 순항하면서 역대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실적에서도 연간 역대 최대치를 세웠다. 작년 말 기준 매출 4조8950억원, 영업이익 3625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3.8%, 40.6% 늘었다.
글로벌 변압기 시장은 인공지능(AI)이 불러온 수요로 인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와 함께 AI 산업의 급성장이 맞물리면서 전력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효성중공업의 성장은 조 회장의 남다른 혜안과 그간에 쌓아온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AI발 수혜를 놓치지 않은 덕이 컸다.
실제 조 회장은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 예일대학교를 졸업,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법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후 효성에 입사 전 일본 미쯔비시상사와 모건스탠리 일본 지사에 근무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조 회장은 또한 "효성중공업은 AI 산업의 핵심 기업이며 AI 시대가 개화하기 위해서는 전력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며 "미국에서는 AI 산업과 전력 산업을 같은 산업으로 생각하고 있어 효성중공업도 그만큼 변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효성중공업에 보다 드라이브를 걸어 회사를 글로벌 대표 기업으로 발돋움시키고자 올해 3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의 혜안은 앞선 미국 공장 인수에서도 빛났다. 지난 2020년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일본 미쯔비시의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4650만 달러에 인수했던 것도 신의 한수가 된 것이다. 효성중공업은 진즉 미국 전력기기 생산 능력을 높이면서 올해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미쯔비시 공장 인수 당시 우려도 있었지만 조 회장은 해당 공장이 가지고 있는 넓은 부지의 활용성에 주목했고 공장 증설을 통해 미국 내 유일한 765kV급 초고압 변압기 생산이 가능한 공장으로 전환시켰다. 효성중공업은 작년부터 부지를 활용한 1차 증설을 통해 미국 내 생산량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추후 생산능력 및 시험설비를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조 회장의 과감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효성중공업 멤피스 공장에 투자한 금액만 1억5000만달러에 달하지만 49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해 2026년까지 시험 및 생산 설비를 증설할 방침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능력은 기존의 2배 이상으로 확대돼 폭발적인 수요들을 더욱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효성중공업은 이미 오는 2030년까지 수주 물량이 꽉 차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효성중공업은 스웨덴, 아이슬란드, 핀란드, 프랑스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높은 유럽지역에서 초고압변압기, 차단기 수출을 늘리고 있으며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신시장 개척도 병행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들을 기반으로 효성중공업은 올해 사상 첫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효성티앤씨도 올해 1분기 매출액 1조9527억원 77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각각 3.9%, 1.7% 늘었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춘 곳이지만 중국의 대규모 증설 등으로 부침을 겪어왔다. 그럼에도 원가 경쟁력 등의 노력 덕에 올해 1분기 스판덱스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두자릿수를 회복했다.
아픈 손가락은 효성화학이다. 효성화학은 베트남 사업법인 수익성 악화와 업황 둔화가 겹치면서 2022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3개 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로 인해 작년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효성화학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효성티앤씨에 특수가스 사업을 9200억원에 매각한데 이어 온산 탱크터미널 사업부도 ㈜효성에 1500억원에 매각했다. 또한 지난 4월 베트남 자회사인 효성비나 지분을 담보로 4000억원 규모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효성화학은 완전자본잠식을 해소하긴 했으나 여전히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의하면 올해 3월 말 기준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840.1%, 차입금의존도는 71.3%다.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자본잠식 상태였고, 차입금의존도가 83.5%였던 것을 감안하면 개선되긴 했으나 아직 미흡하다는 평이다. 이에 따라 효성화학의 정상화는 조 회장의 최우선 해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조현준 회장은 효성중공업 등 주력 계열사들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도 "효성화학은 업황 둔화 등이 겹치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사업부 매각 등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해 재무구조를 개선해나가는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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