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기존 지원금 규모 재조정 시사TSMC·마이크론 등 경쟁사 투자 증액도 부담인건비 부담 속 실익 따지는 '셈법 복잡'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투자와 미 상부무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보조금 규모는 각각 47억4500만달러와 4억5800만달러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총 370억달러 규모를 투입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미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 규모를 투입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들의 보조금 규모는 직전 정부인 바이든 행정부와 맺은 약속이다.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반도체법을 제정했던 바 있다. 이는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늘리기 위함이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전부터 반도체 보조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고 최근에도 투자금 지급 규모가 과도하다는 식으로 또 다시 반도체 기업들을 압박했다.
지난 5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를 통해 "(투자액의) 4% 이하를 약정하는 것이 10%를 제공하는 것보다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10%는)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TSMC 영향이 크다. TSMC는 당초 미국에 650억달러를 투자, 60억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이를 계산하면 보조금은 투자액의 9.2%로 약 10% 가량 된다.
다만 TSMC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1000억달러를 더 투자하기로 했다. 추가적인 보조금에 대한 약속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TSMC의 이 같은 통 큰 결정으로 이들의 보조금 비율은 약 4% 수준으로 떨어지게 됐다.
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보조금 비율이 10%를 넘는다. 삼성전자의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은 약 13%이고 SK하이닉스는 약 12% 수준이다. 이에 기존에 약속했던 보조금 지급액보다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행정부가 바뀌긴 했지만 이미 '미국 정부'와의 계약을 맺은 상태라 이 자체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며 "이에 관세에 이어 지급 규모를 가지고 압박하면서 투자 자체를 확대해 보조금 규모가 줄어드는 효과를 노리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여기에 경쟁 기업들이 연이어 보조금 증액 없이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요소다. TSMC가 지난 3월 1000억달러 추가 투자 결정을 한데 이어 이번에는 마이크론이 손을 들고 나섰다.
마이크론은 지난 12일 미국 투자를 2000억달러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투자액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 투자하는 비용은 1500억달러이며 이는 종전에 발표한 투자 계획에 300억달러가 추가된 금액이다. 마이크론은 나머지 투자액인 500억달러의 경우 연구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마이크론의 이번 결정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증액에 대한 약속 없이 투자 금액을 늘린 것이다. 물론 상무부가 마이크론 투자 확대에 맞춰 최대 2억7500만달러의 반도체 보조금을 추가 제공하기로 했지만 이 또한 바이든 정부와 잠정 합의했던 사항을 이번에 확정한 것인 만큼 보조금 자체가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의 입맛대로 추가적인 투자 증액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국의 높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순 보조금 지급 때문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에 있는 등을 고려해 각사의 전략에 따라 미국 투자 결정을 했던 것"이라면서도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처럼 권력도 영원하지 않은데, 백악관 주인에 따라 투자 방향을 유동적으로 하기보다 비용 등 각종 실익을 따져 판단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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