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마이크론, HBM4 샘플 고객사 공급 속도전HBM 기술력 경쟁 치열해지며 주도권 이동삼성전자, HBM 경쟁력 약화로 점유율 하락세
12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 10일(현지시각) HBM4 36기가바이트(GB) 12단 샘플을 여러 주요 고객사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자사의 HBM4 제품이 이전 세대(HBM 5세대인 HBM3E) 보다 성능과 전력 효율성이 각각 60%, 20% 이상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또한 "HBM4의 성능, 더 높은 대역폭 및 업계 최고의 전력 효율성은 당사의 메모리 기술 및 제품 리더십에 대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론은 HBM4 샘플을 제공한 구체적인 고객사를 밝히지 않았으나 HBM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HBM4 샘플 납품 소식을 처음 전한 곳이 마이크론은 아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SK하이닉스가 HBM4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들에게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당시 "HBM 시장을 이끌어온 기술 경쟁력과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HBM4 12단 샘플을 출하해 고객사들과 인증 절차를 시작한다"며 "양산 준비 또한 하반기 내로 마무리해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겠다"고 밝혔다.
HBM4 경쟁에서도 SK하이닉스가 리더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로 접어들며 HBM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SK하이닉스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돈독한 협력 관계를 다져오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전시제품에 "SK하이닉스 사랑해"라는 문구를 남기며 이들의 돈독한 신뢰를 다시 한번 과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HBM4와 관련해 고객사 과제 일정에 맞춰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다만 D램 절대 왕좌를 지켜왔던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만큼은 고전 중이다. 삼성전자는 HBM 초기 시장 대응을 놓친 후 다시금 경쟁력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게 연이어 한발씩 뒤처진 모습이다.
현재 시장의 메인 제품인 HBM3E의 경우에도 SK하이닉스는 이미 올해 물량을 완판했고 마이크론도 엔비디아에 HBM3E 8단과 12단 제품 모두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부터 엔비디아의 HBM3E 퀄 테스트(품질검증)를 추진해왔지만 아직 통과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HBM에서 주춤하자 D램 시장의 지각변동도 이어지고 있다. D램 내 HBM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탓이다. 실제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을 보면 SK하이닉스가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꺾고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D램 점유율 36.9%로 삼성전자(점유율 34.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전분기 대비 0.9%포인트(P) 점유율을 늘린 덕이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6%p 하락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마이크론의 약진이다. 같은 기간 마이크론의 시장점유율은 25%로 여전히 3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보폭은 커졌다. 마이크론의 시장점유율은 전분기 대비 3%p 확대됐으며 1년 전과 비교하면 3.9%p 늘어난 수준이다. 그간 마이크론이 HBM 경쟁을 위해 관련 캐파 증설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효과가 드러난 것이라는 풀이다.
이에 삼성전자가 HBM4 시장에서마저 실기하게 된다면 마이크론에게 마저 D램 시장 자리를 내어주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격차는 작년 1분기 22.3%p에서 올해 1분기 9.4%p로 급격히 좁혀졌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범용 D램에서는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HBM4 경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HBM3(HBM 4세대)를 건너뛰고 HBM3E로 직행했음에도 기술력을 빨리 끌어올리고 시장점유율도 확대해나가고 있는 중"이라면서도 "단기간에 역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물론 D램 시장에서의 HBM 비중도 커지고 있고 만약 삼성전자가 재차 실기한다면 마이크론에 따라잡힐 가능성도 있겠지만 아직은 격차가 많이 나는데다 차후 범용 D램 시장의 회복,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 개선 등으로 이어진다면 삼성전자가 금세 점유율 1위를 복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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