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호르무즈 열린다는데···종전 앞둔 해운업계, 복잡한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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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열린다는데···종전 앞둔 해운업계, 복잡한 셈법

등록 2026.06.16 17:38

김제영

  기자

국제유가·보험료 완화···운항 순차적 재개 기대감업황 회복·해상 운임 변동 따른 실적 불확실성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미국·이란 종전 협상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해운업계의 이해득실 계산도 분주해지고 있다. 중동 항로 불안 완화에 따른 유가·보험료 안정은 호재지만, 물류 정상화에 따른 운임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계는 하반기 수익성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9일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말부터 이어진 중동발 해상 물류와 에너지 공급망 차질 해소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교통로다. 봉쇄 기간 동안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물론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운반선까지 운항 차질을 겪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연료비 부담이 증가했고, 전쟁위험할증료와 보험료가 급등하면서 해상 운임이 상승하는 동시에 해운사의 비용 부담도 커졌다.

해운업계가 종전 소식에 가장 주목하는 이유 역시 유가 안정 효과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선사 운항 원가의 20~30%를 유류비가 차지한다. 전쟁 기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선사들은 운임을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가분을 모두 전가하지 못해 부담을 온전히 상쇄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고 원유·LNG 수급이 정상화되면 국제유가도 점진적으로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위험 할증료와 선박 보험료 부담 역시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선사들의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중동 항로 정상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현재 해협 내에 묶여 있는 한국 선박 24척을 포함한 수백 척의 선박들이 순차적으로 운항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협 개방이 곧바로 정상 운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국내 선사들이 운항을 재개하려면 정부 차원의 운항 지침과 외교적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전쟁 기간에 설치된 기뢰 제거 작업 등을 통한 항로 안전성 검증도 필요하다.

보험료 역시 변수다. 보험업계는 실제 통항 사례가 축적돼야 위험도를 재평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수십 척 이상의 선박이 안전하게 통과한 이후로 보험료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종전이 확정되더라도 일정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해협 개방 이후에도 선박 대기 물량 해소와 안전성 확인 절차 등을 감안하면 통항 재개 및 완전한 정상화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운임 측면에서는 상황이 다소 복잡하다. 최근 글로벌 해상 운임은 여전히 상승세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부산발 주간 컨테이너운임지수(KCCI)는 지난주 3349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10% 넘게 상승했다. 글로벌 컨테이너 시황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2985.22로 9.5% 오르며 30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운임 상승은 일반적으로 선사 실적에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의 운임 강세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영향보다는 조기 성수기 수요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오는 7월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를 앞두고 화주들이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면서 통상 7~9월에 집중되는 성수기 수요가 앞당겨졌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종전은 운임 하락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선박 운항이 정상화되고 공급 여력이 확대되면 운임이 약세로 돌아설 수 있어서다.

실제 2023년 중동 전쟁에 따른 홍해 사태 당시 주요 선사들은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운항 거리와 시간이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선박 회전율이 떨어지고 실질적인 선복 공급이 감소하면서 운임 상승 효과가 나타났다. 반대로 운항 환경이 정상화되면 선복 공급이 늘어나 운임에는 하락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유가 안정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와 운임 하락 가능성을 동시에 저울질하고 있다. 비용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운임이 하락할 경우 수익성 개선 효과가 일부 상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는 장기적으로 유가 안정과 운항 정상화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이라면서도 "해운 시황은 유가뿐 아니라 물동량과 선복 공급, 글로벌 경기 등 다양한 변수와 얽혀 있어 종전만으로 업황 개선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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