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31일 토요일

  • 서울 17℃

  • 인천 17℃

  • 백령 17℃

  • 춘천 12℃

  • 강릉 13℃

  • 청주 16℃

  • 수원 17℃

  • 안동 12℃

  • 울릉도 17℃

  • 독도 17℃

  • 대전 15℃

  • 전주 17℃

  • 광주 16℃

  • 목포 16℃

  • 여수 16℃

  • 대구 15℃

  • 울산 15℃

  • 창원 16℃

  • 부산 14℃

  • 제주 16℃

산업 "64조 시장 못 놓치지"···SK·한미·한화'의 HBM 삼각관계

산업 전기·전자

"64조 시장 못 놓치지"···SK·한미·한화'의 HBM 삼각관계

등록 2025.05.30 08:06

정단비

  기자

공유

한미반도체, CS 인력 재파견으로 갈등 일단락봉합됐지만 황금알 시장 향한 필수적 결합 풀이기회 엿보는 한화세미텍, 800억 규모 담보까지

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한화세미텍이 결국 삼각관계를 맺게 됐다. 서로 간 맞물려 있는 갈등들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불편한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는 분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은 이달 16일 SK하이닉스에 각각 428억원, 358억원(부가가치세 VAT 제외) 규모의 HBM용 TC 본더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한화세미텍의 공급 계약 금액은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하게 되면 약 4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양사가 SK하이닉스에 공급한 장비 규모는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파악된다.

TC 본더는 열과 압력을 가해 D램을 수직으로 접합할 때 쓰는 장비로 D램을 여러 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HBM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로 일컬어진다.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한화세미텍 등 이들의 미묘한 신경전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SK하이닉스가 TC 본더 장비 공급사를 한화세미텍까지 넓히면서부터다. 당초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독점 공급해왔기 때문이다.

HBM 시장은 인공지능(AI)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SK하이닉스가 있었다. HBM의 큰손인 엔비디아의 물량 대부분을 SK하이닉스가 소화해 내고 있었고 장비 공급망의 다변화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한미반도체는 신속 대응을 위해 앞서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에 파견했던 CS(고객 서비스) 전담 인력들을 지난달 철수시켰고 갈등설이 피어올랐다.

당시 시장에서는 한미반도체가 기술유출 및 특허침해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한화세미텍을 SK하이닉스에서 장비 공급사로 끌어들인 데 대해 불만을 품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었다. 또한 한미반도체는 TC 본더 장비 가격도 자사보다 경쟁사를 더 높게 책정했다며 SK하이닉스 측에 항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이달 26일 한미반도체의 CS 인력들이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에 다시 출근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들의 갈등이 일단락됐다고 보고 있다.

이는 HBM 시장 대응을 실기할 수 없다는 판단이 녹아들었을 것이라는 풀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467억달러(약 64조원)로 2024년 182억달러(약 25조원) 대비 157%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HBM 시장 선점에 성공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기준 부동의 1위였던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을 처음으로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뒤이어 SK하이닉스는 HBM 효과에 힘입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시장조사에서 올해 1분기 D램 시장점유율 1위로 등극하며 사상 처음 삼성전자를 제쳤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42%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제조업계에서 나올 수 없는 영업이익률"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이는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만 TSMC 영업이익률(48%)에도 맞먹는 수준이다. 그만큼 HBM의 위력이 엄청나다는 뜻이다. 결국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한화세미텍도 이 시장을 놓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표면적으로는 이들의 갈등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긴 했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간 신뢰도에 이미 균열이 간 상태라는 점에서다. 이에 SK하이닉스도 기존에 해왔던 공급사를 한 번에 바꾸기 부담이 있는 만큼 시간차를 두고 공급망을 보다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간의 신경전도 지속되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한미반도체가 걸었던 TC 관련 특허에 대한 특허심판원에 대해 무효 심판을 청구하며 반격에 나선 상태다. 특허심판원은 통상 2~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무효 심판은 이보다 단기간에 결론이 나올 수 있어 빠르게 매듭을 지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최근 아워홈과의 급식 계약도 예정됐던 12월까지가 아닌 7월 조기 종료하기로 했는데, 이를 두고 한화세미텍과의 관계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세미텍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곳이고 아워홈 인수도 김 부사장이 주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한미반도체 입장에서도 SK하이닉스만을 바라볼 수 없는 만큼 고객사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반도체는 이미 미국 마이크론에도 TC본더를 수주하고 있다.

반면 한화세미텍에게는 오히려 SK하이닉스에 수주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한화세미텍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인근에 '첨단 패키징 기술센터'를 열었다. 여기에는 TC본더 개발 및 서비스 인력들이 상주할 예정으로 초기 장비 설치와 점검, 고객 요구사항 반영 등을 제공한다. 즉, 'SK하이닉스 전용' 신속 대응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또한 한화세미텍은 납품계약 이행보증 명목으로 803억원 규모의 토지와 건물을 SK하이닉스에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그만큼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를 확실한 고객사로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고 이에 3개사도 서로 간에 얽힌 이해관계보다 적기 대응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이미 신뢰도는 깨졌고 이에 각사에서도 공급망과 고객사를 다변화하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