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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금융시장 리스크 확산에도 보이지 않는 김주현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차재서의 뱅크업

금융시장 리스크 확산에도 보이지 않는 김주현

등록 2023.05.04 14:55

수정 2023.05.04 16:01

차재서

  기자

reporter
"김주현 금융위원장께선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실까요?"

금융권에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은 요즘 업계와 소통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당연히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은 아니다. 실망이나 푸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굳이 살을 붙이자면 시장이 이토록 떠들썩한데 왜 금융위원장은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느냐는 의미다.

업권 전반이 금융당국의 부재 아닌 부재를 실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룹 CEO 교체부터 성과급 지급 문제, 과점 타파, SG증권발(發) 증시폭락 사태에 이르기까지 매달 굵직한 현안이 생겨나고 있지만 이를 조율해야 할 당국 수장은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비춰져서다.

중요한 순간마다 마이크를 쥐는 사람은 따로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다. 가령 이복현 원장이 대대적으로 금융사 경영진 인사나 임직원 성과급 산정 체계를 문제 삼으면, 김소영 부위원장은 곧바로 바통을 넘겨받아 제도 개선을 예고한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자칫 두 사람을 중심으로 금융정책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오인할 수도 있겠다.

갑작스럽게 터진 증식폭락 사태의 초기 대응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나 그렇듯 이복현 원장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이슈를 선점한 뒤에야 비로소 김주현 위원장의 생각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발언의 결도 다르다. 김주현 위원장은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관계기관과 협력하겠다는 통상적인 입장을 내놓은 반면, 이복현 원장은 지위고하나 재산의 유무를 따지지 않고 엄정히 조사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김소영 부위원장도 어김없이 목소리를 냈다. 최근 당국 임원을 모아 주가조작 혐의 등 사태의 진상 파악을 주문하는 한편, 차액결제거래(CFD) 제도 개선까지 지시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 첫 경제팀이 진용을 꾸린 이래 줄곧 우리에게 보여준 업무처리 프로세스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도 어떤 사건이 불거지면 김주현 위원장보다 이복현 원장과 김소영 부위원장에게 귀를 기울이게 됐다. 그야말로 '금융당국 리더십의 실종'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어쩌면 정부가 이들에게 자리를 맡겼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 아니었나 싶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두 사람 사이에 김주현 위원장이 끼인 격이 됐으니 말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복현 원장은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의 막내 특수통 검사 출신이고, 김소영 부위원장은 선거 국면에서 대통령의 금융 공약을 총괄한 경제 책사였다. 그런 만큼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언사 하나하나의 무게감이 다르다. 마치 대통령의 생각을 그대로 전해 듣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취임도 두 사람이 더 빨랐다. 비슷한 시기 내정됐으나, 바로 공식 행보에 돌입한 이복현 원장이나 김소영 부위원장과 달리 김주현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지연된 탓에 한 달 뒤에야 전면에 나섰다.

그래서 주도권을 먼저 잡은 쪽도 이복현 원장과 김소영 부위원장이었다. 이들은 당국 수장 자리가 비어있는 사이 신속히 움직이며 금융사와 접촉했고, 리스크관리와 대출금리 인하 등 강도 높은 주문을 쏟아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업권이 김주현 위원장보다 두 사람에게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이 시점부터다.

하지만 기형적인 구도는 곧 문제를 낳았다. 금감원이 특정 사안을 놓고 금융위의 의중을 헤아리지 않은 채 앞서나가는 이른바 '패싱' 또는 '월권'이 현실화했다.

공매도 재개 여부를 둘러싼 이복현 원장의 발언이 대표적인 사례다. 불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공매도 규제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게 불씨가 됐는데, 감독 당국 수장이 결정권을 쥔 금융위의 동의를 얻지 않고 시장에 영향을 줄만한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챌린저 뱅크' 논란도 그 중 하나다.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경쟁 체제를 깨뜨리라는 이복현 원장의 지시에 금감원이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수요를 분산시킴으로써 시장 가격을 효율화하고 소비자 부담도 덜어주자는 뜻을 이해하더라도, 분명 금감원장이 먼저 꺼낼 화두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취임 1주년'을 앞둔 김주현 위원장의 숙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두 기관의 상하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정책', 금감원은 '감독'이란 설립 본연의 취지를 살리고 정책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감독당국과의 관계부터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디까지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쪽은 금감원이 아닌 금융위다. 그리고 위원장도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시길 기대한다. 아무리 정권이 무서워도 눈치 보기에 급급한 금융당국을 국민들은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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