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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포스코·KT·KT&G 수장 교체 '강압史'

IT 통신 전리품이 된 기업들

포스코·KT·KT&G 수장 교체 '강압史'

등록 2023.03.23 07:35

수정 2023.03.23 08:07

임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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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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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연

  기자

최대 실적 내도···정권 교체 시기엔 소유분산기업 '홍역'KT는 '검찰수사', 포스코 '세무조사' 압박 수단도 판박이"핵심 산업 성장 위해서라도 당국 과도한 간섭 없어야"

대주주 자격으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수탁자 책임 행동 원칙) 코드를 발동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검찰과 국세청이 행동대장인 양 다양한 이유로 수사·조사에 나선다. 태생이 공기업인 회사 수장들은 이런 외풍(外風)을 견디지 못하고, 돌연 연임을 포기하거나 사퇴한다.

포스코·KT·KT&G 등 민간기업으로 거듭난 국내 '소유분산기업'들의 현주소다. 그동안 회사 안에서 좋은 성과를 낸 경영인마저도 이런 시나리오에 몰려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산업계·학계에선 '단일 기업을 넘어 우리나라 산업계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수십년간 이어진 이런 병폐 해소가 선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적임자 평가' 구현모 퇴진, KT 향한 검찰의 칼끝
구현모 대표이사는 KT '최고 전성기'를 이끈 인사다. 단순 통신회사(텔코·TELCO)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DIGICO)으로 '체질개선'에 성공하며, 지난해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1998년) 이래 최대 실적을 써냈다. 취임 전 2만원을 하회하던 주가도 한때 4만원에 육박했다.

구 대표는 이런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말 '연임' 도전에 나섰다. 통신업계와 학계에서는 단 한 치의 의심도 이견도 없었다. 주주가치 극대화가 최대 가치인 사기업에선 구 대표만 한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다. 그러나 구 대표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여권 인사들로부터 압박받았고, 대표이사 후보자 공개경선 도중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퇴의 변도 없었다. 기자들을 향해 눈시울을 붉히며 "제 이야기는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거다. 디지코 KT는 계속 응원해 달라"는 말만 남겼을 뿐이다.

치열한 공개경선 끝에 지난 7일 '차기 리더십' 바통은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이어받았다. 윤 내정자는 구 대표와 함께 '디지코 KT'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낸 핵심으로, 회사의 지속성장을 이끌 인사로 평가된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윤 내정자를 두고 "구 대표 아바타"라고 공개 저격하는 등 불편한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우연의 일치인지 검찰이 움직였다. 최근 ▲KT텔레캅 일감 몰아주기 ▲구 대표 관련 불법 지원 ▲사외이사 접대 등 구 대표와 윤 내정자에게 제기된 비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것.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검찰을 앞세워 주총 전 윤 내정자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사퇴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윤 내정자는 2002년 민영화 후 다섯 번째로 검찰 수사를 받는 KT 대표이사가 된다. 연임을 포기한 민영화 초대 대표인 이용경 사장(2002년 8월~2005년 8월)을 제외하면 ▲남중수 전 사장(2005년 8월~2008년 11월) ▲이석채 전 회장(2009년 1월~2013년 11월) ▲황창규 전 회장(2014년 1월~2020년 2월) ▲구현모 대표(2020년 3월~2023년 3월) 전원이 검찰 수사를 받고, 더는 대표직을 이어가지 못했다.

주총 전 포스코 세무조사, 최정우 교체 시그널?
KT 리더십이 검찰 조사에 자유롭지 못했다면, 포스코홀딩스는 2000년 10월 민영화된 후 정권 교체 시기 국세청 세무조사로 많은 수장을 교체해야 했다.

이구택 전 회장(2003년 3월~2009년 2월)은 이명박 정권 때 세무조사를 받다 자진 사퇴했고, 이 자리를 꿰찬 정준양 전 회장(2009년 2월~2014년 3월)도 박근혜 정부 때 세무조사 압박으로 물러났다. 권오준 전 회장(2014년 3월~2018년 4월) 역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정기 세무조사를 앞두고 돌연 회장직을 내려놨다.

민영화 당시 포스코홀딩스를 이끌던 유상부 전 회장(1998년 3월~2003년 3월)이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물러난 사례만 제외하면, 민영화 후 취임한 모든 수장이 새 정부 세무조사로 교체된 셈이다.

그렇다 보니, 최정우 회장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국세청이 지난 16일 포스코홀딩스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새 리더십을 요구하는 윤 정부의 시그널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홀딩스는 앞선 문재인 정권 때 임명된 최정우 회장이 이끌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올해 초 윤 대통령 해외 순방길과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도 불참, 현 정부와의 관계가 순탄치 않은 게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하다.

내부서만 리더십 뽑은 KT&G도 '수장 잔혹사'
이런 소유분산기업의 '수장 잔혹사'는 KT&G에서도 관측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KT&G 수장에 오른 민영진 전 사장은 ▲소망화장품(현 코스모코스) ▲KGC라이프앤진 인수 등 사세 확장에 성공하며, 2013년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로 접어들면서 비리 의혹이 제기, 사퇴 요구를 받았다. 다양한 검찰 수사에도 자리를 지키던 민 전 사장은 지속된 검찰의 압박에 2015년 7월 결국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같은 해 10월 KT&G 리더십에 오른 백복인 사장도 이듬해 검찰 수사 타깃이 됐다. 2010년 11월 광고대행사로부터 수주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다. 민 전 사장을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의혹도 있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KT&G가 2002년 민영화 이후 내부인사로만 수장을 선출하자, 정권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를 앉히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거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민영화로 사기업이 된 소유분산기업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들이 홍역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우리 산업 전반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사기업의 리더십은 주주와 이사회의 결정에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계에서도 이런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민영화된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당국의 과도한 간섭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민영 기업은 사기업답게 운영돼야 한다"면서 "당국이 민영 기업 인사에 개입하면 안 되겠지만, 기업도 이사회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 개입이 반복된다면, 이들 기업은 민영기업이 아니라 준민영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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