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와 K2 전차 수출 2차 계약···'8조9000억원' 사상 최대 규모 계약K-방산 향한 견제, 현지화로 대응···1차보다 계약 규모가 2배가량 커져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지난 2일(현지시간)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슈 폴란드 국방부 장관과 K2 흑표 전차 2차 수출 계약 협상을 완료했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정식 계약을 체결한 이후 공개될 예정이지만 65억 달러(한화 약 8조9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중거리 요격미사일 천궁-II 수출 계약(35억 달러)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개별 방산 수출이다.
이번 폴란드와의 2차 계약은 2022년 K2 전차 180대를 수출한 1차 때와 계약 물량은 동일하다. 당시 계약 규모는 4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2차 계약에서 계약 규모가 2배가량 증가한 것은 폴란드 정부가 원하는 기술이전과 유지·보수·정비(MRO)를 지원하는 사업 등이 포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80대 중 117대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63대는 폴란드 내 공장을 구축해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와 함께 현지에서 제작할 예정이다.
나토 군사비 규모 '1100조원'···견제와 기회 사이
시장에서는 이번 대규모 수출 계약을 계기로 K-방산은 더욱 질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방산 경쟁력을 재확인한 동시에 현지화로 새로운 수출 모델을 정립했다는 데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방산업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조된 안보 위기 타개를 위해 방위비를 증액하는 등 대대적 안보 정비에 나선 유럽연합(EU)에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지난달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스페인을 제외한 회원국들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증액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영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이번 증액으로 나토 회원국의 군사비 규모가 지난해 4570억달러(약 630조6600억원)에서 8000억달러(약 11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유럽·중동 등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에 더욱 큰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성비'와 '신속 납품' 강점을 갖춘 K-방산이 제2의 특수를 누릴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새 방산 시장이 열리는 만큼 K-방산에 대한 유럽 내부 견제와 경쟁국들 간 치열한 경쟁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최근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출이 늘어나자 일부 유럽 국가들은 수입 무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역내 생산 조건 등을 강화하면서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역내 방산기업을 우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바이 유러피언'으로 불리는 재무장 정책은 2030년까지 5년간 8000억 유로(약 1200조원)를 투입해 EU회원국의 무기 보유를 늘리는 게 골자다.
현지화·파트너십 강화···"너도나도 돌격, 유럽으로"
K-방산을 향한 유럽의 견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현대로템의 수주 '잭팟'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현지화'와 '파트너십'으로 유럽 견제를 뚫고 다시 한번 수출 확대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계약으로 루마니아·체코 등 인접 유럽 국가로의 수출 확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국내 방산업계도 EU의 유럽산 방산 제품 구매 정책에 대응해 유럽 현지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생산 시설 없이 수출만 하다가는 시장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현대로템의 계약도 지난해 7월 폴란드 국영방산그룹 PGZ와 폴란드형 K-2 전차(K2PL) 생산 및 납품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신규 컨소시엄을 체결한 것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은 현지화 물량을 늘리고 광범위한 기술이전을 통해 3차, 4차 계약도 준비하고 있다. 향후 폴란드에 마련한 유럽방산법인을 거점으로 유럽 현지에서의 영업 활동을 강화하고 사업 확대 기회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정동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K2 사업은 K-방산 역대 최대 규모 사업이기에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지만, 향후 파급효과는 더 클 전망"이라며 "폴란드를 벤치마킹하는 루마니아·슬로바키아 사업이 가속화되는 동시에 기술이전·현지생산 계약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사업도 용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란드와 FA-50 경공격기 48대 수출계약을 맺은 한국항공산업(KAI) 역시 향후 폴란드 현지 부품 생산과 조립 비중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현지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지 MRO 센터 설립에도 나서 FA-50 가동률을 높이고 운영비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폴란드를 거점으로 현지 방산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약 6000억원을 투자해 현지 방위산업체인 WB그룹과 다연장 로켓 '천무' 유도탄 현지 생산을 목표로 합작법인 설립에 나서기로 했다. 현지 생산은 물론 유럽 수출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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