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미국 출장 중 엔비디아와 협업 방안 모색 AI 가속기 '블랙웰 울트라' 참여 가능성 논의한 듯 품질 개선에 HBM 수주 행진 재개···성과 기대감↑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출장 일정 중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 협업 가능성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을 주고받았는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외부에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울트라'에 삼성전자의 HBM3E 12단을 탑재하는 방안도 함께 언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웰 울트라'는 내년 엔비디아의 주력 AI 가속기로 꼽히는 제품인데, 일단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초도 물량을 공급하기로 한 상태다. 다만 엔비디아 측이 2026년 최종 계약에 앞서 뜸을 들이면서 삼성전자에도 기회가 돌아오지 않겠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이 같은 기대감은 삼성전자가 HBM의 수주 행진을 재개했다는 데 기인한다. 브로드컴과 AMD 등 글로벌 빅테크가 연이어 이 회사를 HBM 공급사로 낙점했다는 낭보가 전해지면서다.
먼저 삼성전자는 HBM3E 8단 제품 공급을 위해 브로드컴과 세부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퀄테스트(품질 검증)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아들면서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됐다는 전언이다. 브로드컴은 세계 3위 팹리스(설계) 기업으로 구글·애플·메타·오픈AI 등과 돈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 삼성전자는 AMD와도 거래하고 있다. AMD 측은 최근 차세대 AI 가속기에 HBM3E를 탑재했으며, 해당 제품을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으로부터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자신들의 HBM3E가 AI GPU 구동에 적합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노력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자 대대적 품질개선에 착수했고 발열과 전력 소비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적층 구조 최적화로 칩 사이의 열 전도 효율을 높이고 인터페이스를 수정해 전력 낭비를 줄였다는 후문이다.
관건은 엔비디아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다. 삼성전자가 앞선 요구대로 기술적 약점을 극복했으니 이번엔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공개하진 않았지만, 당초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합격점을 받지 못하는 것을 놓고 발열과 전력소비 등을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이 계약이 상당히 중요하다. 엔비디아 AI 가속기 부문에서 80% 이상을 점유하는 만큼 그 밸류체인에 올라타야만 안정적인 실적을 담보할 수 있고, 업계에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는 계기도 만들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연초 수립한 계획대로 반도체 사업을 다시 본궤도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3월 주주총회 당시 메모리의 경우 선단 공정 기반 HBM 적기 개발로 차세대 AI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수익성 관점에선 HBM 비트 공급량을 전년의 두 배로 확대하고 커스텀 HBM 등 고수익 반도체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그 일환으로 커스텀 HBM 공급을 목표로 여러 기업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빅테크와의 거래에 힘입어 조만간 유의미한 성과가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전영현 부회장은 주총 중 "조직개편 등으로 부활의 토대를 마련하고 거래 기업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경쟁력을 높이고자 힘쓰고 있으며, 그 결과는 2분기나 하반기엔 나타날 것"이라며 "HBM3E 12단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HBM4와 커스텀 HBM 부문에서도 실책을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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