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의료자문 통한 보험금 부지급 비율 19.9%→30.7% 급증손보사도 2020년 2.6%에서 올해 상반기 10.5%로 상승허영 "자문의사 선정 과정 불투명···제도 신뢰 바로 세워야"
10일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21개 생명보험사·16개 손해보험사의 의료자문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5년 6개월간 손해보험사에서 26만5682건, 생명보험사에서 8만9441건의 의료자문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자문은 보험사와 계약자가 보험금 지급 사유를 두고 의견이 엇갈릴 때 제3의 전문의 의견을 구해 판단하는 절차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보험사가 자문 결과를 보험금 감액이나 부지급의 근거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보험사들이 자문의사를 선정하는 과정 또한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1개 생보사에서 의료자문에 동의한 고객 중 보험금을 전액 지급 받은 비율은 2020년 38.2%에서 올해 상반기 27.2%로 하락했다. 반면 보험금을 전혀 지급 받지 못한 고객은 같은 기간 19.9%에서 30.7%로 크게 증가했다. 의료자문에 동의한 고객 10명 중 8명이 보험금을 전부 또는 일부 받지 못한 셈이다.
'빅3' 생보사의 부지급 비율은 한화생명 25.4%, 교보생명 24.9%, 삼성생명 19.1%로 나타났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빅3' 대비 의료자문 실시 건수는 적었으나 올해 상반기 476건의 의료자문을 실시해 251건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부지급 비중이 52.7%에 달했다.
손해보험사도 의료자문을 통한 부지급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한 고객 비중은 2020년 2.6%에서 올해 상반기 10.5%로 증가했다.
손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의료자문을 실시하고 있는 삼성화재의 보험금 부지급 비율도 상승세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1만5554건의 의료자문을 실시해 손해보험사 전체 5만5036건 중 28.3%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삼성화재의 의료자문 비중은 전체 손보사 가운데 26.6%로 조사됐다.
삼성화재 고객 중 의료자문 실시 후 보험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한 고객 비중은 2020년 1.1%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3.5%까지 늘어났다. 보험금을 전액 지급받은 고객 비중은 2020년 72.3%에서 2023년 66.6%까지 하락했으나 올해 상반기 기준 78.3%까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DB손보의 보험금 부지급 비율은 4.8%에서 10.9%, 현대해상은 3.1%에서 15.7%로 늘어났다.
허영 의원은 보험사가 자문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그 결과를 보험금 지급의 핵심 근거로 삼는 운영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2021년 8월 의료자문 표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한 이후 별다른 제도 개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3월 관계기관이 공동 발표한 '보험개혁방안'에 포함된 자문의 선정 공정성 강화 대책 역시 이행이 지연되고 있다.
허 의원은 "많은 보험사들이 자문의가 누군지는 밝히지 않으면서 고객이 의료자문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 절차 자체를 무기한 중단하는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자문 동의를 강요하기에 앞서, 제도의 신뢰를 바로 세우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의료자문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도록 촉구하고, 국회 차원에서도 보험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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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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