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사장 "어려운 때일수록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하반기 2조 규모 공격적 유상증자로 미래 준비조용하지만 빠른 결단력으로 최악 시기 통과 중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 1일 55주년 창립을 기념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 기흥 본사에서 기념식을 개최했다. 최 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어려운 때일수록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며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성은 하되 현재와 미래를 통섭하는 지혜로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불확실성에 놓인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최주선 사장은 삼성SDI가 최악의 시기에 놓여 있을 때 등판했다. 최 사장이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인 2024년 4분기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손실(2567억원)을 기록했다.
최 사장은 삼성 안팎에서 기술 기반의 체질 개선에 강점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시절 LCD에서 OLED 전환과 차세대 기술 육성을 주도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같은 이력을 바탕으로 삼성SDI로 자리를 옮긴 만큼, 내부에서는 새 사령탑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과 전기차 시장의 캐즘 국면이 예상보다 더 길어지며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 1분기에는 적자폭이 전 분기보다 배 이상 확대돼 연내 반등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날 기념식에서 최 사장도 "요즘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질 때도 있다"며 임직원들과 솔직한 심정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 사장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결단력을 갖춘 성격으로 단기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중장기 플랜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실제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추진한 일도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위한 실탄 마련이었다.
지난 5월 삼성SDI는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조달 자금은 ▲미국 GM(제너럴모터스)과의 합작법인 투자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투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업계 전반이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하는 상황에서 드문 공격적 행보라는 평가다.
R&D 투자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SDI는 올해 1분기 배터리 3사 중 가장 많은 357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매출액 대비 비중은 11.2%로, 기술 중심 경영 의지를 보여줬다.
하반기 경영의 핵심은 '정밀 대응'이다. 포스트 캐즘 국면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는 시장 변화에 대한 민첩한 감지력과 정교한 대응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빠른 판단과 기술 기반의 전략을 강점으로 삼아온 최 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확대도 시급한 과제다. 삼성SDI는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에서 국내 3사 중 가장 낮은 편이다. 특히 이번 상반기 주력 고객사인 BMW의 판매 저하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라,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차세대 성장축으로 육성 중인 전고체 배터리 시장도 속도가 관건이다. 삼성SDI는 롤프레스 기반의 초격차 공정 기술을 앞세워 2027년 양산 계획을 일찌감치 밝혔지만, 최근 국내외 경쟁사들도 유사한 일정의 로드맵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은 하반기 반등의 기회로 꼽힌다. 삼성SDI는 2009년부터 ESS 시장에 진출해 있으며, 북미·유럽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로 관세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투자와 경영 안정화를 동시에 이끌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반등 기반 다지기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점진적인 실적 회복 흐름 속에서 오는 4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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