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에 맡긴 정부···기업은 눈치보기 급급 공급과잉에 수익성 떨어지고 손실만 가중 "'빅딜' 거울삼아 정부가 통합 지휘해야"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석유화학 기업은 NCC 사업의 운영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대한유화 ▲한화토탈에너지스 ▲SK지오센트릭 등은 아직 이렇다 할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때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NCC 통합설이 돌기도 했지만, 양측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면서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두 기업 모두 해외 매각 카드까지 꺼내 들었으나 인수자 물색에 난항을 빚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NCC 사업의 현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NCC는 나프타를 고온으로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핵심 설비다. 특히 나프타가 생활용품에서 전기전자·컴퓨터·자동차·건설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활용되기 때문에 NCC는 국가 경제와 제조업 생태계에 중요한 축을 형성하는 기반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NCC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무엇보다 설비를 돌릴수록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여서 가동률도 70% 아래로 주저앉았다.
각 기업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어느 하나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놓진 않지만 다른 기업의 설비를 섣불리 떠안았다간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에 손을 놨다는 전언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정부의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기업은 공급과잉을 해결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고, 정책 당국은 자율성 보장을 명분 삼아 이를 외면하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차기 정부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일임할 게 아니라 당국이 컨트롤타워를 가동해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 정부는 대기업 간 사업 영역을 조정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 중심으로 통합을 유도하는 이른바 '빅딜' 정책을 추진한 바 있는데, 중복투자와 공급과잉이 극심했던 석유화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당국은 대림산업과 한화의 석유화학 부문을 통합한 여천NCC가 출범하도록 하고, 현대석유화학을 분리해 LG화학과 롯데케미칼(당시 호남석유화학)로 각각 편입되도록 하는 식의 구조조정을 유도했다. 이 때 한화그룹 역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합작사 한화바스프우레탄의 지분을 독일 바스프에 넘겼다.
비자발적 구조조정이어서 잡음이 사라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작업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한 각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도 과거의 성공 모델을 거울삼아 현실적인 구조조정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게다가 공급 과잉이라고 해도 NCC는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공멸 시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자칫 가격이라도 오른다면 석유화학제품을 필요로 하는 모든 기업이 부담에 직면하게 돼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간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자율에 맡겼다간 재편이 지연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위험이 번질 수 있다"면서 "차기 정부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정상화에 신경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어느 한 쪽에 NCC 통합을 주도하도록 하고, 해당 기업에 세제 혜택이나 인허가 완화, 신사업 자금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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