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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보톡스' 제일 저렴한 나라 한국···"내성 위험, 규제 강화 필요"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보톡스' 제일 저렴한 나라 한국···"내성 위험, 규제 강화 필요"

등록 2023.12.06 15:56

유수인

  기자

보툴리눔 톡신 안전사용 전문위원회 출범'고용량·짧은주기' 시술 문화, 내성 등 부작용↑美 엄격 관리, 한국은 허술···'감염병예방법' 발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는 생물학적 테러에 쓰일 수 있을 만큼 독성이 강해 전 세계적으로 균주를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규제가 미흡한 상황이다. 게다가 업체간 경쟁 심화로 제품이 의료현장에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면서 환자들은 여러 부작용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사진=유수인 기자보툴리눔 톡신 균주는 생물학적 테러에 쓰일 수 있을 만큼 독성이 강해 전 세계적으로 균주를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규제가 미흡한 상황이다. 게다가 업체간 경쟁 심화로 제품이 의료현장에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면서 환자들은 여러 부작용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사진=유수인 기자

흔히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관련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보툴리눔 톡신 안전사용 전문위원회는 6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안전한 보툴리눔 톡신 사용 문화 조성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술 문화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보툴리눔 톡신 안전사용 전문위원회는 지난 10월 국내 보툴리눔 톡신의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올바른 보툴리눔 톡신 사용 문화를 형성하고자 한국위해관리협의회 산하 소위원회로 출범했다.

문옥륜 서울대 명예교수가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인규 연세대 K-NIBRT 사업단 교수,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박제영 압구정오라클피부과 대표원장 등 총 6명의 전문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韓, 톡신 취급자·취급기관 사전 규재 부재···사고 방지 어려워
보툴리눔 톡신은 미간 주름 개선 등 가장 대중화된 미용 시술로 사용되고 있는 바이오 의약품이다. 편두통, 다한증 등의 치료 목적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보툴리눔 톡신 균주는 생물학적 테러에 쓰일 수 있을 만큼 독성이 강해 전 세계적으로 균주를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규제가 미흡한 상황이다. 게다가 업체간 경쟁 심화로 제품이 의료현장에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면서 환자들은 여러 부작용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날 발제를 진행한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질병관리청,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이 국내 보툴리눔균 보유기관 24곳을 대상으로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균주 출처 및 특성분석, 균 취급자 보안관리, 균주 불법 취득, 허위 분리신고 의심사례 등 관리 미흡사항이 확인됐다.

김 교수는 "미국은 복지부(HHS), 질병청(CDC), 식품의약국(FDA), 연방수사국(FBI), 국립보건원(NIH) 등 다양한 정부 부처에서 'FSAP'라는 시스템을 통해 보툴리눔 톡신을 관리하고 있다. 균주분리부터 수입, 이동, 보유, 제조, 수출, 폐기까지 단계별로, 부처별로 해야 할 일들을 명시해서 엄격히 관리한다"며 "톡신을 취급하려는 경우 모든 상황에 앞서 취급자와 취급기관에 대한 사전규제도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국내는 이에 대한 사전 규제가 없고, 신고제로 운영돼 관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어렵다"며 "또 한국은 복지부, 식약처, 산자부, 농식품부 등에서 각각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며 "보툴리눔 톡신 취급자 및 취급기관에 대한 구체적인 자격을 설정해 허가제를 도입하고 철저한 역학조사와 현장점검, 정기적인 점검과 교육의 시행, 관련 기록의 보존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며 "현재 보툴리눔 톡신 균주 안전관리 시스템 변화를 위한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보툴리눔 균주 획득 경위가 불명확할 경우 분리경위서를 작성케 하고, 신고만 해도 톡신 균주 보유가 가능한 제도를 허가제로 변경하고, 자격 없이도 취급 가능한 전문 인력 자격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라고 덧붙였다.

해외와 달리 톡신 업체 많아···저렴한 가격에 고용량·잦은 시술 가능
문제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환자들이 무분별한 시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시장은 연평균 11.5%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0년 154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 또한 꾸준히 상승하며 2019년 1230억원 규모에서 2023년 2090억원으로 성장했다.

해외의 경우 애브비, 멀츠, 입센, 란저우 등 보툴리눔 톡신 제조회사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국내는 메디톡스, 대웅제약, 휴젤, 휴온스바이오파마, 휴메딕스, 제테마, 파마리서치바이오 등 17곳이 제조 및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허 교수는 "보통 의약품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이라고 하면 개도국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톡신과 그 시술 가격이 가장 싼 나라는 한국"이라며 "전 세계에서 생산 공장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인구 대비 톡신 시술 환자수가 가장 많은 곳도 한국일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톡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 몸은 모든 물질에 대해 항원-항체 반응이 생긴다. 양 자체가 많다거나 자주 접하거나 해서 물질이 많아지면 항원-항체 반응도 많아진다. 우리나라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톡신을 자주, 많은 양을 접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국내 톡신 시술 경험이 있는 20~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과반수가 연평균 2회 이상, 한 번에 2부위 이상 시술한다고 답했다. 많은 사람이 다빈도, 고용량 시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유수인 기자국내 톡신 시술 경험이 있는 20~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과반수가 연평균 2회 이상, 한 번에 2부위 이상 시술한다고 답했다. 많은 사람이 다빈도, 고용량 시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유수인 기자

실제 박 원장이 국내 톡신 시술 경험이 있는 20~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과반수가 연평균 2회 이상, 한 번에 2부위 이상 시술한다고 답했다. 많은 사람이 다빈도, 고용량 시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시술 경험자 10명 중 4명 이상이 내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환자 74%는 '효과 감소'를 경험했고, 36%는 '내성 의심' 단계였다. 특히 누적 시술 횟수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연령, 1회 다부위 시술자에서 효과 감소와 내성 의심 경향이 높았다.

그런데 내성이 의심되는 환자 44%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병원을 바꿔가며 시술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시술 이력 추적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환자는 물론 의료진도 내성 발생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시술을 반복해 관리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환자들은 톡신 시술시 제품의 '품질'과 '내성 안전성' 정보를 가장 원하지만 실제 병원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84%는 독신 정보를 모른채 시술을 받았고, 10명 중 6명은 유튜브 등 비전문자로부터 정보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원장은 "톡신제제에 대한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정보는 안전한 톡신 문화를 저해한다. 톡신 제품별 차이, 내성 안전성 등에 대한 전문가 안내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톡신을 미용목적으로 주로 사용하는데, 치료용으로도 쓰인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내성이 생기면 나중에 치료목적으로 사용할 때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요즘은 나이가 있는 사람들도 시술을 많이 받는데, (고령층에서 발생하기 쉬운) 뇌졸중 치료에도 톡신이 사용된다. 미용목적으로 시술하다 생긴 내성 때문에 죽고 사는 치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적정 용량·주기 안내 필요, 내성 위험 낮춘 안전한 제품 선택도 중요
이날 전문가들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사용으로 인한 내성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적정 용량과 시술주기를 지키고 안전한 제품 사용에 힘써야 한다고 피력했다.

엄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 사용으로 발생 가능한 부작용으로는 주사 부위 통증, 부기, 멍 등의 경미한 반응, 안검하수, 입술 비대칭 등의 시술 부위에 따른 부작용 등이 있는데 가장 흔히 발생하고 위험한 부작용은 내성"이라며 "톡신은 신경독소와 주위를 둘러싼 복합단백질로 이뤄져 있는데 약물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오직 순수 신경독소뿐이다. 결국 톡신제제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구조를 얼마나 퓨어하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성 안전성은 복합단백질과 비활성화 신경독소와 연관이 있는데, 적정용량과 주기를 지키지 않는 경우 내성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며 "톡신은 안과, 소화기내과, 신경과, 비뇨기과, 정신과 등 다양한 질환에서 사용된다. 면역원성이 발생한 경우 미용 목적 외에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도 직접적, 장기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내성 발생 후에도 인지하지 못하고 병원만 이동하면 시술 이력 트래킹이 어렵다. 이 경우 고용량의 짧은 주기 시술 경향성이 증가해 내성 악순환 발생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부위별 적정 주기 및 용량, 발생 가능한 부작용 등은 물론 제품별 차이 등도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톡신 제품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는 '일관된 역가를 가지는가'와 '항체 형성 위험이 없는가', '보관/이동시 온도변화에도 일정한 상태 유지가 가능한가'(안정성을 갖추었는가)이다"라며 "항체 형성 위험이 없는 톡신 제품으로는 복합단백질을 포함하지 않고, 비활성화 신경독소를 포함하지 않은 제품 선택을 권장한다"고 했다.

이어 "생산 배치별로 일정한 생물학적 역가(biologic potency)를 가진 제품이어야 한다. 모든 약의 품질을 검사할 수 없기 때문에 랜덤으로 고르더라도 안전하고 일관된 효과를 나타내야 한다"며 "온도변화에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톡신은 제조과정에서부터 이동 및 보관까지 적정온도에서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품이 분해되고 변질될 가능성이 있어 그로 인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라고 말했다.

그러며 "대부분의 톡신 제품들이은 냉장 보관 원칙인데 시술할 때 잠깐 상온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문 위원장은 "보툴리눔 톡신이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되면서 안전성 문제가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톡신은 다양한 질환에 사용되는 의약품으로 면역원성 발생이라는 잠재적 위험성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의 규제 강화뿐만 아니라 의료진·환자가 높은 품질의 제품을 선택해 내성으로부터 안전성을 높이고 부위별 적절한 용량과 주기에 맞춰 시술을 진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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