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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화(昇華) ⑲ 인격의 완성

[배철현의 테마 에세이] 승화(昇華) ⑲ 인격의 완성

등록 2019.11.12 15:21

수정 2020.01.03 13:31

 승화(昇華) ⑲ 인격의 완성 기사의 사진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국민 한명 한명이 선진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다. 애벌레가 고치 안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낸 후에 나비가 되듯이, 인간은 과거의 자신을 직시하고 개선하기 위해 자신이 마련한 고치에서 변신을 시도해야한다. 그 변신은 정신적이며 영적인 개벽이다. 필자는 그 개벽을 ‘승화’라고 부르고 싶다. ‘더 나은 자신’을 모색하는 열아홉 번 째 글의 주제는 ‘인격의 완성’이다


인격의 완성(完成) ; 오랜 인내 수련을 통해 습득되는 삶의 최고 예술


누가 나에게 “인생의 목표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나는 무엇 때문에 숨을 쉬며 하루를 연명하고 있는가? 니체는 인간이 인생을 사는 ‘이유’why를 안다면, 어떤 어려움how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의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내 삶을 운행하는 원칙과 그 원칙을 돌리는 유연하면서도 굳건한 축軸이 있을 때 가능하다.

인도의 현자들은 전차의 차축이 중앙 허브에 어울리지 않은 때, 우리가 탄 인생이라는 전차는 고장이 나고, 우리는 고통을 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육체적이거나 정신적인 혹은 육체적이며 정신적인 고통을 산스크리트어로 ‘두카duḥkha'라고 부른다. 두카는 일생생활에서 생기는 근본적인 불만족과 고통이다. 해탈은 바로 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사건이다. 두카는 고통과 슬픔을 야기하고 인간을 불편하고 불쾌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두카는 ‘잘못된, 맞지 않는’이란 의미를 지닌 단어 ‘두스dus'와 ‘마차를 끌기 위해 멍에와 연결된 차축을 한데로 모아 원활하게 움직이게 하는 구멍’을 의미하는 ‘카kha’의 합성어다.

‘카’는 더 나아가 ‘신체의 골격들을 이어주는 빈 공간, 감각의 기관, 빈 공간인 하늘’을 의미한다. ‘카’는 자동차나 자전거의 ‘허브’에 해당한다. 아리아인들에게 전차 바퀴의 훌륭한 작동은 전투에서 승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만일 차축이 허브에 잘못 연결돼 있으면 전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고장이 난다.

산스크리트어 사전을 만든 영국학자 모니어-윌리엄스는 두카의 어원을 다르게 분석한다. 잘못된, 맞지 않는 이란 의미를 지닌 단어 두스와 ‘두발을 땅에 딛고 서있다’란 의미의 동사 ‘스타(stha)'의 합성어다. 두카의 의미는 ‘자신의 고유임무를 알지 못하고 잘못된 장소에서 서성거리는 행위’다. 인간에게 고통이란 자신의 생각, 말 그리고 행동을 한 곳으로 모아 그들을 원활하게 움직이게 하는 자신만의 빈 공간을 소유하지 못한 상태다.

고통을 당하는 아둔한 자는 남이 만들어 놓아 자신에게 맞지 앉는 축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려한다. 고통의 원인이다. 그러나 깨달은 자는, 자신의 발굴해 낸 자신만의 삶의 원칙에 승복한다. 전자는 삶의 기준을 외부에서 찾지만, 후자는 삶의 기준은 자신의 심연에서 찾는다. 인간은 자신이 기꺼이 승복하고 싶은 한 가지 원칙原則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원칙은 우리가 흔히 아는 선과 악이라는 기준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선와 악을 뛰어넘는 어떤 것이다.

로마 황제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는 그 원칙을 깨달은 현자였다. 로마제국의 황제로 인생의 마지막 15년을 적진의 야전에서 보냈던 그에게 삶은 추상적인 놀이가 아니라, 언제나 최선最善을 요구하는 갈림 길이였다. 이 이야기의 스티브 잡스가 17세부터, 매일 매일 자신에게 물은 물음이 되었다. “만일 당신이 오늘을 인생의 마지막처럼 산다면, 당신은 언젠가 분명히 후회하지 않을 옳은 삶을 살고 있을 것입니다.” 그는 매일 아침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문하여, 그 날 완수해야하는 일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아우렐리우스는 인생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격이 완성되면, 당신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은 이것입니다.
그것은 매일 매일을 인생의 마지막 날에 어울리도록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흥분하지 않고, 무감각하지도 않고, 허세를 부리지 않습니다.”


<명상록> 제7권 69행

그는 인격人格의 완성을 일생동안 추구하였다. 인격이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을 격조格調가 있게 만들려는 수고다. 자신의 몸에 자연스럽게 배이도록 오랜 인내의 수련을 통해 습득되는 삶의 최고 예술이다. ‘인격’人格에 해당하는 고대 그리스어는 ‘에토스’ēthos로 그 기본적인 의미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얻어진 습관과 관습; 좋은 습관을 통해 형성되는 도덕과 윤리’라는 뜻이다. ‘에토스’는 그리스 비극에 등장하는 중요한 개념어로 ‘등장인물; 등장인물이 뿜어내는 개성個性’이란 의미도 있다. 그는 자신이 일생동안 추구해온 인격의 최종목표를 흔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권력, 부 혹은 명성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에토스’는 소크라테스 이전에 등장한 가장 중요한 철학자인 헤라클리투스의 명언에서 그 의미가 더 확연히 드러난다. 그는 ‘에토스 안쓰로포 다이몬’ēthos antropō daimōn이라는 말로 자신의 철학을 요약하였다. 이 문장을 번역하자면 ‘인간에게 습관/개성은 운명/천재성이다’다. 범인은 자신의 불행을 남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각성한 자는 자신의 운명은 자신의 생각습관, 말 습관, 그리고 행동습관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그 목표는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사는 것이다. 오늘을 인생의 마지막처럼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는 그 목표를 명사, 동사, 혹은 형용사로 말하지 않고 문장으로 말한다. 매일 매일을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여기고, 그것에 합당한 생각, 말, 그리고 행동으로 사는 것이다.’ 그는 인생을 마지막 날에 어울리게 사는 것을 동사 부정형 ‘디엑사게인’διεξάγειν으로 표현하였다. ‘디엑사게인’은 세 가지 낱말의 합성이다. ‘디아di(a)’, ‘엑스’(eks), 그리고 ‘아게인’agein이다. 맨 뒤에 등장하는 낱말은 ‘원칙을 가지고, 그 원칙대로 행동하다; 인도하다; 이끌다’란 의미다. ‘아게인’은 ‘축’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엑시스’axis와 같은 어원에서 파생된 단어다. 그것은 마치 마차나 자동차의 중간축처럼, 규칙적인 움직임이다. ‘아게인’ 앞에 위치한 ‘엑스eks’는 ‘어떤 것으로부터’라는 의미를 지닌 전치사다. 아우렐리우스는 그 앞에 또 다른 접사 ‘디아’dia가 접두된 동사를 선택하였다. ‘디아’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단어 앞에서 ‘디’di-로 축약되어 등장한다. ‘디아’는 ‘완벽하게; 편만하게’란 의미다. ‘디엑사게인’을 부연설명하면, ‘원칙에 어울리게, 마치 자동차의 축처럼,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완벽하게 행동하다’라는 의미다.

아우렐리우스는 매일 매일을 인생의 마지막 날로 정중하게 대했다. 그에게 하루는 인생의 첫날이자 동시에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날을 생일파티하거나 장례식을 거행하는 것처럼 살자는 것도 아니다. 그는 ‘디엑사게인’의 마음가짐을 다음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용하게 하루를 보내는 삶의 태도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 너무 기뻐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말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것에 만족하는 삶이다. 둘째, 그렇다고 주변사람들에게 냉소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들을 매정하게 대하지 말고, 혹은 자신이 하는 일을 무기력하게 진행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과 주변사람들에게 정중하고 친절하게 대한다. 세 번째, ‘척하지’않는 삶이다. 허세는 부리는 사람은 초라하다. 자신이 몫을 알고 그것에 최선을 하다고 만족하는 사람은 의연하다. 나는 오늘을 마지막처럼 의연하게 살고 있는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흉상> 대리석, 170년, 76.5 cm x 53.5 cm x 29 cm 프랑스 남서부 툴루즈(Toulouse)에 있는 생 레이몽 고고학 박물관<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흉상> 대리석, 170년, 76.5 cm x 53.5 cm x 29 cm 프랑스 남서부 툴루즈(Toulouse)에 있는 생 레이몽 고고학 박물관


<필자 소개>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셈족어와 인도-이란어를 전공하였다. 인류최초로 제국을 건설한 페르시아 다리우스대왕은 이란 비시툰 산 절벽에 삼중 쐐기문자 비문을 남겼다. 이 비문에 관한 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인류가 남긴 최선인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며 다음과 같은 책을 썼다. <신의 위대한 질문>과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성서와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었다. 성서는 인류의 찬란한 경전이자 고전으로, 공감과 연민을 찬양하고 있다. 종교는 교리를 믿느냐가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연민하려는 생활방식이다.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빅히스토리 견지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추적하였다. 이 책은 빅뱅에서 기원전 8500년, 농업의 발견 전까지를 다루었고, 인간생존의 핵심은 약육강식, 적자생존, 혹은 기술과학 혁명이 아니라 '이타심'이라고 정의했다. <심연>과 <수련>은 위대한 개인에 관한 책이다. 7년 전에 산과 강이 있는 시골로 이사하여 묵상, 조깅, 경전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블로그와 페북에 ‘매일묵상’ 글을 지난 1월부터 매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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