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루들판에서 자신의 형제들과 전투를 벌어야하는 상황에 처한 영웅 아르주나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는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사적인 욕심과 이익을 위해 일가친척과 형제자매에게 칼과 화살을 겨눌 수 있는가?” 이 실존적인 질문은 인류가 마을과 도시에 정착을 시작하고 사유재산이 형성되면서부터, 인간의 양심을 괴롭혀왔다. 실용주의자들은 자신의 생존과 이익을 위한 전쟁을 필수적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평화주의자들에게 살해허용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전쟁 상황도 그 예외가 될 수 없다.
소위 ‘정당한 전쟁이론’Just War Theory는 이 두 주장의 절충안이다. 전쟁을 ‘정당한 전쟁’과 ‘부당한 전쟁’으로 구분하여 정당한 전쟁에만 참전할 수 있다는 자구책이다. 고대 인도인들은 <마하바라타>에서 ‘정당한 전쟁이론’을 ‘다르마-윳다’dharma-yuddha라고 불렀다. 다르마-윳다는 5세기 로마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아우구스투스가 말한 ‘참전할 것인가에 대한 정당성’(jus ad bellum)이 아니라, 참전하여 군인들에게 허용된 행동방식인 ‘참전하여 허용된 정당성’(jus in bellō)에 해당한다. 예들 들어, ‘다르마-윳다’는 실제 전투에서 동등한 힘과 무기를 가진 용사끼리 싸워야 한다. 전차를 탄 용사가 보병을 공격할 수 없다. 또한 무기를 잃어버린 군인에게 공격하는 것은 부당한다. 여성, 전쟁포로, 농부들을 거룩한 존재로 함부로 대할 수 없으며, 신의 소유인 순례지를 파괴하는 행위는 터부다. 요즘과 같이 핵이나 드론을 이용한 전쟁은 ‘부당한 전쟁’이다.
아르주나는 이 궁지에 빠졌다. 쿠루 들판에서 자신이 속한 판다바 군대를 무찌르려는 카우바라 군대는 그의 친척이며 사촌들이다. 아르주나는 자신의 스승이며 전차를 모는 전사인 크리슈나와 함께 이 난국을 타개하기를 시도한다. <바가바드기타> 제 1권 24행은 산자야가 카우바라의 장님왕에게 아루주나 군대의 움직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evam ukto hṛiṣīkeśo
에밤 욱토 흐리쉬케쇼
guḍākeśena bhārata
구다게세나 바라타senayor ubhayor madhye
세나요르 우바요르 마드에
sthāpayitvā rathottamam
스타파위트바 라톳타맘
(직역)
“오, 바라타의 자손이여! ‘머리카락이 빽빽하게 선 자’가 말을 건낸 ‘머리카락이 굵은 자’는 두 군대 진영 사이, 가운데로 전차를 몰고 갔습니다.”
(의역)
“산자야가 ‘오, 바라타의 자손, 드리타라슈트라여!’라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머리카락이 빽빽하게 선 자’인 아르주나가 ‘머리카락이 굵은 자’인 크리슈나에게 요구한대로, 그들을 타고 있는 전차를 두 군대 진영 사이, 가운데로 몰고 갔습니다.”
산자야는 카우바라의 장님왕 드리타라슈트라에게, 카우바라와 판다바 군대의 전투 상황을 일러주고 있다. 아르주나의 마부인 크리슈나는 그들이 탄 전차를 몰고 두 군대 사이, 가운데로 달려갔다. 그리고 크리슈나는 아르주나에게 25행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bhīṣma-droṇa-pramukhataḥ
비슈마-드로나-프라무카타흐
sarveṣāṁ ca mahī-kṣitām
사르베샴 차 마히-크쉬탐uvāca pārtha paśyaitān
우바차 파르싸 파슈야이탄
samavetān kurūn iti
사메베탄 쿠룬 이티
(직역)
“비슈마, 드로나, 그리고 이 땅의 모든 통치자를 앞에서, 그가 말했다: ‘오, 파르타여! 쿠르인들이 이렇게 모여있는 곳을 보십시오!”
(의역)
“가장 나이가 많은 카우바라의 용사이자, 아르주나의 삼촌인 비슈마, 전쟁술, 특히 궁술을 가르치는 스승 드로나, 이 세상을 통치하는 모든 통치자들 앞에서, 크리슈나가 말했다. ”오, 프리타의 아들인 아르주나여! 판다바인들과 카우바라인들의 모두 속한 쿠루인들이 이렇게 모여있는 것을 보십시오.
크리슈나는 아르주나의 마음속에 전쟁의 당위성을 스스로 묻도록 혼란을 야기한다. 프리타는 아르주나의 어머니 쿤티의 별명이다. ’프리타의 아들‘이란 의미를 지닌 ’파르타‘는 아르주나다. 크리슈나는 아르주나에게 카우바라 군대의 대장들을 보라고 요구한다. 비슈마는 아르주나의 삼촌이며, 드로나는 그에게 궁술을 가르쳐주었던 스승이다. 크리슈나는 ’쿠루‘Kuru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한다. 위대한 왕 ‘쿠루’는 판다바인들과 카우바라인들의 공동조상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쿠루 들판에서 살해하려는 대상은 다름 아닌 자신의 일가친척이며 형제자매들이다.
아르주나는 크리슈나의 말을 듣고, 카우바라 군대를 바라본다. 그가 가까이 가서 본 이들은 원수가 아니라 자신의 혈육이다. 26행은, 카우바라인들이 누구인지를 자세하게 나열한다.
tatrāpaśyat sthitān pārtaḥ
타트라파슈얏 스티탄 파르타흐
pitṝīn atha pitāmahān
피트린 아싸 피타마한ācāryān mātulān bhrātṝīn
아차르얀 마툴란 브라트린
putrān pautrān sakhīṅs tathā
푸트란 파우트란 사킨스 타싸
(직역)
“프리타의 아들이 거기에 서서 보았다. 아버지들, 할아버지들, 선생들, 외삼촌들, 형제들, 아들들, 손자들 그리고 친구들까지 (보았다).”
(의역)
“프리타의 아들인 아르주나는 두군대의 가운데로 가서 전차 위에서 양쪽 진영을 둘러왔다. 그들은 그의 아버지들, 할아버지들, 선생들, 외삼촌들, 형제들, 아들들, 손자들, 그리고 친구들도 보았다. 이렇게 목숨을 내놓고 전투하려는 두 진영은 일가친척이었다.”
아르주나는 깊은 시름에 빠진다. 그는 자신의 혈육을 향해 활을 들것인가?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전쟁 정당화될 수 있는가?
뉴스웨이 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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