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총량 반토막···은행권 수익 개선 고민국정위에 정책 제언 전달···국정위, 사실상 "보류"
은행권이 국정위에 '경제 선순환과 금융산업 혁신을 위한 은행권 제언' 최종 보고서를 전달한 가운데 국정위는 "아직 때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보류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정위가 은행권에 대해 일종의 군기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 국정위에 정책 제언 전달···"투자일임업 등 규제 완화해달라"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업무보고를 활발히 진행하면서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국정과제 수립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회원 은행들의 의견을 담아 지난 19일 국정위에 '경제 선순환과 금융산업 혁신을 위한 은행권 제언' 최종 보고서를 전달했다.
은행권은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국정위에 은행 규제 완화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은행들은 이자 장사에 나선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비이자이익 부문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자산관리(WM), 투자금융(IB), 외환 등 수수료 기반 수익이 비이자이익으로 분류된다.
특히 최근 정부가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 계획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면서 은행권의 수익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부문 확대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서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 완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은행권은 국정위에 투자일임업 관련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구 고령화 속에 자산관리 수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탁제도 손질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겼다. 투자일임업 전면 허용은 증권사 등 이해관계자의 반대로 검토가 중단된 바 있다.
현재 투자일임업은 증권사, 자산운용사는 겸영할 수 있고 보험사는 제약이 없다. 다만 은행은 일임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만 제한적으로 투자일임업이 가능해 퇴직연금 등 운용 측면에서 타업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은행권은 정부가 이러한 제약을 완화하면 이자장사 비판에서 벗어나 비이자이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자산관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탁 가능 재산 범위 확대와 신탁 관련 제한 완화가 필요하다"며 "우선 공모펀드, 퇴직연금과 관련한 은행의 투자일임업을 풀어주고 장기적으로는 디지털금융 확산 등 급변하는 금융 환경과 해외 사례를 고려해 은행의 투자일임업을 전면적으로 허용해달라"고 촉구했다.
"디지털자산업 겸영 업무 허용" 요구도···비금융업 진출 겨냥
은행권은 '금융회사의 핀테크(금융기술) 투자 가이드라인'에서 금융회사가 투자할 수 있는 핀테크 업체의 범위에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업도 더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은 그간 핀테크 기업이 금융·비금융을 융합한 혁신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는데 정작 은행은 다른 사업으로의 진출이 사실상 금지돼 있어 불만을 표해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만 사실상 형평성 차원에서 어긋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규제가 완화되면 비금융업 진출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국정위에 디지털자산업을 겸영 업무에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염두에 둔 내용으로 분석된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은행이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금융업법상 은행의 업무 범위에 디지털자산업이 포함돼 있지 않다.
특히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안에 근거해 "법적으로 당국 인허가 시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디지털자산 수탁업 등이 가능해진다"며 "투자 가능한 핀테크 업체 범위에 디지털자산, 블록체인 기업을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국정위, "아직 때 아냐" 사실상 보류···"은행권 기강 잡기" 의견도
은행권의 규제 완화 요구는 이번 정부에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은 새 정부나 국회가 출범할 때마다 투자일임업 허용, 신탁업 규제 완화 등을 건의해왔으나 매번 통과되지 못했다.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은 최근 은행권의 정책 제언에 대해서 "은행연합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단체, 기관에서 국정위에 정책 제안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책 제안은 대통령 공약과 관련된 것도, 대통령 공약과 관계 없는 제안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제목을 분류하고 공약과 소관을 정하는 단계로, 어떤 제안을 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뿐만 아니라 "요청이 들어오면 접수를 해서 분과별로 분배하는 과정을 거치고 분과에서 국정과제, 공약과 어떤 연계가 있는지 검토한 뒤 검토 결과를 피드백한다"며 "스테이블 코인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국정위가 은행권에 대해 일종의 군기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정위도 나름대로 과정을 따져가며 제언을 받아들이거나 조절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이번 정부 대출 규제로 은행권 수익이 떨어질 것이 자명한 상황 속에 규제 완화에 대해서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한 것은 은행들의 기강을 잡으려는 것 아닌가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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