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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지구 끝까지 찾아간다"...K-배터리 수장들의 '인재 전쟁'

산업 에너지·화학 NW리포트

"지구 끝까지 찾아간다"...K-배터리 수장들의 '인재 전쟁'

등록 2025.06.26 06:30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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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미국·카이스트까지 인재 현장 누비는 경영진캐즘 때 기술 내재화 실패 시 시장 도태 불가피R&D 투자 확대 지속에도 CATL 투자액 못 넘어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전기차 캐즘에 배터리 셀 공장 가동은 잠잠하지만, 총수들의 일정표는 빼곡하다. 차세대 기술을 이끌 R&D(연구개발) 인재를 찾아 직접 현장을 누비는 모습이다. 차세대 기술 확보가 향후 시장 주도권과 직결된다는 판단 속에서 실적 부진에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행보다.

'기술형 CEO' 3인방, R&D 인재 확보 전면에 나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2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찾았다. 현지에서 열린 'BTC in 프랑크푸르트' 행사에 참석해 유럽 내 석·박사급 인재들과 직접 교류하며 기술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이다. B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매년 세계 각국의 우수 인재를 초청해 기술력을 소개하는 채용 연계형 행사로, 지금까지는 주로 국내와 미국에서 열려왔다.

올해 처음 유럽에서 개최된 만큼, 김 사장이 유럽 인재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기차 캐즘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직접 참석해 인재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이어왔다.

SK온의 이석희 사장도 최근 모교인 카이스트를 찾아 산업 특강을 진행하며 후배들과 직접 만났다. 이 사장은 "배터리 산업의 미래는 결국 기술 인재에 달려 있다"며 "CEO 취임 이후 연구개발과 생산 인력을 핵심 축으로 삼아왔다"고 강조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현재 신규 채용은 R&D 인력에 한정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SDI 역시 오는 7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테크앤커리어포럼(T&C포럼)' 개최를 앞두고 있다. 이번 행사에 최주선 대표이사가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T&C포럼은 삼성SDI가 매년 하반기 진행하는 대표적인 기술 인재 채용 행사다.

세 수장이 이렇게 직접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세 사람 모두 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한 'R&D형 CEO'들이기 때문이다.

김동명 사장은 재료공학 박사 출신으로 1998년 배터리 연구센터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R&D, 상품기획, 생산, 사업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현장과 기술 양쪽을 모두 경험한 전문가로서,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CEO에 오른 대표적 사례다.

이석희 SK온 사장 역시 기술개발 분야에서 이력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SK하이닉스 재직 당시 초대 미래기술연구원장으로 영입됐으며, 당시 "기술 개발에 최적화된 리더"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업계 내 신뢰가 높았다. CEO 취임 이후에도 기술 중심 경영을 일관되게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도 대표적인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기술 전문성과 경영 역량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 속에 전고체 배터리와 차세대 셀 기술 확보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기술력 판단하는 시기"···국내 배터리 업계, 中과의 격차도 벌린다


전기차 캐즘에도 총수들이 R&D를 재촉하는 이유는 포스트 캐즘을 고려한 판단이다. 성장 정체기 속 고성능, 저비용 배터리 기술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따라 캐즘 이후의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술 내재화나 수익 구조 개선에 실패한 기업은 투자 회수 압박, 공급망 리스크, 기술 격차에 밀려 자연스럽게 탈락하는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산업은 겉보기에는 조립 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밀 공정 역량과 기술 노하우가 핵심인 고난도 제조업"이라며 "이 캐즘 시기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존과 도태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3사는 실적 부진 속에서도 R&D 투자를 줄이기는커녕, 되레 공격적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세 CEO가 현장을 직접 누비며 인재를 찾는 동시에, 투자 규모 역시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국내 3사의 연구개발 비용은 총 2조6628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7421억원이 집행되며, 기술 투자 흐름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R&D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 배경에는 중국의 전방위적 공세도 한몫을 하고 있다. 단순한 위협을 넘어선 실질적 경쟁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최근 잇따라 IPO(기업공개)에 나서며 기술 개발과 글로벌 생산기지 확장을 위한 자금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대표주자인 CATL은 조달한 자금을 헝가리 등 유럽 생산 거점 확대와 연구개발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이브에너지도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 확대와 차세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의 투자 규모는 국내 업체를 민망케 한다. CATL은 지난해에만 약 3조5000억원을 R&D에 지출했는데 이는 국내 3사의 연간 연구개발비 총합을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업계에서도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더 이상 내수 시장에만 의존해 수익을 내는 시대는 지났다"며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 면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지니고 있는 만큼, 이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는 것이 결국 경쟁력을 유지하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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