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해외 생산체계 확보 '속도'동국제강, 투자 여력 부족에 해외 투자 유보"현지 생산체계 확보, 철강사들 필수적 과제"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현대제철이 추진하는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에 지분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최근 중국 칭산그룹과 인도네시아에 합작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비핵심 자산 등을 매각, 모아둔 현금 기반으로 해외 진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현대제철은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찍이 미국 진출을 결정했다. 약 8조5000억원 규모를 투자해 현지 전기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며 2026년 착공, 2029년 완공을 바라보고 있다. 이와 동시에 현대IFC 등 저수익 사업 중심으로 매각을 단행하며 자금 마련에도 속력을 높이고 있다.
이들이 해외 투자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심각한 대외 악재로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산 저가 제품이 대량 유입되면서 골머리를 앓았던 철강사들은 올해 50% 대미 관세까지 겹치자 전략적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생산 거점 다변화 등의 대응책으로 관세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다.
반면 동국제강은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해외 투자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과 고강도 감산 조치에 방점을 두고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높은 내수 의존도와 부족한 투자 여력이 지목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동국제강의 내수 매출 비중은 84.83%에 달하며 제강 부문은 90%를 넘나들고 있다. 내수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통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연초 특별수출본부도 신설했지만, 현재까지 미국 등 해외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무구조가 약화한 점도 해외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상반기 동국제강의 부채비율은 103.1%, 차입금은 1조1734억원으로 지난해 말(87.7%, 9312억원) 대비 증가했다. 여기에 현금성자산은 5206억원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해외에 조 단위 금액을 투자한 것을 감안하면 해외 거점 확장을 위한 현금창출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에 동국제강은 4개월간 고심했던 현대제철 자회사 현대 IFC 인수도 포기했다. 업계 일각에선 최근 페럼타워 재매입으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인수를 추진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투자여력이 제한적인 데다가 대외 상황 변동성도 큰 만큼, 동국제강의 생산 거점 전환에 대한 결정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무역 장벽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철강사들은 단기적이 아닌 중장기 차원의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며 "해외 생산체계는 철강사들이 앞으로 구축해야 할 필수 과제"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yee9611@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