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부담과 미국發 관세 리스크에 영업익↓ 하반기 아이폰17 효과로 실적 반등 가능성카메라 모듈·반도체 기판 등 수요 증가 전망
LG이노텍은 7일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매출 3조9346억원, 영업이익 1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6%, 영업이익은 92.5% 감소한 수치다.
이는 증권사의 전망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LG이노텍이 올해 2분기 매출 3조8183억원, 영업이익 42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2분기 LG이노텍은 이례적으로 호실적을 거둔 바 있다. 특히 2분기 기준 최대 매출(3조6803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애플이 이구환신(낡은 것을 새것으로 바꾸는 정책) 효과를 얻기 위해 중국 시장에 할인 판매를 진행한 덕이다. LG이노텍의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이번 2분기는 별다른 이변 없이 계절적 비수기를 피하지 못해 지난해 동기보다 92.5% 줄어든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발 관세 리스크를 우려한 고객사의 선구매(풀인) 수요도 1분기에 몰리면서, 2분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이익이 100억원대로 급감한 주요 원인은 비우호적인 환율이었다. 이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사업은 LG이노텍의 주력인 광학솔루션 사업부다. 해당 사업부는 전년 동기 대비 17.1% 줄어든 3조5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26.2% 감소했다.
일부 증권사는 광학솔루션 부문이 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종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메라 모듈은 CIS, 액추에이터 등 원재료를 매입한 시점의 환율과 납품 시점의 환율 차이로 인해 환차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4월 중순부터 환율이 하락세를 보였고, 5월에는 급락하면서 광학솔루션 사업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높은 환율일 때 원재료를 매입, 환율이 떨어졌을 때 완성품인 카메라모듈을 납품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LG이노텍은 차량용 카메라 모듈이 주요 고객사의 신모델 출시 효과로 일부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기판소재사업은 모바일 수요 회복에 힘입어 매출 41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전분기와 비교했을 때 각각 10% 증가한 수치다. 특히 RF-SiP 기반의 반도체 기판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어진 것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전장부품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6.2%, 전분기 대비 0.4% 감소한 4,65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기차 등 전방 산업 성장 둔화로 매출 증가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차량 통신 모듈과 조명 모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매출과 비중은 증가했다.
업계의 관심은 하반기로 쏠리고 있다. LG이노텍은 통상 상반기를 비수기, 하반기를 성수기인 흐름을 갖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하반기에 신제품을 집중적으로 출시하는 것이 그 배경이다.
오는 3분기 애플이 출시하는 아이폰17은 모든 모델에 24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 모듈의 제조원가가 상승함에 따라, 광학솔루션 사업부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하반기 신모델 효과로 광학솔루션 가동률이 상승하고, 글로벌 세트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안정화되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하반기 실적은 고객사의 수요 강도와 관세 불확실성 해소 여부가 변수"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눈빛은 여전하다. 미국 관세와 환율 영향이 여전한 데다, 지난달 애플이 WWDC에서 음성비서 '시리'의 AI 업그레이드 계획을 재차 연기하면서 소비자 기대치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이폰17 출하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증권사들도 나오고 있다.
이주형 LG이노텍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주요 고객사가 새로운 폼팩터의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유의미한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며 "이에 따라 하반기 고객사(애플) 스마트폰에 대한 추가적인 소비 여력은 미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LG이노텍은 올해 하반기 차량용 조명, 통신모듈 매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LG이노텍은 전장 사업과 관련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테슬라 등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프리미엄 조명·통신 솔루션 기반의 수주 확대는 물론 자율주행 센싱 솔루션 사업 육성과 완성차 수주 확대도 추진 중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하반기 주요 고객사 신모델 양산 본격화로 카메라 모듈, 통신용 반도체 기판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AX(인공지능 전환) 도입 확대 등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