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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격세지감 '메이드 인 차이나'

오피니언 기자수첩

격세지감 '메이드 인 차이나'

등록 2025.07.23 12:59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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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연초 중국 춘제(중국의 설 연휴)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빨간 중국 전통복을 입은 휴머노이드 로봇 15대가 무용수들과 함께 '뉴양거'라는 중국 북부 전통 춤을 추는 영상이 SNS에 떠돌았다. 관절이 있는 것처럼 유연하게 움직였고, 손수건 소품까지 완벽하게 다뤘다. 실수 하나 없이 공연을 마치는 모습에 댓글 창은 놀랍다는 반응으로 도배됐다.

최근에는 중국 로봇 업체인 유비테크에서 직접 등 뒤에 있는 배터리를 꺼내고 충전된 배터리로 갈아 끼우는 로봇을 선보였다는 소식도 들린다. 사용한 배터리는 직접 충전기에 반납까지 하는 등 기술의 정교함이 인상적이었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싸고, 품질 낮고, 오래 못 가는 제품의 대명사였다. "낮은 가격인 만큼 고성능은 포기해도 돼"하며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산업계에선 더는 통하지 않는다. 지금 중국은 가격 대비 고성능, 고성능을 넘어 '초고성능'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배터리, 반도체, AI 등 어느 분야든 한국 기업들은 중국 업체가 따라올까 혹은 앞지를까 늘 노심초사하는 대상이다.

한국만의 고민은 아니다. 미국 또한 긴장하고 있다. 테슬라가 내년을 기약하고 있는 로보택시는 이미 중국 우한에서 500대가 운행 중이다. 현지 택시기사들은 밥줄이 끊겼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미국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로보택시 시장이 10년 내 900배 커질 거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미국 오픈 AI가 개발한 챗지피티에 견주는 성능에, 10분의 1 수준의 저비용으로 만든 '딥시크'도 미국에서 주목받았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의 조용했던 고향이 이제 하루 1만 명의 관광객으로 붐빌 정도다.

배터리 시장은 과거 한국 기업에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10년 전을 거슬러 내려가 2015년 SNE리서치 조사를 살펴보면, 중국 BYD가 점유율 11.25%로 2위를 차지했지만, 당시 LG화학(7.7%), 삼성SDI(5.2%), SK이노베이션(3.2%)과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CATL이 37.9%, BYD가 17.2%를 기록한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10.8%, SK온은 4.4%, 삼성SDI는 3.3%에 그쳤다. 이제는 격차가 벌어질 대로 벌어진 모습이다.

그 판도를 바꾼 것이 중국산 LFP 배터리다. 한국 배터리 3사는 차세대 기술로 승부를 보려 하지만, 중국은 이를 빠르게 따라오고 있다. '한국에 없는 걸 중국이 해낸다'가 아니라, '중국에 있는 걸 한국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이 배경엔 중국의 '공대 밀어주기'가 있다. 한국이 의대가 최고 지망 분야라면, 중국은 엔지니어가 최고 대우를 받는 직업이다. 실제로 의사보다 4~5배 높은 연봉을 받는 사례도 흔하다. 중국 정부는 공대에 한국보다 10배, 많게는 100배 가까운 연구비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학습에 집중했던 인재들이 졸업 후 산업 현장에 투입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5년 정도면 이들이 중국 기술력의 든든한 뒷받침이 된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 기업과 기술격차가 벌어지는 데에는 중국 정부가 기업에 아낌없이 지원하는 점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원받은 인재'와 '지원받는 기업'이 맞물리면 기술력은 자연스레 증폭될 수밖에 없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포럼에서 "한국 제조업은 10년을 잃었다. 그동안 제자리걸음을 걷고 노화했다"고 표현했다. "중국 등이 우리나라의 실력을 뒤쫓아온 정도가 아니라, 일부 분야에서 추월한 수준"이라고도 언급했다.

경각심에만 머물 수는 없다. 중국은 기술력을 다 갖춘 채,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매섭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산업 기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투자와 전략은 뚜렷하고, 실행도 빠르다. 한국도 이제는 속도를 내야 한다. 아니면 잃어버릴 10년은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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