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연말 인사로 내년 경영체제 재정비 신사업 확보와 '트럼프 리스크' 대응에 만전
11일 재계 전반에서는 주요 그룹 연말 임원 인사를 거쳐 새롭게 부상한 인물에 주목하며 향후 이들이 만들어낼 성과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 13년간 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일궈낸 고한승 전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을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불러들였다. 삼성이 미래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이종산업의 시선으로 새 먹거리를 찾으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고한승 단장은 바이오 업계 유명인사다. 미국 UC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노스웨스턴대 유전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00년 8월 삼성종합기술원 바이오연구 기술자문으로 그룹에 합류했다. 또 삼성종합기술원 바이오&헬스랩장, 삼성전략기획실 신사업팀 담당임원, 삼성전자 바이오사업팀 담당임원 등을 지낸 뒤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로 자리를 옮겨 회사의 본궤도 안착을 견인했다. 지금은 한국바이오협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고 단장은 대표 재임 중 국내외에 총 9개의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는 성과를 냈다. 현재 바이오에피스는 실적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1403억원을 달성하며 9개월 만에 작년의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LG그룹도 AI(인공지능) 중심의 혁신 행보를 이어가고자 새 인물을 통신사업 수장에 앉혔다. LG유플러스 대표로 낙점된 홍범식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홍 사장은 여러 기업을 오가며 IT 영역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가도에 올려놓은 전략가로 통한다. 그는 SK텔레콤에서 사업전략실장을 지냈고 글로벌 컨설팅 기업 배인앤드컴퍼니로 이동해 아태지역 정보통신·테크놀로지 부문 대표, 글로벌디렉터, 한국지사 대표 등을 역임했다.
그런 홍 사장이 LG에 새 둥지를 튼 것은 2018년 말이다. ㈜LG 경영전략부문장으로 선임되면서다. 당시 구광모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영입한 외부인사로 눈길을 모은 그는 성장 동력 발굴과 인수합병(M&A) 등을 주도하며 그룹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에선 홍 사장이 지휘봉을 잡음에 따라 LG유플러스의 신사업 창출 작업에 한층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AI 기반의 기업소비자간거래(B2C)와 기업간거래(B2B) 등 사업모델을 확보하는 데 신경을 쏟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28년까지 AI 분야에 최대 3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기하기도 했다.
SK와 현대차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의 글로벌 정세 변화에 대응하고자 나란히 미국 외교 전문가를 전진 배치했다.
SK의 경우 상반기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로 신설된 SK아메리카스 총괄에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임명했다.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으로 활동하다가 7월 SK아메리카스와 연을 맺었다.
이처럼 SK가 현지 네트워크를 보강한 것은 반도체·배터리 사업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와 SK온 등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주요 계열사가 미국에서 확장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권 교체 여파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 탓이다.
일례로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들여 미국 인디애나주에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 메모리 생산설비를 갖추기로 하고 이와 맞물려 4억5000만달러(약 62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해외 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것에 못마땅해 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를 거둬들이려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보조금 수령을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현대차도 미국 외교 관료 출신 성 김 사장에게 대외협력·정세분석 등을 관할하는 그룹 싱크탱크를 이끌도록 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에서 오바마, 트럼프(1기),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20여 년간 외교관으로 몸담았고, 주한미국대사까지 역임했다. 이어 2024년 1월 현대차 고문역으로 합류해 그룹의 통상·정책 대응 전략,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왔다.
향후 김 사장은 글로벌 대외협력, 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등을 총괄하면서 그룹 인텔리전스 기능의 시너지를 높이고 대외 네트워킹 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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