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7조원 시설 투자···올 상반기 9조원에 그쳐상반기 가동률 50% 미만···수익성 개선 아직 요원 캐즘에 재무 방어 모드, 보수적 설비투자 이어질 것
19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각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합산 신·증설 투자액은 8조9721억원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5조7694억원, 삼성SDI가 1조8430억원, SK온이 1조3597억원을 각각 집행했다. 업계는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투자 규모가 20조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최근 3년간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비해 공격적으로 시설투자를 이어온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2022년 14조원 수준이었던 시설투자를 2023년 22조원,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27조원까지 확대하며 생산능력 선제 확보에 나서왔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양적 사업 확대 전략이 오히려 과잉 투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에 3사는 올해부터 현금 곳간을 사수하는 전략으로 전환했고 가장 먼저 '시설투자 축소'를 손질했다. 인건비나 운영비 절감 또한 진행했지만,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당장 현금 확보 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 설비 투자 축소는 수조원 단위의 현금 확보와 재무 부담 완화 효과를 동시에 낼 수 있어 재무 방어에 직결되는 큰 구멍부터 메운 셈이다.
투자 속도 조절에 첫 운을 뗀 기업은 연간 시설투자비용이 큰 LG에너지솔루션이다. 지난 1월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설투자비용을 전년 대비 30% 이상 줄여 증설 투자를 축소하겠다"며 신규 공장 증설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해 북미를 중심으로 12조원을 투입했지만, 올해는 9조원 수준에서 집행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SDI 역시 투자 축소를 예고했다. 지난해 6조6000억원을 집행했지만, 지난 상반기 동안은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2021년 분사 이후 연평균 6조원 이상을 꾸준히 시설 투자했던 SK온도 올해만큼은 지난해(7조5000억원)의 절반만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올해 상업 가동을 목표로 했던 456GWh 규모 테네시 공장도 모기업 SK이노베이션의 시설투자 축소 방침에 따라 내년으로 가동을 미루었다.
다만 투자 축소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모양새다. 상반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고 삼성SDI는 영업손실이 1411억원 늘었고, SK온도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반기 전망 또한 비관적이다. 증권가는 올해 4분기 삼성SDI와 SK온의 영업이익이 각각 -479억원, -1500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금 흐름이 소폭 개선된 점은 작은 보루 역할을 했다. 올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의 현금흐름은 지난해 4분기 3899억원에서 5440억원으로 늘었고, 삼성SDI는 1조8851억원에서 2조1544억원으로 개선됐다. 이에 부족했던 재무 실탄을 확보하며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하반기를 포함해 향후에도 설비투자는 보수적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51.3%), 삼성SDI(소형전지 기준 44%), SK온(52.2%) 모두 가동률이 50% 정도로 증설이나 신규 공장 가동 부담이 큰 상황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동안 과도했던 시설투자 흐름이 이제는 한풀 꺾인 상황"이라며 "현재는 가동률이 낮은 데다 설비를 완공해도 고객사와 양산 시점 연기를 조율하는 상황이다. 가동률이 70%를 넘고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신설·증설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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