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고체 승부수"···삼성SDI, 울산 '모태 기지'서 양산 시동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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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승부수"···삼성SDI, 울산 '모태 기지'서 양산 시동 건다

등록 2025.11.17 15:31

수정 2025.11.17 15:49

고지혜

  기자

삼성 450조 투자 발표, SDI 울산 사업장 핵심 생산지 검토ESS 대용량 라인 구축에 이어 전고체 생산 본거지로양산 전 BMW와 협력···로봇 등 시장 확대까지 염두

6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4'에서 삼성SDI가 업계 최고 에너지 밀도 '900Wh/L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및 양산 준비 로드맵을 첫 공개한다. 사진=삼성SDI 제공6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4'에서 삼성SDI가 업계 최고 에너지 밀도 '900Wh/L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및 양산 준비 로드맵을 첫 공개한다. 사진=삼성SDI 제공

삼성SDI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양산 거점으로 울산 사업장을 사실상 유력 후보로 올렸다. 최근 독일 BMW와의 성능 검증 협약 체결 등 공격적인 행보도 이어가며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은 2030년까지 총 450조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중장기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 계열사 중 삼성SDI는 국내 투자 확대의 일환으로 전고체 배터리 생산거점을 울산 사업장으로 유력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울산 사업장은 삼성SDI의 핵심 제품만 집결된 '모태 사업기지'다. 1970년 브라운관 생산을 위해 첫 가동한 이후 2011년부터는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와 ESS용 NCA 배터리를 생산하는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 잡았다.

삼성SDI는 최근 ESS용 대용량 LFP 배터리 마더라인을 울산에 구축하며 이 같은 기지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해당 라인은 지난해 9월부터 조성에 들어갔으며, 사실상 제조 체계의 본진을 울산으로 집중시키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이번 발표로 전고체 배터리 역시 파일럿 라인은 수원에서 운영하되 본격 양산 체제는 울산에서 구축하는 방향이 한층 명확해졌다.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거점에 대해 구체적인 지역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SDI는 수원 연구소 내 약 6500㎡ 규모의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S라인)을 가동, 지난해 기준 BMW·포르쉐·페라리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다섯 곳에 샘플을 공급하며 기술 검증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SDI가 국내에 천안·구미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각각 소형전지·전자재료 중심이기에 전고체처럼 전략적 제품을 양산하기에는 울산의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핵심 거점인 울산에 양산 라인을 두는 방침을 두고 전고체 배터리를 삼성SDI의 차세대 핵심 배터리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SDI는 2027년 하반기를 목표로 세계 최초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로 절단돼도 화재·폭발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체 전해질을 여러 층으로 적층해야 하는 특성상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완전히 다른 제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아직 어느 기업도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 시점을 두고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 준비의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시설투자는 가동까지 최대 2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SDI의 양산 준비가 로드맵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 3월 진행한 2조원 규모 유상증자 역시 일부 자금을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투자에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같은 맥락이다.

이밖에도 삼성SDI는 양산 이전 단계에서부터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BMW·솔리드파워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 및 실증을 위한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이다. 해당 협약은 BMW의 차세대 테스트 차량에 전고체 배터리 모듈과 팩을 실제 탑재해 성능을 검증하는 것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양산까지 약 2년이 남은 시점에 이 같은 실증 착수는 사실상 BMW 물량 확보에 들어간 조기 수주 단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BMW는 앞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첫 전기차를 2033년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이는 삼성SDI의 기술 로드맵과 수요 방향이 일치한다. 이번 협약에는 향후 로봇 등 신규 시장에서의 전고체 배터리 적용 협력도 포함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27년 초기 생산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 진행한 유상증자를 통해 관련 공급망 구축과 추가 수주 기대감은 높다"며 "2027년 하반기 양산 예정인 전고체 배터리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등 차세대 수요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업체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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