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관계 회복 시그널"···한미반도체, SK向 '15억 수주 공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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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회복 시그널"···한미반도체, SK向 '15억 수주 공시' 의미

등록 2025.11.18 16:00

수정 2025.11.18 16:10

차재서

  기자

한미반도체 '소액 거래' 공시 놓고 설왕설래 HBM4 시장 개화 앞두고 '의기투합' 관측도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로 15억원대 HBM(고대역폭메모리) 제조용 장비를 공급한다고 공시하자 여러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거래 규모가 작다는 점에 미뤄 그 이상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읽혀서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와의 관계가 회복됐음을 시사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흘러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15억6750만원 규모의 HBM 제조용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HBM 제조'에 쓰인다는 것 이외의 제품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미반도체 측은 "고객사와 관련해선 어떤 내용도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업계에서 주목하는 대목은 기재된 액수가 15억원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법적으로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기준(전년도 연간 매출의 5% 이상)을 크게 밑도는 수치임에도 한미반도체 측이 수주 실적을 정식으로 공개했기 때문이다.

공급하는 장비를 'TC(열압착) 본더'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TC 본더 1대 가격이 30억~35억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다.

따라서 시장에선 한미반도체 측의 이번 공시엔 전략적 메시지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본다. 세부 내역은 비밀에 부칠 수밖에 없지만, 협업 단계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나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알린 것이란 얘기다.

그중에는 SK하이닉스와의 관계 개선 흐름과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최근까지 양사의 전략적 동맹이 예전만큼 단단하지 않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던 만큼, 한미반도체가 이번 공시를 통해 그런 우려를 희석시키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두 회사는 지난 1년 간 살얼음판을 걸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거세지는 과정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엇갈린 탓이다. SK하이닉스는 TC 본더를 포함한 핵심 장비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속도를 냈고, 한미반도체 역시 마이크론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비중을 키우며 SK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병행해왔다.

특히 SK하이닉스가 TC 본더 공급사로 한화세미텍을 추가하자 갈등 국면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한미반도체 측이 서운함을 드러내듯 제품 가격을 조정하고 이천 HBM 라인에 파견된 CS(고객 서비스) 직원을 회사로 불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미반도체의 행보에 분위기가 정반대로 바뀌었음을 확인했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그간 이들 기업은 관계를 회복하는 데 신경을 쏟았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에만 428억원(부가세 포함)어치의 TC 본더를 사들여 생산에 투입했고, 한미반도체는 이천에 지원 사무소를 열어 화답했다.

게다가 SK하이닉스도 HBM4 사업을 본궤도에 끌어올리려면 한미반도체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양산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 측면에서 조만간 TC 본더를 추가 주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액수는 작지만, 이번 거래는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정서적 간극이 상당히 좁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며 "곧 개화하는 HBM4 시장에서 양사가 어떤 방식으로 협력을 이어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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