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바이오 주사에서 알약으로···판 흔드는 경구용 비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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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에서 알약으로···판 흔드는 경구용 비만약

등록 2026.01.05 15:07

이병현

  기자

GLP-1 계열 알약 상용화·복용 편의성 급부상노보노디스크·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 경쟁 심화국내 제약사도 신약·임상 가속화 통해 시장 확대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이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무게 중심을 옮기기 시작했다. 최초의 경구용(먹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 필'이 출시되며 본격적인 제형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지난달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필)에 대해 성인 과체중·비만 환자의 체중 감량과 유지 적응증 등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위고비 필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 가운데 최초의 경구 제제로, 이번 달부터 할인 구매가 가능하다.

위고비 필 효과는 기존 주사제와 유사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FDA 승인 근거가 된 OASIS 4 임상 3상에서 경구용 위고비를 64주간 투여한 환자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16.6%에 달했다. 전체 환자의 약 30%는 체중을 20% 이상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2.4㎎)의 임상 결과와 대등한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효능보다는 접근성 변화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주사제는 냉장 보관과 자가 주사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있었던 반면, 알약 형태는 실온 보관이 가능하고 복용 장벽이 낮다. 주사제에 비해 복용 편의성이 높은 만큼 경구용 비만약이 비만 치료를 고혈압·당뇨처럼 일상적 관리 영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경구용·주사제 제형 가격 비교표. 사진=노보노디스크 공식 홈페이지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경구용·주사제 제형 가격 비교표. 사진=노보노디스크 공식 홈페이지

노보노디스크 역시 경구제 가격을 주사제보다 낮추며 시장 선점 의지를 보이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에 따르면 위고비 주사제는 현재 신규 자비 부담 환자 또는 무보험 환자 대상으로 월 기준 정가 499달러(약 72만원) 대비 60% 할인된 199달러(약 28만원)로, 2개월 후 349달러(약 50만원)로 판매된다. 반면 위고비 필 가격은 월 기준 정가 299달러(약 43만원)로 주사제에 비해 정가 기준 200달러(약 28만원), 할인가 기준 50달러(약 7만원) 이상 저렴하다. 노보노디스크가 공격적인 가격 책정으로 주사제 환자의 경구제 전환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노보노디스크가 경구용 제품을 내놓으며 경쟁사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가장 앞선 곳은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로 주사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일라이릴리다. 일라이릴리는 소분자 기반 경구 GLP-1 후보물질 '오포글리프론'을 올해 상반기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앞서 임상 3상에서 72주 투여 시 평균 11~12%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감량률은 위고비 필보다 낮지만, 공복 복용과 대기 시간이 필요한 위고비 필과 달리 식사와 무관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높다는 강점이 있다.

이외에도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 화이자와 로슈, 아스트라제네카 등도 경구용 또는 차세대 제형 개발에 나선 상태다. 비만 치료제가 기존 감량 효과 경쟁을 넘어 제형, 복용 방식, 지속성을 축으로 한 다층 경쟁 구도로 재편되는 경향이 반영된 셈이다.

경구제 영역에서도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양강 구도가 예고된 가운데 국내 제약사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GLP-1 계열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오토인젝터주(자동 주사제)'에 대해 품목허가를 신청하며 국내 비만 치료제 개발 선두로 평가받는다. 현재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경구용 비만치료제 'HM101460'을 개발 중인데, 지난해 유럽당뇨병학회(EASD 2025)에서 전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비만 마우스 모델에서는 심혈관·호흡기·중추신경계에 부정적인 영향 없이 뚜렷한 체중 감소를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일동제약과 디앤디파마텍 등도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일동제약은 신약 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경구용 저분자 GLP-1 비만치료제 'ID110521156'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발표한 임상 1상에서 200mg군 4주 투여 시 평균 체중 감소가 -9.9%, 위약 보정이 –6.8%로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박대창 일동홀딩스 회장이 올해 일동제약그룹 시무식을 통해 "경구용 비만 신약 후보 물질 'ID110521156'의 기술 이전 등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말하는 등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개발 중임을 드러냈다.

국내 바이오텍 디앤디파마텍은 미국 파트너사 멧세라와 함께 경구용 GLP-1 비만신약 'DD02S'(MET-002o) 북미 임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DD02S는 경쟁약품 '리벨서스'(위고비와 동일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비글견(전임상) 실험 기준 최대 12.5배 높은 경구 흡수율을 달성했다. 지난해 11월 멧세라가 화이자에 인수되며 치료제 개발이 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화이자는 자체 개발하던 경구용 비만약 후보 물질 '로티글리프론'과 '다누글리프론'이 부작용 문제로 좌초하면서 멧세라 인수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빅파마의 움직임은 경구용 비만 치료제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준다"면서 "국내 기업은 후발 주자로서 출시된 약물과 어떻게 차별화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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