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글레나타이드·마즈두타이드 등 신약 효과 입증자국 내 제약사 가격 경쟁력·공급망 안정 확보해외 진출 위해선 글로벌 임상 필요해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의 '마즈두타이드'(신얼메이)는 이미 실사용 단계에 돌입했다. 마즈두타이드는 지난 6월 중국 당국에 비만 치료제로 허가받은 데 이어 최근 진행된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성분)와의 비교 임상 3상에서도 우월성이 확인됐다.
초기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비만 환자 349명을 대상으로 투약 32주차 체중 변화와 혈당 지표를 비교한 결과, 체중 10% 이상 감량 달성 비율이 마즈두타이드 48%, 세마글루타이드 21%로 약 두 배 차이를 보였다. 혈당 조절 지표 역시 마즈두타이드 투여군이 더 큰 개선을 나타내며 동반 질환 접근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노벤트 측은 중국 내 비만·대사 증후군 환자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치료 편의성과 임상적 혜택이 큰 약제일수록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높은 효능 외에 가격 경쟁력 역시 장점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마즈두타이드는 중국에서 4개 펜에 411달러(약 59만원)로 동일 용량 마운자로(900달러, 약 129만원)의 반값 수준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중간 분석에서 평균 체중 9.75% 감소를 기록했다. 체중 감소 효과가 10% 이상인 비율은 49.46%로 위약군의 6.52% 대비 크게 앞섰으며, 특히 체질량지수(BMI) 30 이하 여성 환자에서 -12% 이상의 감량 효과가 관찰돼 한국인 대상 맞춤형 설계가 실질적 차별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부작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회사에 따르면 기존 GLP-1 계열 약물에서 흔히 나타나는 구토·오심·설사 등 위장관계 이상사례 발현 비율이 통상 보고 수치보다 두 자릿수 이상 낮은 수준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현재 출시된 비만 치료제 중 내약성이 가장 좋은 일라이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 성분)와 유사한 수준이다.
제조와 공급 안정성도 강점이다. 한미약품은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생산할 예정이다. 아직 가격 등과 관련해 회사 판매 전략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해외 수입약 대비 가격 경쟁력 우위와 공급차질 위험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 회사 측은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 신청 후 내년 하반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 국내 경쟁사는 주로 제형 변경을 통해 시장 진입 전략을 다양화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경구형 GLP-1 계열 비만약을 개발 중이다. 후보물질 'ID110521156'의 1상에서 200mg 투여군의 평균 체중 감소율이 9.9%, 최대 13.8%까지 확인됐으며, 위약군에서 이상사례 발생 없이 용량 의존적 효능이 확인돼 복약 편의성과 안전성을 모두 확보했다는 평가다. 대웅제약은 지난 1일 식약처에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마이크로니들 패치 'DWRX5003'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올해 판매가 본격화 된 위고비는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 기준 상반기 매출액이 2100억원대로 알려졌다. 이는 한미약품의 매출 1위 품목인 '로수젯'의 지난해 연간 원외처방액(2103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올해 출시된 마운자로까지 가세하며 관련 시장은 5000억원 이상으로 확장될 거란 예측이 나온다. 한미약품이 내년 비만약을 출시할 경우 점유율에 따라 상당한 매출이 기대되는 이유다.
시장 환경도 자국산 신약에 우호적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모두 글로벌 품절 사태가 반복되며 공급망 불안이 지속돼 출시가 늦어졌고, 출시 후에도 비급여 고가 약가 구조로 인해 환자 접근성이 제한됐다. 중국과 한국에서 자체 개발 약물이 상업화되면서 가격 경쟁력 등을 무기로 충분히 자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시간이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양국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관문을 넘어야 한다. 대부분 자국 인종 중심 데이터에 기반한 국내 임상으로 허가가 추진되고 있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선 미국·유럽 등 규제기관 승인에 필요한 다인종 임상 확장 전략이 필수적이다. 또 최근 비만 치료제 시장 트렌드가 이중·삼중 작용제를 이용한 효능 증가 및 부작용 감소와 경구·패치·장기지속형 등 제제 다변화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어 단순한 GLP-1 계열 주사제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현재 후속 약물로 삼중 작용 비만치료제(HM15275)를 개발 중이며, 지난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2상 IND를 승인받은 뒤 이달 들어 임상에 진입했다. HM17321은 지난 9월 말 미국 FDA에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HM15275은 각각의 수용체 작용을 최적화해 비만 치료에 특화돼 있으며, 부수적으로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 효력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HM17321은 CRF2 수용체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근육 증가와 지방 감소를 동시에 유도하는 점이 특징이다.
한미약품은 차세대 약물 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해서도 적응증 확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국내 허가 목표인 에페글레나타이드와 2030년 상용화 목표인 HM15275에 이어 HM17321은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31년으로 설정하고 임상 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SGLT2 병용임상을 통해 당뇨병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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