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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욕망 위에 선 비만치료제 열풍, 불편하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욕망 위에 선 비만치료제 열풍, 불편하다

등록 2025.10.15 17:41

현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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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비만치료제'가 증시와 병원을 달구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출시 직후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도 위고비는 월 8만 건 처방량을 유지 중이고 마운자로는 출시 열흘 만에 1만8000건 이상 처방됐다. 의약품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속도다.

하지만 이 열풍이 과연 '치료'를 향한 것인지, '욕망'을 자극한 결과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원래 비만치료제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에 고혈압이나 당뇨 등 동반 질환이 있어야 처방된다.

하지만 지금은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 기자가 BMI 정상 범위인 상태로 병원을 찾았을 때도, 처방은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별다른 확인도 없었다.

문제는 이 약들이 단순한 체중 감량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GLP-1 계열로 분류되는 이 약물은 메스꺼움, 구토, 두통은 기본이고 급성 췌장염이나 신부전 등 중대한 부작용 사례도 보고돼 있다. 그럼에도 병·의원 일부는 이를 미용 처방의 수단처럼 다루고 있다.

이 와중에 일라이 릴리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허가되지 않았지만 미국 FDA는 이미 12세 이상 청소년에게 위고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국내 도입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소아·청소년 비만은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다. 하지만 최근 10대 사이에서 '극단적 마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약물이 또 하나의 외모 관리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도 충분하다.

증시에서는 벌써부터 '비만치료제 테마주'가 들썩이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생산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시가총액 상위권에 진입했고 국내 관련 바이오 기업들도 줄줄이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은 뜨겁고 투자 열기도 식을 줄 모른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열풍이 과연 환자를 위한 것인지 기업의 이윤을 위한 것인지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의료는 유행이 아니다. 약은 소비재가 아니며 광고를 통해 수요를 끌어올리는 마케팅 수단이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처방이 아니라 더 신중한 판단이다. 환자 안전이라는 의료의 본질을 잊는 순간 약은 치료제가 아니라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비만치료제의 열풍 속에서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할 원칙은 여전히 '환자의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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