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이영준 사장 유임, LG화학 김동춘 사장 '교체'이영준 사장 오늘 1년차···적자폭 개선·NCC재편 1호 등 성과신학철 사장 용퇴···김동춘, 한 달안에 NCC 자구안 제출 등 시급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11월 28일)은 이영준 사장은 롯데케미칼의 수장이 된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다행히도 지난 26일 롯데그룹이 계열사 20곳의 최고경영자를 바꾸는 등 칼보다 날카로운 인사에서 비껴가며 내년 2년 차를 맞게 됐다. 이번 이영준 사장의 자리도 결코 안정적이지 않았다.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이훈기 전 롯데케미칼 사장도 취임 1년 만에 교체당했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영준 취임 시점 롯데케미칼은 3년 연속 적자를 이어왔다. 이영준 사장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는 명확했다. 수익성 회복이다. 실제로 이 사장이 취임하기 직전 회사의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확대된 -8948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1분기 -1322억원 △2분기 -2449억원 △3분기 -1326억원으로 적자 폭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 증권가는 올해 영업손실을 -6702억원까지 줄이고 내년에는 대폭 개선된 -109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영준 대표에 대해 범용 중심의 사업구조를 스페셜티 중심으로 전환하는 구조 개편형 리더로 평가한다. 롯데케미칼이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에셋 라이트' 전략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기초화학 비중(60~70%)을 50% 이하로 낮추고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방식이다. 지난 12일에는 자회사 LCPL 지분 75.01% 매각 거래를 완료했다. 총 매각대금은 980억원이며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6월 수취 완료한 3개년 배당금 296억원을 포함해 총 1276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 2월에는 일본 정밀화학기업 레조낙 지분 4.9%를 활용해 2750억원을, 3월에는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 일부를 PRS로 전환해 6500억원을 각각 조달하기도 했다.
내년 2년 차를 맞는 이 사장에게는 더 무거운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6일 HD현대케미칼과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NCC 사업재편안을 확정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승인 심사를 신청하며 NCC 감축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8월 정부 주도로 석유화학 구조재편 논의가 시작된 이후 첫 사업재편안이 나온 만큼 업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이영준 사장으로서는 이후 진행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 행정규제 관련 대응을 비롯해 NCC의 구체적 운영 방안의 마련 등 후속 업무도 끊임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 지원 방안과 금융지원이 이번 롯데케미칼 재편에서 최초로 적용되는 만큼 회사는 사실상 석유화학 업계 사업재편 1번 타자로서 중책이 아닐 수 없다. 이어 국내 최대 산단인 여수에서도 두번째 구조재편 물꼬를 이끌어야 한다. 현재 여수에서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간 설비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공동 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간 이해관계 조율이 필요해 논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은 화학군에만 별도의 전략적 조치를 취했다. 그룹 전체적으로는 2017년 도입한 비즈니스 유닛(BU) 체제와 2022년 도입한 HQ 체제를 폐지하고 계열사별 독립·책임 경영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화학군만 전략적 필요성을 고려해 HQ 조직을 포트폴리오 전략실(PSO)로 전환했다. 사업군 통합형 거버넌스를 운영하면서 화학 계열사들의 장단기 전략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연결·조정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1위 석유화학(석화) 회사인 LG화학은 지난 7년간 운영하던 신학철 부회장이 용퇴했다. 신임 CEO로는 김동춘 첨단소재 본부장이 선임됐다.
신학철 부회장은 그룹 내 입지가 견고했던 경영진이다. 3M 평사원에서 LG화학 최초 외부 전문경영진으로까지 온 인물이다. LG화학은 신 부회장이 전지 소재 등 신성장 미래 사업과 글로벌 경영 기반을 마련하고 세대교체를 위해 물러난다고 밝혔다. 실제 신학철 부회장은 1957년생으로 1968년생 김동춘 CEO와는 11살 차이 난다.
김동춘 사장은 CEO 자리에 오르자마자 기뻐할 새 없이 산적한 과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현안은 여수 NCC 통폐합 방안이다. LG화학은 기존 NCC를 GS칼텍스에 매각하고 합작사를 설립해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협의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취임과 동시에 한 달 안에 정부에 제출안을 내야 하는 데드라인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사업재편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는 평가다.
최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직접 LG화학 공장 등 여수 산단을 방문하며 "정부가 지난 8월에 발표한 사업재편계획서 제출기한은 12월 말이며 이 기한을 연장할 계획은 없다"며 "이 시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들은 정부지원에서 제외될 것이며 향후 대내외 위기에 대해 각자도생해야 할 것"이라며 경고를 선포하기도 했다. 특히 "대산이 사업재편의 포문(gate)을 열었다면 여수는 사업재편의 운명(fate)을 좌우할 것"이라는 언급으로 LG화학에 대한 압박은 한층 높아졌다. 김 사장이 제출할 조정안은 국내 석유화학업계 전체의 구도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부가가치 사업 강화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LG화학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만큼 양극재 사업에서 글로벌 선두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주력인 첨단소재 사업부 성적은 부진하다. 올해 3분기 첨단소재 매출은 838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170억원) 대비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김동춘 사장은 반도체소재, 전자소재, 첨단소재 등 스페셜티 영역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 LG화학 내부에는 차동석 CFO, 손지웅 생명과학사업본부장 등 두 명의 사장이 있음에도 김 사장이 전무 2년, 부사장 1년 만에 초고속으로 CEO에 올라섰다. 여기에 첨단소재사업본부장을 겸임하면서 해당 사업부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관계자는 "김동춘 사장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사업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미래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라며 "LG화학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경쟁 우위의 사업 구조 확립을 지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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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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