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생산 시스템으로 시너지 높인다지만 SK·GS·에쓰오일 내부 과제에 성사 미지수"일각선 보다 현실적인 인센티브 필요" 제언도
18일 관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발표할 '석유화학산업 구조 재편 계획'에 이 방안을 추가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계부처·업계와 의견 조율 후 방향을 설정할 전망이다.
정부가 준비하는 구조조정안은 기업이 설비를 폐쇄하고 중복 사업을 통폐합할 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게 골자다. 같은 맥락에서 정유사와 석유화학사의 통합 건에 대해서도 세제·금융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석유화학 산업의 업스트림–다운스트림 구조에서 출발한다. 업스트림은 원유를 정제하거나 납사를 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원료를 생산하는 단계로 정유사와 납사분해시설(NCC)이 대표적이다. 반면 다운스트림은 이 원료를 활용해 합성수지·합섬섬유·특수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영역을 의미한다.
두 영역이 따로 움직이면 원료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한 회사 안에 두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유사는 나프타를 안정적으로 석유화학 부문에 공급하고, 석유화학 기업은 원료 구매 비용을 줄이는 등 안정성과 시너지가 한층 강화된다. 경기 사이클의 리스크를 완화하면서 이익률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메이저 석유화학 기업도 일찍이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다만 문제는 호응할 만한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정유사 역시 각자의 숙제로 여념이 없어 대규모 인수합병 등에 나설 여력도 부족해서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배터리 사업 정상화를 최우선 순위로 놓고 움직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엔 배터리 기업 SK온과 윤활유·액침냉각 전문 SK엔무브의 합병을 결의하는 등 리밸런싱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은 울산CLX라는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이 곳에 친환경 시스템을 확립하고자 5조원 규모 중장기 투자 계획도 확립한 터라 현실적으로 다른 시나리오에 손을 뻗기 어렵다.
에쓰오일은 '외국계 기업'이라는 정체성이 변수로 지목된다. 최대주주 사우디 아람코의 판단을 우선시 할 수밖에 없는 만큼 우리 정부의 정책적 유인만으로는 움직이기 힘든 구조라고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GS칼텍스의 동참 가능성도 미지수다. 신성장 동력 차원에서 사업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지만, 일각에선 그룹 실적 부진으로 고민할 것이란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 GS의 2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4846억원으로 전년보다 39.4% 줄었다. 유가와 석유화학 제품 스프레드 하락 등 제반 환경에 발목을 잡혔다.
그나마 움직일만한 곳은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 정도다. 이미 이들은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NCC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이들을 모범사례로 평가하며 눈여겨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업계에선 정부의 구조조정안에 이 같은 항목이 담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 구상이 선언적 가이드라인에 그치지 않고 판을 흔들 '묘책'이 되려면 보다 현실적인 인센티브가 붙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와 석유화학 기업을 통합하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계획이지만, 각사 내부 과제를 고려했을 때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라면서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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