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부실 원인 놓고 '진실 공방' 본격화DL "한화가 유리한 가격 고집해 손실 눈덩이"한화 "명백한 허위···DL 몽니에 공급가 조정 난항"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DL케미칼은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약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승인했다. 이어 DL㈜도 이사회를 통해 DL케미칼에 대한 1778억원의 유상증자 참여를 승인했다.
이는 한화 측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말 이사회에서 여천NCC에 대한 1500억원의 추가 자금 대여를 의결한 바 있다.
여천NCC는 1999년 4월 한화와 DL이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한화솔루션(옛 한화석유화학)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이 지분을 50%씩 들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기업 중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규모를 자랑하지만 우호적이지 않은 경영환경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또 3100억원 규모 자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었으나, 한화와 DL이 나란히 자금을 지원하면서 당장의 급한 불을 껐다.
다만 그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한화 측이 지원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 반면, DL은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대립각을 세운 탓이다. 무엇보다 DL은 3월 2000억원(한화·DL 각 1000억원) 증자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자금을 투입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DL은 여천NCC의 부실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해결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실상 여천NCC의 문제를 불러온 쪽이 한화였다고 주장한 셈이다.
DL 측은 "정확한 경영 상황 판단도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지원하는 게 주주와 경영진으로서 올바른 판단인지 의문"이라며 "최근 개정된 상법 등에 따라 대주주의 책임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합당한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 없이 증자를 강행하는 한화의 태도는 원칙을 강조하는 현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원인분석은 제대로 하지 않고 '묻지마식 증자 요청'이 반복되는 게 문제"라면서 "여천NCC로부터 3월 증자가 이뤄지면 연말까지 현금흐름상 문제가 없을 것이란 보고를 받았는데, 당시 보고는 거짓이었거나 경영 부실이 그만큼 심각하게 방치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급가격 문제도 거론했다. DL은 여천NCC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격으로 원료 공급 협상을 제안했으나, 한화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고집해 여천NCC 등에 손해를 입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DL 측은 "여천NCC의 자생력 강화와 상생 차원에서 손익이 개선되는 조건을 제안했지만, 한화는 이를 거부했다"면서 "적정 가격 경쟁력이 보장되지 않는 가격정책은 여천NCC의 현금흐름과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한화도 좌시하지 않았다. DL이 여천NCC 원료공급계약과 관련해 사실을 왜곡했다며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한화 측은 "여천NCC는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DL케미칼에 판매하는 에틸렌, C4RF1 등 제품에 대해 '저가공급'으로 법인세 등 추징액을 1006억원을 부과 받았다"면서 "시장가보다 싸게 거래됐고, 이를 통해 DL이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문제가 된 원료공급계약은 1999년 합작당시 체결돼 2024년 12월 종료됐다"며 "한화는 국세청 과세와 현재 석유화학 시장 상황을 반영해 새로운 시가 계약 체결을 주장하고 있으나, DL이 이를 반대해 원부원료공급계약 체결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2025년 1월부터 현재까지 임시 가격 형태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대림이 거래하는 가격과 같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준"이라며 "매년 에틸렌 거래량은 ▲한화 100만톤 ▲대림 40만톤으로 한화가 2~3배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대량 거래에 따른 물량 할인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화 측은 "저가공급으로 법인세가 추징된 가격 조건을 유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정도경영, 준법경영에 따라 원료공급계약을 하려는 한화와 달리 DL은 조금이라도 싸게 원료를 공급받으려 국세청 조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처럼 한화와 DL의 신경전이 진실 공방으로 격화하자 업계에선 여천NCC에 대한 걱정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일단 눈앞의 부도는 막았지만, 양사의 깊어진 갈등의 골이 언제든 다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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