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회장 재계 만나며 바쁜 일정 소화LG와 전기차·자율주행 전방위 협업 약속

17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이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과의 만남에 동석하지 않은 배경을 놓고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다. 수십조 규모의 사업을 논의하는 중요한 미팅에 총수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올라 회장의 깜짝 방문은 여러모로 얘깃거리가 많은 이벤트였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 글로벌 경제계 리더가 우리나라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 역시 전기차 등 미래 사업영역에서 선물 보따리를 풀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산업계를 가득 채웠다.
이를 방증하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그룹 영빈관인 한남동 승지원에 올라 회장을 초대해 만찬을 함께 했고,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도 '마이바흐 브랜드센터'에 자리를 마련해 협업 방안을 모색했다.
이 가운데 LG는 달랐다. 조주완 LG전자 CEO를 주축으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문혁수 LG이노텍 CEO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주축으로 소통의 장을 펼쳤다. 구 회장은 사업보고회 일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LG 입장에서도 벤츠는 상당히 중요한 거래처다. 길게는 20년 넘게 협력을 이어오며 동고동락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004년 벤츠에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기 시작한 이래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했고, 이번 미팅 이후에도 2026년형 벤츠 GLC 전기차에 40인치 초대형 차량용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를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럼에도 구 회장이 벤츠 회장과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않은 것은 순수 지주사 형태인 그룹의 구조에 기인한다는 게 재계의 일차적인 견해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계열사 자율경영 시스템을 강조해왔다. 전략·투자·운영 등 이슈를 지주사 관리 체계 안에 두면서도, 사업의 구체적 실행과 의사결정은 현장 경험을 갖춘 계열사 CEO에게 과감히 맡겼다. 총수의 존재감으로 사업을 끌고 가는 기업의 운영 방식과 선명히 대비된다.
또 구 회장은 '신중한 경영 스타일'로 유명하다. 본인이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공식 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룹 안팎의 전략 결정에 집중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게 재계의 정설이다.
앞서 글로벌 기업 CEO가 한국을 찾았을 때 구 회장의 행보가 특별히 부각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샘 올트먼 오픈AI CEO나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방한 당시 LG에서 회의를 주선한 인물은 다름 아닌 조주완 CEO였다.
그렇다고 구 회장이 뒷짐만 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국면마다 전면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론 그룹의 5년, 10년 후를 위한 일이라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 하며 재계 리더로서의 면모를 각인시키고 있다.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겨AI를 방문하고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와 회동한 게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세 협상 국면에서도 구 회장은 이재명 정부와 머리를 맞대는 한편, 양국을 오가며 실마리를 찾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일례로 지난달 중순엔 미국 플로리다의 골프 회동에 한국 기업인 대표로 참석해 글로벌 리더와 교류했고, 우리나라에서 20년 만에 열린 APEC 정상회의의 주요 일정도 소화했다. 아울러 16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선 5년간 10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외부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구 회장의 경영 방식이 협상의 효율성을 높이고 건강한 기업문화와 지배구조를 만들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이견이 없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계열사 사업이나 경영 측면에선 CEO에게 전폭적으로 신뢰를 보내는 모습"이라며 "총수가 모든 사안을 지휘하는 국내 기업 문화에 비춰봤을 때 흔치 않은 스타일이기 때문에 지금의 방식이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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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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