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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NCC 사업 위태로운데"···'진실 공방' 한화·DL의 본심

산업 에너지·화학 사건의 재구성

"NCC 사업 위태로운데"···'진실 공방' 한화·DL의 본심

등록 2025.08.12 16:38

수정 2025.08.12 16:53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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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여천NCC 대주주 한화와 DL그룹이 자금 지원을 두고 갈등

회사 부도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책임 공방 격화

석유화학 업계 구조적 불황이 갈등의 근본 원인

현재 상황은

DL케미칼, 2000억원 유상증자 결정

한화솔루션, 1500억원 추가 대여

양측 자금 투입으로 여천NCC 일단 위기 모면

자세히 읽기

DL, 한화의 공급가격 정책이 손실 원인 주장

한화, DL의 부당 거래로 세금 추징 부각

양측, 원인과 책임 놓고 공개적으로 반박

맥락 읽기

NCC 사업 수익성 악화로 경영 부담 가중

DL은 사업 철수 가능성 시사, 한화는 사업 유지 의지 강함

업계 전체 구조조정 지연과 정부 개입 필요성 대두

향후 전망

정부 중재 및 구조조정 요구 목소리 확산

민간 자율 구조조정 한계 노출

시장과 정부 모두 새로운 해법 모색 필요

여천NCC 자금 수혈 계기로 대주주간 '신경전' 점화 "불공정 거래로 손실 키워"···한화·DL, 서로에 '맹공'"석유화학 구조조정 지연 탓···정부 차원 중재 시급"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여천NCC 대주주 한화와 DL그룹의 신경전이 연일 가열되고 있다. 자금 수혈을 결정한 대주주의 용단에 회사는 부도 위기에서 빠져나왔지만, 그 과정에서 두 기업이 그간의 불만을 표출하면서 책임 소재를 둘러싼 '감정싸움'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석유화학 업계에선 불황의 장기화, 구조조정 지연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을 이번 갈등의 본질로 꼽으며 예견된 사태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여천NCC, 대주주 용단에 '부도' 면했지만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DL케미칼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어 모기업 DL㈜도 곧바로 이사회를 거쳐 DL케미칼에 대한 1778억원의 유증 참여를 승인하며 여천NCC 지원 취지의 의사결정을 마쳤다.

이는 한화 측 움직임에 따른 대응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말 여천NCC에 1500억원을 추가 대여하기로 결정한 뒤 DL 측에도 고통분담을 요구한 바 있다.

여천NCC는 1999년 4월 한화와 DL이 50%씩 출자해 설립한 석유화학 합작사다. 에틸렌 생산능력은 국내 3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중국발(發) 공급과잉과 과도한 설비투자 등으로 부진에 시달려왔다. 서둘러 3100억원을 조달하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대주주가 나란히 자금 지원을 예고하면서 여천NCC로서는 한시름을 덜었다. 당초 냉랭한 DL의 태도에 자금 확보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었는데, 기사회생한 셈이 됐다. DL은 3월 2000억원(한화·DL 각 1000억원) 증자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자금을 투입하는 데 부정적이었으나, 막판에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 책임 누구에게?···곧바로 불만 표출한 한화·DL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원 방안을 놓고 평행선을 달린 한화와 DL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데 이어 여천NCC를 위기로 몰아넣은 장본인이 상대방이라며 맹공을 퍼붓자 분위기는 크게 무거워졌다.

불을 댕긴 쪽은 DL이다. 이들은 전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여천NCC 부실의 근본 원인 분석과 해결방안 마련이 먼저라며 사실상 여천NCC의 부실을 부추긴 것은 한화였다는 목소리를 담았다. 애초에 한화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공급가격을 고집한 게 결국 손실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DL 측은 "여천NCC의 자생력 강화와 상생 차원에서 손익이 개선되는 조건을 제안했지만, 한화는 이를 거부했다"면서 "적정 가격 경쟁력이 보장되지 않는 가격정책은 여천NCC의 현금흐름과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원인 분석은 제대로 하지 않고 '묻지마식 증자 요청'이 반복되는 게 문제"라면서 "여천NCC로부터 3월 증자가 이뤄지면 연말까지 현금흐름상 문제가 없을 것이란 보고를 받았는데, 당시 보고는 거짓이었거나 경영 부실이 그만큼 심각하게 방치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화는 바로 사실무근이라며 맞섰다. 문제가 된 원료공급계약은 1999년 합작 당시 체결돼 2024년 12월 종료됐고 2025년 1월부터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준의 임시가격으로 거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한화 측은 "한화는 석유화학 시장 상황을 반영해 새로운 시가 계약 체결을 주장하고 있으나, DL이 이를 반대해 원부원료공급계약 체결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한화 측은 1006억원의 추징금이 붙은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까지 거론하며 'DL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DL이 에틸렌·C4R1·이소부탄 등 제품을 부당한 가격으로 공급받은 게 세금 추징의 원인이 됐다는 게 골자다.

한화 측은 "올해 초 국세청으로부터 부과받은 추징액 1006억원 중 96%(962억원)가 DL과의 거래에서 발생했고, 한화의 비중은 4%(44억원)에 불과하다"면서 "국세청은 DL이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고 법인세 추징액을 부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한화 측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DL과의 거래로 발생한 추징액은 제품별로 ▲에틸렌 489억원 ▲C4R1 361억원 ▲이소부탄 97억원 ▲기타 15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유지냐 철수냐···NCC 둘러싼 이견이 갈등으로 표면화



업계 안팎에선 NCC(나프타 분해 시설)에 대한 두 기업의 서로 다른 시각이 이번 사안을 계기로 여실히 드러났다고 진단한다. 표면적으로는 자금 지원 여부나 거래가격을 놓고 충돌한 것처럼 비치지만, 그 본질은 사업을 유지하느냐 마느냐의 논쟁이었다는 얘기다.

그만큼 NCC는 두 기업 모두에 고민을 안길 만한 사업으로 지목된다. 생활용품부터 전기전자·컴퓨터·자동차·건설까지 다방면에 쓰이는 나프타를 다룬다는 점에서 없어선 안 될 영역이지만,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여기에 설비를 돌릴수록 손실이 쌓이는 구조여서 가동률도 70%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DL이 여천NCC 지원에 반대한 속내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진이 한화와의 회의 중 '워크아웃'(구조개선작업)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는데, 적자 사업 NCC를 언제까지 끌고 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작용하지 않았겠냐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게다가 DL의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다. 경기 불황으로 본업인 건설업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와중에 연이은 근로자 사망사고로 도마에 올라 현장의 공사마저 중단한 상태여서다. DL이 여천NCC에서 발을 빼고 싶어할 것이란 의구심이 흘러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한화는 여천NCC를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석유화학 사업을 그룹의 핵심 기반으로 육성하고 있을 뿐 아니라, 원료 수급 의존도 역시 상당해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사업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정부 차원의 중재 필요···컨트롤타워 가동해야"



이렇다 보니 업계 전반에선 정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컨트롤타워 중심의 교통정리가 필요한 때라는 인식에서다.

사실 NCC 구조조정이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나, 여전히 그 작업은 지지부진한 양상을 띠고 있다. 전 정부가 뒷짐을 지고 방관했고, 기업은 담합 이슈 등 규제 리스크에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에서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여천NCC를 포함해 7곳에 이르지만 자발적으로 조정에 나선 회사는 롯데케미칼 한 곳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HD현대오일뱅크와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NCC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업계에선 새 정부가 해결책을 제시하길 기대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우리 정부는 석유화학 부문에 대한 '빅딜'에 착수했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산업의 경쟁력을 키웠다. 여천NCC가 문을 연 것도 이 시기다.

업계 관계자는 "여천NCC 사태는 석유화학 업계 전반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의 축소판"이라며 "민간 기업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한계에 부딪히고, 이해관계 조율이 어렵다면 정부의 중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의 '기반'인 NCC의 위상이 흔들리는 지금 시장과 정부 모두 새로운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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