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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물려받은 주식, 세금 내면 '0'···세율 개편 시급

산업 재계 상속세 포비아

물려받은 주식, 세금 내면 '0'···세율 개편 시급

등록 2024.07.18 07:59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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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마련 위해 지분 내다 파는 기업인 속출 물려받은 재산 모두 처분해야 세금 충당 가능 "지배구조 공백에 韓 성장 기반 흔들려" 우려도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 명목세율은 50%다. 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그래픽=이찬희 기자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 명목세율은 50%다. OECD 국가 중 일본(55%)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유산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받는 현행 상속세제의 문제점은 그 부담이 기업 오너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세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기업 지배구조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물론, 경영권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속출하면서 과도한 세금이 우리나라의 성장 기반을 흔든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현재 재계 전반에선 상속·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해 기업 주식을 매도하는 오너일가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액수가 만만찮은 탓에 이들 상당수는 사실상 물려받은 재산의 대부분을 팔아치우는 모양새다.

SK가(家) 3세 경영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 사장은 2018년 최태원 그룹 회장으로부터 지주회사 SK㈜ 주식 48만주를 받았는데, 현시점 그에게 남은 주식은 단 한 주도 없다. 수시로 처분해 세금을 납부하는 데 썼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최성환 사장의 마지막 거래 시점은 지난 4월이었다. 당시 그는 이틀에 걸쳐 SK㈜ 주식 9만6304주를 전량 매도함으로써 약 147억원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상속세를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 더 눈에 띄는 대목은 그가 비슷한 시기 자신이 책임지는 SK네트웍스 주식도 함께 처분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책임경영 차원에서 꾸준히 회사 지분을 늘려온 그간의 노력도 무색해졌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 총수 일가가 세금 납부를 위해 수조원대 주식담보 대출을 받고 정기적으로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삼성가 세 모녀는 1년 6개월 사이 3조3000억원가량의 주식을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OCI그룹도 한때 같은 이유로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선대 회장 별세 후 2000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되자 이우현 회장 등 오너일가가 부담을 덜어내고자 주식을 처분하면서다. 그 여파에 한 때 29% 수준이던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2%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결국 지나치게 높은 세율이 기업을 위기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실제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해 오너 스스로 기업을 매각하거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포착되고 있다. 978년 김준일 전 회장이 창업한 락앤락의 경우 같은 이유로 매각을 결정함에 따라 2017년 사모펀드 어피니티 에쿼티파트너스로 최대 주주가 변경됐다.

이에 재계 전반에선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최고 60%) 정비가 시급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부의 재분배'라는 취지로 마련된 이 제도가 경제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달 공개한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의 연구 보고서를 보면 상속세수가 1조원 늘어날 때 경제 성장률은 0.63%P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990년부터 2006년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1만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증분석에서도 가업 상속세율이 높을수록 기업 투자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상속세 인하가 기업의 혁신에 영향을 줌으로써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조사도 있다. 중소기업 전문 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소는 제조업, 정보통신업 등 혁신산업에 속한 기업의 가업 상속세율을 30%P 인하할 때 실질 GDP는 6조원 증가하고 일자리 3만개가 창출된다고 추정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상속세율을 15%로 인하하고 최대 주주 할증 과세 폐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대한상의 측 주장이다.

일각에선 '유산 과세' 성격을 띠는 상속세제를 '유산취득 과세'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상속인 각자가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세액을 산출하자는 얘기다. 유산 과세는 피상속인의 상속세 과세 대상 재산 전체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상속인이 각자 상속받은 부분 각각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전체에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이중과세의 소지가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마련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며 "피상속인이 생전에 소득세 등을 부담한 후의 재원으로 상속재산 취득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과도하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리아디스카운트에 영향을 주는 세목 중 가장 강력한 항목이 바로 상속세와 증여세"라며 "비효율성과 기업승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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